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싶은 얘기 그리고 심고싶은 얘기
아무리 밝게 웃어보아도 찾아오는 밤처럼,
하얀 모래사장속에 숨어 있다가 내 발가락을
찌르는 작은 유리 조각처럼,
매일 청소해도 늘어붙는 욕실 물때처럼,
겨울이 되면 피어나고 봄이 되면 지는 꽃처럼,
김이 모락모락 나다가도 후후불면
차가워지는 자판기 커피처럼,
고요를 원할 때에도 어김없이 들려오는 바람소리처럼,
보랏빛 달이 보고싶지만
언제나 노랗게 뜨는 저 달처럼,
불을 켜지않아도 때되면 어디선가 틈을 비집고
밝게 비춰오는 아침 햇살처럼,
산책을 나갔을 때 발이 공중을 걷지 못하는 것처럼,
누군가가 자신의 마음에 들어오는 것을 사람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던 스무 살 그때처럼,
분홍색이 분홍색이고 붉은 색이 붉은 색이며
하늘색은 하늘색이고 검은 색은 검은 색이라는
것을 익혔던 꼬마의 첫 공부처럼,
져야만 하는 것이 이렇게 많지만
난 지지 않았어.
바람이 불어와도 걸어나갈 수 있는 것처럼,
해가 밝아 눈이 부셔도 하늘을 바라보며
아름답다 읊조릴 수 있는 것처럼,
목이 마르면 물을 떠 마실 수 있는 것처럼,
하얀 벽이 싫으면 파란 페인트를
칠하면 되는 것처럼,
땅이 날 뱉어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부터
날개를 달고 하늘을 여행하는 꿈을 꾸는 것처럼,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를 내 몸 어딘가에
오래 기억해둘 수 있는 것처럼,
첫 자전거는 네발이었지만
지금은 두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것처럼,
1+1을 배웠지만 6÷2를 몰라 한동안 헤매다가
369÷9도 식은 죽 먹기보다 쉬워진 오늘처럼,
어두우면 간단히 스위치를 눌러
방을 밝히는 일상처럼,
번호를 못외워 늘 전화번호부를 들여다보던 내가
누군가의 번호를 외워 떠올릴 수 있게 된 것처럼,
영화관에 가면 사방을 둘러보며 놀라던 아이가
이제는 결제하며 포인트 적립카드를 내미는 것처럼,
이렇게 내가 이겨왔던 것들도
셀 수없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나에게는 앞으로도 할 수 있게될
어떤 일들이 셀 수 없이 많아질 거야.
모두에게 그렇겠지.
어느순간
'내가 이걸 하지 못했다'는 것도 잊어가게 되겠지.
그러나 모든 것을 알수는 없을테고.
해가 밝아온다면 햇살에 몸을 담그고
밤이 찾아온다면 별빛에 찬사를 보내며
다시 밝아올 내일을 위하여 기다림을 갖겠지.
고민해서 좋은 날이고
치열해서 감사한 마음이야.
삶을 대하는 태도가 이만하면
꽤 탐구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언젠가는 잊지않고 고민해줬다며
좋은 보상 있지않겠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살아서 좋았던 날들만 남을테니.
그저, 작은 바람 하나 빌어보자면
하늘이고 우주고간에 내 안에서
시작한 작은 울림이
창문에 바람손님 기다리며 매달아놓은
작은 종이라도 한번쯤 쳐주지않겠느냔말이야.
이상과 현실, 삶과 죽음.
그 가치에 대해 의문을 갖고 싸우는 거
난 그거 아주 인간답고 좋다고 봐.
그리고 그런 사람이 더
매혹적으로 느껴지기도하고.
삶을 마주하는 태도.
그게 가장 중요한 거 아니겠어.
어차피 우리 모두는 같은 세상 아래서
똑같이 흐르는 한생을 살아가니까.
치열할수록 마음을 울리지만
그 마음은 또 정처없는 여행을 떠나겠지.
시작을 잊고 끝에서 시작으로, 시작에서 끝으로.
그러다 길끝에 도달해 퍼져 메아리치면
곧은 자세로 바라보며 내가 여기 있었음을
당당하게 알리고 갈 수 있지 않겠어.
가슴에 손을 얹고 '살아서 좋았다'하고
시저가 승전보에 적어외친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처럼 말야.
난 그러니 무조건
지지않아.
아니, 그보단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나답게 살래.
어차피 죽는 방법도 누가 정해주는 게 아닌데
사는 방법도 내가 정하면 되는 거지 뭐.
그러니,
모두 같은 날에
함께 살자.
우리에게 보이는 달은 쉼없이 뜨고 지지만
사실은 늘 그 곳에서 우리를 지키고 있어.
자,
기죽지말고.
또 함께 살아보자고.
살아서 좋은 내일, 만나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