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클래스 회고 : 쓰기에 관하여

by 베티

매달 1회 사내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현 회사에 이직 후, 어언 2년간 매달 운영했다. 그러고 보니 운영한 클래스만 거의 30개가 돼가는 것 같다. 주로 점심시간에 진행되는 런치 클래스로, 신청자를 받아 운영한다. 기획, 섭외, 운영을 다 하기에 가끔은 1인 사업가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갑자기 왜 이야기를 하냐면. 매달 진행하는 사내 클래스가 그냥저냥 루틴으로 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 매번 더 유익하고, 인사이트 있는 클래스를 기획하고 싶은데 글로 남긴다면 회고도 할 수 있고, 무엇보다 지금껏 진행한 클래스가 휘발되지 않을 것이다. 또 생각해보니 다른 곳에서 진행하는 특강을 들으면 뭐라도 필기하며 들었던 것 같은데, 정작 내가 기획한 클래스에선 무엇을 느꼈고 배웠는지를 기록하지 않았었다.


게으른 내가 갑자기 기록에 대한 의지가 불끈 솟은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마침 오늘 사내 클래스는 쓰기에 관한 것이었다. 며칠 전 나지막한 소문으로 옆 부서의 과장님이 자비출판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출판금을 마련하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도 진행했는데, 생각했던 목표액을 훌쩍 넘겼다고 한다. 냉큼 책도 구매해서 읽어보았는데 한동안 나의 출퇴근길을 몽글몽글하게 만들어 줬다. 눈물도 찔끔 마음으로 훔쳤다.


책은 2년여간 폐암 투병을 하신 엄마 이야기와, 상실 이후 저자의 삶을 그리고 있었다. 직원들에게도 공유하면 좋을 것 같아, 과장님께 냉큼 북토크식의 클래스를 열어보자고 했다. 과장님은 흔쾌히 수락하셨고, 저자와의 만남 '북토크' 형식의 클래스를 기획하게 된 것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단순히 "책을 출간했어요."가 아니었다. 과장님은 10여 년 간 꾸준히 글을 써왔다고 한다. 거창한 글이 아닌 매일매일 있었던 에피소드, 감정을 여과 없이 일기형식으로 써 내려간 것이다. 그렇게 글을 쓰다 보니 글이 삶이 되었다. 엄마의 폐암 투병이라는 힘든 시기에도 늘 습관처럼 글을 썼다.


그 글에는 고통만 있었던 게 아니다. 엄마와 함께 했던 추억, 행복, 미소도 곁들여 있었다. 차곡차곡 써 내려간 글은 어쩌다 보니 한 권의 책이 되었다. 과장님은 책을 통해 돌아가신 엄마가 활자로 생생히 살아있음을 경험했다고 한다.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와 지난했던 투병의 시간들, 때때마다 느꼈던 나의 감정들, 엄마를 상실한 이후의 삶을 빼곡히 기록했다. 엄마를 잊을까봐 글을 남겼고, 기억은 휘발되지 않았다.


글은 내면을 돌아볼 수 있는 사진과 영상이라는 과장님의 말도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내 옛날 사진과 영상을 보며 과거를 추억하곤 한다. 하지만 사진과 영상은 나의 과거 모습, 즉 외적인 부분만 남겨진다. 그렇다면 우리의 내면은 어떻게 남길 수 있을까? 바로 글이다. 훗날 내가 쓴 글을 읽으면, 더욱 성숙해진 현재의 나로서, 과거의 나의 내면을 돌아볼 수 있다.


그래서 나도, 오늘은 뭐라도 써야겠다. 브런치도 얼마 만에 열어보는지 모르겠다. 이 의지가 언제까지 갈진 모르겠지만 매일 루틴처럼 이뤄지는 나의 일도, 나중에 돌아보면 값진 경험으로 남겠지. 하지만 기록하지 않는다면 이 값진 경험이 휘발되고 말 것이다. 훗날 더욱 성장하고 성숙해진 어른이가 된 나를 상상해본다. 매달 어떤 클래스를 기획할지 머리 싸매던 꼬꼬마 대리 시절 생각하면, 참 귀여울지도 모르겠다. 그때를 위해 오늘 하루를 기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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