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음내림 Mar 26. 2016

작아 보인다.

내가 아주 작은 아이였을때는 달랐다.




하루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작은 나.

어른이 되면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어리다고 무시하는 어른들의 눈빛,

귀찮도록 집요한 또래 아이들의 장난.

보란 듯이 나의 넓어진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사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해 보이고 가장 근엄한 어른인 나,

나의 말이면 온 세상이 귀 기울이는 미래.








그 미래가 나의 것인 줄 알았다.

그런 어른은 정해진대로 되는 줄 알았다.

순서가 있는 줄 알았다.

그리고 난 그중 하나일 줄 알았다.








그때는 몰랐다.








어른은 준비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래서 그 많은 계단을 올라야 하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하루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나는

미처 준비도 못한 채 어른이 되었다.







어른이 되고 보니 주위가 조용해졌다.

조금 더 신나고 조금 더 자유로울 줄 알았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나처럼 모두들 그저 커버린 육체에 갇힌 어린아이일 뿐이었다.

다들 팔 다리를 버둥거리고 있는 아이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도 보내고 싶어 했던 1분 1초를 수도 없이 등을 떠밀어 보내버리고 

이제야 겨우 시계를 멈췄는데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이 바쁘게 흘러간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이 손에 잡힐 것만 같은 날들이 반복된다.

모래시계를 흐르는 모래처럼 나의 시간도 잡힐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내 안의 작은 아이는 나를 해맑은 얼굴로 올려다보며 물었다.







"어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요. 어른이 되면 무엇이든 할 수가 있겠지요?"









나는 가만히 아이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올린 손에 살포시 힘을 줘 눌러본다.

아이가 무게를 느낄 수 있을만큼만 힘을 줘본다.










아이는 그 무게를 기억하지 못하고 답을 찾아 헤매겠지.

아마도 그 무게를 아이는 까맣게 잊고 누구나처럼 어른이 되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너의 눈동자가 말을 걸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