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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함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순수한 망함, 도약의 전조로서의 망함.
나는 의도적으로 후자의 망함을 선택하는데 실제로 나에게 있어 망함은 도약의 전조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 이유는 내가 착즙기 이기 때문이다. 망함 착즙기. 인간 휴롬이 바로 나다.
나에게 망함은 낯선 대상이 아니다.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뭐 그런 존재랄까. 사소한 망함이 계속 되다보니 자연스레 그 망함에서 뭐라도 배우려고 하는 마음가짐이 생기게 되었다. 그러니까 나에게는 망함이 말 그자체로 망함이 아니라 성공의 어머니다.
최근에 있었던 망함을 말하기 전에 이 사건은 굉장히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이 포스팅의 제목을 최근에 있었던 어이없는 일로 명명했다.
나는 3월에 내가 가진 에너지의 90%를 (인턴)취준에 썼다. 그 말은 3월의 내가 가장 몰두했고 욕망했던 것은 인턴이었다. 그 과정 중에서 내 스펙으로는 비빌 수 없는 회사(A회사라고 하겠다) 지원도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운이 좋게 서류 합격이 되었다. 그러나 A회사에서 면접을 보러오라는 메일이 오지 않아 찜찜하고 다소 불안한 상태로 시간을 보냈다. 막연히 기다리기는 싫어서 기다리면서 이 회사 저 회사 지원을 열심히 했다. 결국 A회사에서 면접 보러오라는 소식은 3주째 오지 않았다. 그때 면접을 봤던 어떤 회사에서 최종합격을 했다. 이얏호!
합격한 회사 입사를 3일 정도 앞둔 시점에,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싶었다. 그토록 기다렸던 합격이었는데, 글쎄 A회사에서 3주가 지난 시점에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나는 합격한 회사와 A회사 중에서 고민을 하다, 그냥 못먹어도 go 심정으로 합격한 회사에게 입사취소하겠다고 연락을 했다. 그리고 A회사에 전념했다.
당신은 미신을 믿는가. 정말 사소한 미신이라도 좋다. 이를 테면, 미역국을 먹으면 수능을 망친다든가..이런거. 나는 그런 촉을 잘 믿는다. 그리고 대개 그 미신은 맞았다.
A회사의 면접을 보고 나서 그 결과를 기다리기까지 정말 탈락의 미신의 증거들을 많이 봤다. 이를테면 씻고 나오는데 수건이 떨어진다거나, 변기가 3일 내내 막혀있다거나 코로나 급으로 길게 목감기에 걸렸다던가 말이다. 이 정도면....그냥 '응 너 A회사 탈락이야'를 온갖 우주의 기운들이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결과(..이 회사는 모든 것이 느렸다. 면접 결과도 2주 후에 나왔다)가 나오기 전에 대충 느낌으로 알았다.
아 그래서 어이가 없었던 게 무엇이냐면, 바로 목감기인데, 이렇게도 목감기가 걸리나요 싶었다. 나는 원래 기관지가 약해서 목이 자주 쉰다. 면접 준비를 하니 당연히 목이 아팠다. 그래도 그렇지 면접 보고나서 지~~독한 목감기에 걸려버렸다. 일주일 넘게 아팠다. 정말 코로나때 처럼 목이 너무 아팠고 코감기로까지 번져버리게 됐다. 참 어이없는 감기 사유다.
어떻게 보면 나는 망했다. 원하는 곳에 합격하지 못했으니까. 근데 나는 실패착즙기라서 도약의 전조라고 생각했다.
"역시 요행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군" 이라는 생각을 배울 수 있었다. 나는 이게 또 나의 자산이 되리라 자신했다. 그리고 요행을 바라지 않고 성실히, 조용히 스펙을 쌓고 다시 큰 기업에 지원해야겠다고 결심이 생겼다. (헤어질 결심)
그리고 정말로 도약의 전조였던 것이 나는 다행히 나름 가고 싶었던 회사에 최종 합격해서 인턴을 하고 있다. 또 어떤 망함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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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주 가벼운 에피소드인데, 이것도 참 어이가 없었다.
지난주 금요일에 치마를 입었다. 속바지를 입으려고
딱 이 자세를 취했다. 그러다 보니(?)발톱이 손가락을 긁었는데, 1cm 정도의 사이즈로 살이 조금 파였다. (발톱이 아주 길지 않았다. 잘 깎고 다닙니다). 그래서 매우매우 쓰라렸다. 2n년 살면서 속바지를 입다가 발톱이 손가락을 썰어버린 건 또 처음이었다. 그냥 허두숨(헛웃음)이 나왔다.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