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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음내림 Jul 15. 2017

자의적 불면증


바쁘게 내려앉는 빗방울 소리가

어쩐지 내 마음을 재촉하는 듯 하다.


떠올리라고, 떠오르라고.


굳이 떠올려 가슴 아파하면 뭐하나싶은 사람

얼굴을 퐁당 퐁당 사방 팔방에 던져놓는다.


이 집 앞마당 아스팔트 위에 떨어지는 듯, 어쩌면 그보다는 내 가슴 정가운데 한방울 한방울 빠져오는 듯.


비를 참 좋아하는 나에게 들리는 오늘의 비 내리는 소리가 아파서 후두두둑하는 박자에 맞춰 몸서리친다.


그리움의 소리인지

간절함의 소리인지

미련함의 소리인지

첫사랑의 소리인지

아니면 그 모든것의 소리인지.


창을 따라 넘실대며 코끝을 파고드는 저 비내음이

매일 그렇게도 달더니 오늘은 많이 찬게 영 이상하다.


내가 오늘따라 누구하나 절절히 그리워한 거

어떻게 알고 저리 찾아 내리는지 나는 소리나게

마음바닥 두드리고 떠나가는 저 빗방울들에게 묻고싶다.


아니, 도대체 누가 알고 보낸거냐고.

내가 와달란 얘기한 적 없는데 어떻게 알고 마침

시간 맞춰 찾아들었느냐고.


저네들과 내 마음에 서로 이끌리는 자성이 있는건지 뭔지 하면서도 어쩐지 고맙기도하고...

어쨌건 내가 이 시간, 이 날씨, 이 빗소리와 비내음에 위로 받고 있음을 나의 온몸 모든 것들이 참 절절히도 느끼고 있는 듯 하다.


잔뜩 예민해져서 부풀어 터질듯한 곪은 상처처럼

닿는 손길 기다리는 듯 빗소리에 피부를 맞대고

뜻모를 희열을 느끼고 있다.


곧 터질것이 분명함을 알면서 주위를 괜히 맴돌며

스윽 스윽 빗방울 부딪혀 흩어지는 소리에 감각을 내던진다. 



그러다가 문득,


마음에 못이룬 사랑 담고 있는 사람

절대 만나지말자 다짐한다.

그리고 그전에 해가 쨍하니 들어도, 비가 시원하게 몰아 떨어져도 이래나 저래나 마음 구석에 묻어 씻기지도 않는 이사람 제 갈길 가기전에 나먼저 다른 이 들이지말자고 다짐한다.


외롭고 고독해 피부 살갗이 찢어지는 듯

괴롭고 쓰라려도 뒷모습이 처량한 반쪽이 되지는

말자고 마음을 다잡는다.


오늘 비는 먼데, 어디

사연 많은 동네에서 놀다가 왔나보다.


비냄새 맡고있자니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드는것을 보면 그 사람 집앞에서부터 끙끙 앓아가며 우리 집까지 찾아왔나싶기도 하다.


"너 내곁에 있을적에 나를 더 사랑하지 못하고

내 속을 까맣게 태워놓고 이제야 날 그리워하는 죄. 니가 제일 좋아하는 비오는 날에 쉼없이 내 생각에 사무치는 벌로 갚아라." 하며 그 사람이 보냈나싶다.


좋아하는 비내음 질리도록 실컷 맡아두려고 했더니

왈칵 왈칵 코에 따라드는 흙냄새가 그 사람 냄새같기도 하니 더 맡지말고 코를 그냥 닫아버리련다.


게 벌주려고 비까지 내리는거라면 그 사람은

지독하게 기억되어도 조금은 괜찮은,


그리고 꽤 괜찮았던 사람이 아니었을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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