오늘은 시계 건전지를 교체했다

거실 고장 난 시계를 보며 든 생각


나는 한 시간만을 가리키는 정지된 시계보다

천천히 흘러가는 시계가 공포스럽다.


6시이지만 2시 47분에만 머물러 있는 시계를 보면 단박에 저 시계는 고장 났음을 알 수 있다.

‘아 뭐야 저 시계 고장 났어?’

이런 경우, 시계를 바꾸면 장땡이다.


하지만 분명 아이폰 시계는 6시라고 하는데 벽에 붙은 저 시계는 3시 51분이라고 한다.

9시가 되었을 때, 느리게 흘러가는 고장 난 시계는 5시 28분에 있다. 이 느린 시계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은밀한 속도에 맞춰 흐른다. 언뜻 보기에는 시간이 변화하므로 이 시계가 맞는구나 하는 착각이 든다. 하지만 세상의 표준화된 시간과는 무척이나 괴리가 있구나를 알게 되는 그 순간! 공포와 외로움이 나를 지배해 버린다. 마치 느리게 흐르는 세계 속으로 잘못 들어온 느낌이 든다. 현실 세계에 낙오된 듯한 기분이다.


인간은 ‘평범한’ 존재가 되길 원한다. 남들과 다르지 않게 평범하게 행동해야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기 때문이다. 나 역시 누구나에게 똑같이 흐르는 시간 속에 속해 살고 싶다. 그런데 우리 집 거실의 벽시계는 왜 평범한 시간이 아니냐 말이다.


시간은 인간이 만든 허상이라는 말이 있지만 막상 내가 보내는 이 허상이라는 시간이 사실 남들과 다른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면 공포로 다가온다. 꼭 마치 내가 영화 ‘트루먼쇼’의 주인공이 된듯했다. 하지만 나는 이 시계가 고장 난 시계임을 알아서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나는 오싹한 마음과 이상한 세계관에서 벗어나기 위해 당장 시계 건전지를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