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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음내림 Jan 29. 2016

정의된 고독

나의 영혼이 지표면 아래로 가라앉을 때





내 마음 바닥으로 가라앉을 때
길고 깊은 터널 속에 떨어지듯 수많은 환상이 보인다.




나를 다그치는 사람들의 고요한 눈빛과
온몸이 타들어가듯 빛을 내는 아름다운 밤하늘의 별들이 나를 에워싼다.





간혹 꽃향기가 사방으로 퍼져 마침내 나의 온몸을 채우고 

언젠가 내게 다정했던 한마디가 성당의 종처럼 신성하게 귓가를 울린다.






바닥에 이끌리는 동안 나의 감정은 상반된 대비를 이루고 

이는, 여름과 겨울의 온도 차이만큼이나 극명하게 드러난다.







바닥으로, 바닥으로, 중력에 이끌리듯 가라앉을 때면 차라리 이 순간이 반갑다는 생각을 하는데 

어쩌면 누군가는 바닥부터 끝없이 솟아오르는 열정에 희열을 느끼겠지만 잔인한 추락을 경험해본 

나에게는 그 열정마저도 불가항력과 같이 다가와 뿌리쳐 버리고 싶은 복선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 열정이 마치 내게는 잔인한 폭력과 같아 차가운 시선에 의해 강제되기 때문이다.







책망이 나를 등 떠밀고
목줄이 나를 이끌어가고







정해진 틀 안에서 더 좋은 것을 보여야 하는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같을 것이지만
가장 찬란한 순간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며 뒷모습조차 배웅하지 못했던 

살을 찢기는 고통은 나의 긴 터널 벽에 새겨져 감춰져 있다.







중력이 반가워 바닥에 등을 누일 때면
어둠 속에 잔잔히 남아있는 빛나는 존재를
나도 모르게 볼 수 있게 된다.






나의 어둠은 빛을 위한 것인가
현상을 위한 것인가









중력에 이끌리는 나의 무거운 마음이
더 이상 예전처럼 버겁지만은 않다.
그저 나의 눈물과 마음이 내어주는 영혼의 쉴 곳이 되어줄 뿐이다.

무기력의 상징이 아니라 낡은 깃을 제가 뽑아내고 피가 고여도

기어코 그 살을 뚫고 자라나는 새 깃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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