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한없이 소중하던 무언가로부터 발길을 거두어야 했던 그런 울적한 날
처음 잃어본 것은 첫 애완동물로
가져본 노란 병아리.
어린 손으로 더듬더듬 집을 만들어주었고
작은 병뚜껑에 목마르지 말라고
물을 가득 떠 담아주었었다.
사랑으로 했던 행위였지만
무지에서 비롯된 사랑은 때로는
큰 상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6살, 어린 나이에 깨달았다.
노랗고 예쁜 깃털에 까맣고 깊은 눈동자의 병아리가 다음 날 힘없이 쓰러져있는 것을 보고는
하루 종일 동네가 떠나가라 울어댔다.
그리고 그 병아리를 동네 뒷산에 묻어주고 십자가를 세워주며 내려오는 길에
바보 같던 나를 처음으로 책망해봤다.
생각해보면 그 감정이 죄책감의 시작이더라
수많은 상실을 경험하더라도 어린 시절의 그 아프던 순간에는 거의 대등해질 수 없다.
순수했던 아이의 가슴에 아마도 처음 균열이 생겼던 날이었으니까.
그 후로도 몇 번의 상실을 경험했다.
연애, 친구, 후배, 스승, 가족.
그 수많은 상실들이 모여
커다란 균열을 만들었고 나이가 들어버리니
생각보다 그 균열을 다른 무언가로
메우기가 힘들더라.
그것이 외로움의 시작을 만든 것 같다.
처음 받았던 졸업장, 처음 받아 본 꽃다발, 연애편지, 나눠 낀 벙어리장갑,
그리고 그 수많은 따뜻하고
다정한 눈빛들 마저도
모든 것이 다 처음이었던 것이다.
마지막이 올 거라는 한마디 말도 해주지 않은 채 곁으로 왔다가 곁에서 떠나간 것들이었다.
나는 매일 매일 매 순간과 이별을 하며
새로운 만남은 새로운 이별을 가져온다는
아픈 진리를 꾹 억누르며
또 새로운 관계에 몰두한다.
그중에는 그로 인해 몇 날 며칠을
앓아누울 정도로 마음이 황폐해지는
아프고 쓰라린 원치 않는 만남들도 있을뿐더러
매일이 너무나 행복하지만
온 마음 가득히 따뜻함을
선물한 채 자기의 자리로 돌아가는 그런,
이별마저 아름다운 이별도 있다.
만남이 가져다주는 설렘과 그 이별로 인해
우리는 수많은 날들을 아파해야 하고
행복해야 하고 되뇌어야 하지만 그 상실마저도 우리에게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주기 때문에
그래도 다시 또 새로운 만남을 기대한다.
차가운 맥주 한 잔에 추억을 되뇌는 밤.
그 수많은 날들이 가진 양면적 의미.
아파하는 것도 기억하는 것도
모든 매 순간이 내 몫이고 나의 날들이니
조금 더 아름답게 생각해야 되겠다.
그들에게도 나의 부재가 아름답기를 바라며
나의 모든 것들의 행복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