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도 타인이다

# 너는 너구나

by 노른자

그동안 아이가 나와 남편을 반반씩 닮았다고 해도 완벽한 타인이라는 것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나와 다른 점을 보면 남편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라고 생각했고, 남편을 닮지 않은 부분은 나와 닮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하나씩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모두 빗나갈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나와 남편을 닮은 아이는 빨간색 반 파란색 반이 아닌 보라색을 띠고 있었다. 나중에는 노란색이나 초록색을 띠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주로 아이를 타인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이유는 나의 부족함을 느꼈을 때였다. 아이가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할 때 남편이나 나의 어릴 적 아주 작은 행동에 끼워 맞춰 버리며 우릴 닮았다고 치부했다. 이런 수많은 경우에 아이는 속마음을 인정받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가 타인이라는 것에 내가 완전히 적응해야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여러 가지 계기가 있었다. 꼼이는 하기 싫은 행동은 주위에서 어떤 칭찬을 해도 하지 않았다. 소위 ‘잘하면 어른들이 칭찬할 행동들’ 말이다. 아이들이라면 어른들이 칭찬할만한 것들을 찾아서 하며 칭찬을 사서 듣기도 하는데, 꼼이는 그런 면이 별로 없었다. 어린이집 선생님한테는 늘 일정한 선을 그었고 애교가 없는 편이라 오해를 사기도 했다. 칭찬스티커 수는 반에서 가장 적어서 선생님의 관심과 우선순위 밖이었다. 어른들 앞에서 일부러 재롱을 부리는 편도 아니었다. 깜찍한 춤을 추고는 다시 보여달라는 성화에도 굳건히 ‘싫어’ 하고 돌아서니 귀엽지 않은 아이가 되어갔다. 칭찬 한마디 더 들으려 달아오른 얼굴로 부끄럼을 참으면서 앞에 나가 춤을 추던, 칭찬이 듣고 싶어서 시시때때로 선생님의 눈치를 봤던 나와 남편과는 다른 모습이다. 사회성이 부족한 건가 심각하게 고민도 해보고 집에서 나와 남편이 타일러 보기도 했으나 아이의 성향임을 깨닫는 중이다.


아이가 이끄는 길

아이와 손을 잡고 밤 산책을 하던 중 아이가 말했다. “엄마 오늘은 저기 안 보이는 데까지 가보자.” 순간 나는 “안 돼. 거기까지 다녀오면 늦잖아. 그리고 추워서 얼른 들어가야 해.” 대답해 버렸다. “힝.. 가보고 싶은데.” 아이는 실망했다. 저 끝이 궁금한 아이의 마음을 나는 언제 이해할 수 있을까? 늦더라도, 춥더라도 기꺼이 아이의 세계에 뛰어들 용기를 단단하게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은 가보자. 내일은 엄마가 저 끝까지 갈 수 있는 시간과 용기를 가져올게.” 아이는 실망한 얼굴을 감추진 못했지만 이내 폴짝거리는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내 마음도 폴짝폴짝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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