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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음내림 Aug 31. 2015

그냥 잘 지내는 척해야 하는 걸까

사실은 잘 지내고 있지 않은데





크고 작은 일들을 겪으면서 내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좋은 사람들만큼 껍데기뿐인 사람들

역시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안쓰러움 없이 위로하고 슬픔 없이

괴로워하고 즐거움 없이 웃고

내심 안되길 바라며 잘해보라고 응원하고

상처받을걸 알면서 상처받는 말을 골라하고








그런 사람들을 하나하나 잘라내 버렸다고

생각해서 이제 행복해지지 않을까 하고

기대를 잔뜩 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깊은 곳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 깊은 곳에 그 사람들이 걸어 들어온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사람들을 내 마음 깊은 곳에 들여놓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야말로 내 선택의 문제였다.









힘들고 어려웠지만 더 크게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그 사람들에게도 거리를 두기 시작했는데 그 어느 때와도 비교할 수 없는 후련함이 있어야 했지만 지금 나는 그 어느 때와도 비교할 수 없는 외로움을 안고 있다.








마음을 너무 많이 줘버려서일까

아닌 걸 알면서도 믿어버린

나에게 주는 하늘의 교훈일까







세상이 끝난 것만 같은 암흑 속에 나 혼자

덩그러니 놓인 기분이 드는데 이마저도

상대방은 원래 없었던 것을 버린 듯 후련해하고

나만 혼자 남아 있는 것은 아닌지 문득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 거듭 된 상황을 겪다 보니 사람들을

너무 잘 믿는 내가 사람들에게 믿음을

못준다는 것은 나의 문제일 테고 그렇다면 나도 앞뒤가 다른 그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어디부터가 잘못된 건지 어디부터

바로잡아야 하는지 그 깊이를 알 수 없어서 두렵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그 마저도 사실은

위선적인 인간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나를 압박한다.


사람을 잘 사귄다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숙제라던데 요즘 부쩍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친구가 없어지면 외로울까 봐 

잘못된 인연인 줄 알면서도

놓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는 사람으로

나이 들기는 정말 싫은데 이제는 나의 판단능력에도 의심이 생겨버려서 나 자신마저

신뢰하지 못하게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무섭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당연히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정말 친구의 행복을 악의 없이 빌어주기도하고, 그 마음이 앞뒤와 겉과 속이 다르지 않고, 많은 이들이 잘못된 오해나에게 손가락질을 할 때 그 편에 서지 않고

친구의 뒤에 서주는 사람은 정말 없는 걸까?







친구라면 마땅히 나쁜 소문이든 좋은 소문이든

그 사람의 평상시의 행실과 됨됨이로 파악해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친구라는 단어조차 거창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애초에 남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어주는

관계 자체가 인간에게는 성립되지 않는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고 싶은

내가 아직 어리고 어리석은 걸까







아끼는 사람을 위해 백번이고 천 번이고

사과하는 일은 마음에 아무런

스크레치도 남기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게 아끼던 사람이

나에게 함부로 할 때의 상실감

도무지 감당이 쉽지가 않다.


난 괜찮을 거라고 주변 사람들의 위로에 답변하듯

대답을 하고는 하지만 무너져버린 믿음을 쌓는 일,

덩달아 무너져버린 내 자아를 일으켜 세우는 일은




정말 쉽지가 않다.






나 자신을 더 아껴주지 못함으로써

빚어지는 일이겠지 싶은 마음이 나를 억누른다.







생각보다 멀리 와버린 내가 안쓰럽다.

여전히 동화 속의 종을 초월한

우정과도 같은 일들을 꿈꾸는 내가 걱정된다.






어려서부터 여기저기 관심이 많았는데

사람에게도 호기심이 많았던 나는 역시

동물들에게도 관심이 많았고 동물들과 친구

되고 싶어서 사람보다 동물에게 잘 보이려 노력했다.





동물들이 날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 싶어

친구 집 강아지를 앉혀놓고 자기 PR을 한적도 있고

이게 부족하다 싶어 개껌으로 유혹도 해봤다.





아빠 차 밑에 숨어있는 고양이에게

오랜 시간 말을 걸어도 보았다.

나는 다 큰 어른보다는 아이동물들

친해지는 방법에 관심이 더 많다.


나는 작은 쥐, 개미, 모든 생물들이 가깝게 느껴진다. 마치 인간처럼.


왜 이러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이상하다는 생각도 해봤지만

나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모든 생물의인화를 시켜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가 아니라 꾸준히 유지되어졌다.

혹시 나, 바보가 되어버린 걸까?



어쩌면 쉽게 상처받는 게 당연한 걸까?







동물과 친구가 된다면 나는 아마

강아지와 정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위선적인 인간보다는 사람이 아니라

동물과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하고 싶은데

여기저기 운을 떼어봐도 바보 같다는 소리만 들어와서 아직 용기는 별로 나지 않으니

지금은 조용히 글만 써야지.








글을 쓰면 몸속에 있던 이 없어지는 기분이 든다.

그러므로 오늘도 이 시원해졌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될지언정

나 자신의 있는 그대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써내려 가다 보면 글의 마무리를 할 때쯤

마음에 묵직한 돌이 올려져 있다가

어디론가 옮겨져 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시원하고 좋다.







많은사람은 알아주지 않아도 좋다.

그래도 내가 사랑하는 친구

가족들만은 내 진심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어느 날엔 나의 브런치를 친구에게 읽어보라며

조용히 내밀어 보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아직은 쑥쓰럽다.








나의 마음의 짐을 친구에게 털어놓고

짐을 더는 일은 아직은 할 수가 없다.

조금만 더 괜찮다고 말해보고 그동안은 브런치에

공개 다이어리를 씀으로써 위로받아야겠다. 오늘도 고마워




진실을 받아들인다는 게 큰 상처가 되기도 하고 받아들이기 힘들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진심도 없었던 사람의 이기적이고 가벼운 마음 때문에 마냥 주저앉아 울 수는  없지.


내 인생의 주인공인 나는 절대 지지 않는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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