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재택근무를 경험하며
재택근무를 한 지 약 한 달이 되어간다. 지난 3월,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 19가 폭발적으로 확산될 때 약 3주간의 재택근무를 했다. 당시 재택근무를 하며 느낀 단상을 정리하기도 했다.("재택근무를 해도 회사는 무너지지 않았다." https://brunch.co.kr/@imbetty/5). 그런데 다시 이렇게 장기간의 재택근무를 하게 될 줄이야. 부정하고 싶었지만 '포스트 코로나'가 아닌 정말 '위드 코로나' 시대를 살아야 하나 보다.
우린 비대면 업무에 제법 적응했고, 만나지 않아도 일을 제법 잘한다.
처음 재택근무를 경험했을 땐 "재택근무를 해도 회사는 무너지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만나지 않아도 일이 어찌어찌 돌아가는 게 신기했다. 물론 모든 게 처음이라 낯설고 불편했다. 캐주얼 한 복장으로 동료들과 화상회의를 하는 것도. 커뮤니케이션 툴을 통해 비대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도. 특강을 화상으로 진행하는 것도. 사무실에 있을 때 보다 더 능동적으로 일을 찾아 해야 하는 것도. 하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 우린 비대면 업무에 제법 적응했고, 만나지 않아도 일을 제법 잘한다.
'나만 적응했나?'라고 느낄 즈음, 부서장님이 질문을 던졌다. '재택근무, 할만한가요?' 의외로 많은 팀원들이 재택근무에 적응했다고 답했다. 특히, 업무의 집중도가 눈에 띈다. 중요도가 높거나 고민이 많이 필요한 업무를 진행할 때 훨씬 집중도가 올랐다는 것이다. 나 또한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서, 기획이 필요한 업무의 경우 수월히 집중할 수 있었다. 즉, 대부분의 부서원들이 이전보다 훨씬 수월하게 재택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이에 영향을 준 몇 가지 요소들을 꼽아보았다.
커뮤니케이션 도구의 홍수 시대다. 하나에 익숙해질 때쯤 새로운 기능을 가진 도구들이 나온다. 처음엔 이런저런 도구들을 여러 개 써봤는데, 오히려 툴을 익히는데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다. 이젠 사용하는 도구들을 좁혀나갔다. 대표적인 커뮤니케이션 도구로는 국제본부 권유로 인해 팀즈를 활용했다. (국제본부의 대부분의 직원들은 팀즈를 활용) 전사적으로는 그룹웨어를 기본적으로 사용하나, 팀 내부적으로 팀즈를 통해 업무를 진행해보며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사전에 연습해 본 것이다. 때문에 재택근무를 할 때에도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무리 없이 활용하며 업무를 진행할 수 있었고, 화상회의는 주로 팀즈 내에 '영상콜'을 활용했다. 개인적으로는 링크를 공유하지 않고 바로 콜을 걸 수 있어서 줌보다 훨씬 간편했다.
형식은 내용을 지배한다. 주요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바뀌면, 기존의 업무 방식도 바뀐다. 사실 이전에 이메일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할 땐 업무가 실시간으로 공유된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첨부파일을 보낼 때마다 메일을 쓰는 것도 얼마나 귀찮던지. 받은 메일함에 대용량 자료들이 공유되면 자료를 보기도 전에 부담감이 밀려왔다. 확실히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활용하니 업무의 과정이 투명하게 공유되고, 동료 간 피드백이 좀 더 활발히 일어났다. 채널을 추가하여 타 부서와의 협업도 수월하니 좀 더 애자일 하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었다. 새로운 업무방식에 익숙해지는 건 나뿐만 아니라 리더에게도 큰 도전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실제로 팀장님께서는 팀원에게 준 피드백이 실시간으로 공유, 기록되기에 피드백에 대한 부담이 좀 더 생겼다고 하셨다. '상시 피드백'이 중요해지는 시대에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전환이라고 생각한다.
조직문화 프로젝트 중 하나로 직원들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전국의 직원들(표본 그룹 대상)을 만나 그룹 인터뷰를 진행하는 게 애초의 목적이었는데 코로나 19로 인해 현재는 비대면으로 진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온라인으로 하는 인터뷰가 그렇게 어색할 수 없었다. 인터뷰가 끝난 후, 매번 진행한 인터뷰에 대해서 팀원 간 피드백을 진행한다. 그때마다 오프라인이 주는 친밀감, 집중도를 온라인에서도 적용하기 위해 개선점을 찾아내곤 했다. 솔라리움 카드 없이 아이스 브레이킹을 하고, 고민이 필요한 시간엔 음악을 적절히 on/off 하는 것도 어느덧 익숙해졌다. 이젠 오프라인만큼이나 온라인에서도 결과물을 내기에 충분한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고, 무엇보다 효율성 면에서는 최고다. (매일 여러 지역을 넘나들며 인터뷰할 수 있다.)
어느 날 상사가 한마디 했다. 지금 정말 혁명을 겪는 것 같다고. 그만큼 짧은 기간에 우리는 일하는 방식에 있어 많은 변화를 겪었다. 만나지 않아도 우린 제법 일을 잘하고 있었고, 이미 일하는 방식의 새로움을 경험한 우리가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물론 이전의 방식으로 회귀할 수 있을진 모르겠다. 하지만 인재 확보에는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리모트 워크'는 뛰어난 인재들이 요구하는 근무조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엔 직원들과 스마트워크에 대해 공부하며 이에 대한 생각을 종종 나눈다. 새나라의 어린이처럼 9-6의 사람으로 길들여진 우리에겐 혁명의 시기를 보내며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인사/조직문화를 하는 우리가 먼저 근무형태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위기의식에서다.
앞으로 얼마나 더 큰 변화들이 눈 앞에 펼쳐질지 모르겠다. 할 일이 정말 많다. 스마트워크에 대한 리더 및 구성원들의 마인드 셋, 협업에 방점을 둔 스마트 오피스 구축, 새로운 성과관리 도구, 비대면 교육 등. 더욱 세밀히 준비해야겠다. 더 큰 변화가 다가와도 침착할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