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도취 아니고 그냥 도취, 도전취업여행
내 인생 가장 힘들었던 여행은 언제였을까?
지금 생각해도 그리 달갑지 않은 타이틀, 취업준비생. 취업은 머나먼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나도 자유로울 순 없었다. 게으름에 대한 핑계 일 수도 있지만 나는 주변에서 하는 각종 자격증 취득, 스펙 쌓기와 같은 취업 준비에 딱히 관심이 없었다. 이렇다 할 준비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나름대로의 취업에 대한 목표는 확고했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이후 줄곧 생각해 왔던, 해외취업. 조금 더 구체화시키자면 외국항공사 승무원이라는 직업이 일 순위의 목표였고 해외에서 베이스를 두고 Work & Travel을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것도 오케이였다.
취준생의 나, 해외 취업을 위한 도전과 핑계 삼아 여행까지 하는 '도(전)취(업)여행'을 떠나보기로 한다.
도취여행 in Europe
코스모스 졸업을 앞둔 2015년 여름, 정장 챙겨 떠난 유럽여행.
나중에 더 자세히 글에 담을 일이 있겠지만, 당시에 내가 목표로 하던 중동 항공사의 경우에는 '오픈데이'라고 하는 워크인 (walk-in) 인터뷰 방식의 채용이 성행이었다. 세계 어느 곳에 있더라도 그곳에서 오픈데이가 열리게 되면 그들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자격요건만 충족하면 국적에 상관없이 인터뷰 참여 및 지원이 가능했다. 이번에는 여행도 여행이지만 해외 취업을 향한 도전의 성과를 얻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가벼운 옷가지들로 가볍게 짐을 꾸려 떠나던 이전의 여행과는 다른 점이 있었다면 바로 짐 챙기기. 평소 같았더라면 짐 챙기기 리스트에 있지도 않았을 '정장'이 어쩌다 보니 여행의 중요한 준비물이 되어버렸다. 빳빳이 잘 뽑아둔 이력서 몇 장도 챙기도. 얼핏 보면 해외출장 가는 비즈니스맨 같았으나 현실은 그냥 취준생...
한 여름의 유럽에서 보낸 한 달. 유럽의 여름은 사랑 그 자체였다. 눈에 보이는 풍경들은 참으로 눈이 부시고 아름다웠지만, 내 마음속은 어둡기 그지없었다. 바람과는 다르게 면접에 참가하는 족족 결과는 탈락이었다. 여행 중 몇 차례에 걸쳐 도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행에 임하는 마음가짐의 차이였을까? 평소 같았더라면 눈에 담기는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여행이 그저 행복 그 자체로 느껴졌을 텐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처음으로 여행이 힘겹다고 느껴진 적이 있었다면 아마 이 때였을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때 나의 몸 컨디션은 가히 최악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스트레스가 원인이었을 거라고 확신한다. 여행을 하려면 심신의 건강이 따라주어야 한다는 걸 여실히 느낄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나름 호기롭게 떠났던 유럽 도취여행은, 그리 성공적이진 않았다. 해외취업이 아닌 막막한 마음을 가지고 다시 귀국길에 오르게 되었으니까.
(이미 지났으니 할 수 있는 말이지만) 그래도 기억에 남는 경험이자 여행이었다. 무식할 때 가장 용감하다고 그저 도전정신 하나로 떠난 여행이었으니까. 이때의 도전정신 하나는 정말 지금까지도 높이 산다. 저 때는 체력도 참 좋았다 싶은 게 여행 경비 아끼자고 19시간 가까이 버스를 타고 이동한 적도 있고, 하루에 독일~오스트리아~슬로바키아 이동하며 국경을 두 번이나 넘어본 적도 있으니. 지금 하라면 과연 다시 할 수 있을까?
도취여행 in Asia
유럽에서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돌아온 나는, 잠시 여행 휴식기를 가지기로 했다. 첫 번째, 모아둔 돈을 이미 유럽 여행 경비에 다 썼기 때문에 여행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두 번째, 몸 상태가 좋지 않았기에 당장은 컨디션 회복이 우선이었다. 취업에 대한 걱정과 스트레스는 최대한 접어두기로 하고, 건강히 먹고 건강한 생활을 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다음 여행을 위한 준비도 하면서.
여행 경비도 얼추 모였겠다, 컨디션 회복도 어느 정도 됐겠다 다시 또 여행길에 올라보기로 한다. 여름엔 유럽이었다면 겨울엔 동남아다! 이번 여행에도 해외취업을 위한 도전을 계속된다. 그리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지만 등에는 배낭을 짊어지고 한 손에는 정장 가방을 들고 동남아로 출발.
오랜만에 다시 찾은 동남아. 태국 방콕을 시작해서 치앙마이, 말레이시아 싱가폴을 그리고 필리핀으로 이어지던 한달 반 정도의 여행. 반 배낭여행자 신분, 반 취준생 신분으로 여행을 하는 건 이전의 여행들과는 참 다르게 흘러갔다. 하루는 정장 잘 차려입고 면접관 앞에서 활짝 미소를 지으며 나 좀 잘 봐주십쇼 하며 긴장감에 벌벌 떨고 있다가, 또 하루는 배낭여행의 성지 카오산 로드에서 처음 만난 여행객들과 정신을 놓고 술을 마시고 있고. 다음 날은 어느 조용한 카페에 앉아 구직 사이트를 뒤져가며 어디 일자리 없나 눈에 불을 키며 찾고 있는 나. 이런 것들의 반복이었다. 이게 여행인건지 취업준비인건지, 그 중간 어디쯤이었겠다 아마도.
반년 전 유럽 여행을 통해 얻은 교훈이 있다면 여행 중 절대로 나를 혹사시키지 말 것. 특히 심적으로. 설령 원하는대로 흘러가지 않더라도 너무 실망하거나 스트레스 받지 말자는 게 이번 여행을 준비하며 다짐 또 다짐 한 부분이었다. 물론 이번 여행에서도 주된 포커스는 구직활동과 그에 따른 결과이었기에 면접 준비도 열심히 하고, 실제로 인터뷰를 보러도 다니고, 온라인으로도 이곳저곳 지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외에 시간에는 충분히 쉬면서 재충전의 시간도 확실히 가져주었다. 건강의 중요성을 여실히 느낀 뒤였던 지라 잘 챙겨먹고, 불안한 마음 다스려보려 요가를 하러 가기도 하고. 유럽에서보다 뭔가 더 균형 잡혀있던 동남아 도취여행.
그 덕분이었는지 몸도 마음도 더 여유를 가지고 여행할 수 있었다. 그럼, 여행을 떠난 주 목적인 해외 취업은 어떻게 됐냐고? 과연 나는 원하던대로 해외에서 Work & Travel을 실현 할 수 있게 되었을까?
To be continued,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