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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응밍 Apr 22. 2020

당신의 슬픔을 봅니다.

<우리는 다시 한번 별을 보았다>, 제이슨 그린


죽음의 그림자는 무겁다. 마주하기 싫지만 언젠간 만난다. 어떤 죽음을 예상하고 있더라도 그 맞닥뜨림은 언제나 부인하고 싶다. 그렇다면 누군가의, 아니 자신에게 더없이 소중한 이의 예상치 못한 죽음은 어떻겠는가. <우리는 다시 한번 별을 보았다>는 세 살배기 딸을 떠나보낸 아버지, ‘제이슨 그린’이 써 내려간 글이다. 저자의 딸 그레타는 외할머니와 함께 건물 벤치에 앉아 있다가 8층 창턱에서 떨어진 벽돌에 머리를 맞아 의식을 잃는다. 그때부터 제이슨과 아내 스테이시의 평온했던 일상은 엉망진창이 된다. 찬란한 순간들이 앞으로의 기나긴 삶 속에 놓여있어야 마땅한, 어린 딸의 죽음은 차마 언어화할 수 없는 경험이다. 섣부르고 어설프게 공감하거나 위로할 수 없다. 저자는 자신의 감정을 담담하고 정제된 말로 표현하지 않는다. 솔직하고 모난 말들로, 흰 종이에 자신의 분노와 슬픔을 빽빽이 채웠다. 활자 하나하나가 슬픔의 응어리를 만들어 숨구멍을 막고, 저자의 모든 감정이 불붙듯 번져갔다. 일상의 모든 곳에 침투해있던 존재가 사라졌다. 이 참담함에 대해 뭐라 말할 수 있을까. 모든 시간과 공간에 상실의 그림자가 넘쳐 올라 가슴을 옭아매는 순간들. 그 순간에 서서 저자는 글을 써 내려간다. 고통의 치유가 딸의 존재를 망각하게 하는 게 아닐까 두려워하기도, 주변의 평범한 일상과 행복을 증오하기도 한다. 하지만 제이슨과 스테이시는 상실과 그 고통에서만 머무르지 않는다. 현실을 마주하고, 자그마한 희망부터 차근차근 쌓아나간다. 그리고 깨닫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되리라. 비극 너머에 여전히 나아가야 할, 살아내야 할 삶이 있고 주변의 공기에는 따뜻한 사랑과 애정이 가득 깃들어 있음을. 부부는 자식의 죽음을 삶으로 끌어안고 세상을 비추는 따스한 빛을 맞이한다. <우리는 다시 한번 별을 보았다>는 그 참담함에 걷잡을 수 없이 슬퍼지다가도, 제이슨과 스테이시의 용기를 통해 한 번 더 희망을 목격하게 한다. 사방이 칠흑같이 어두운 밤의 길목에서 빛나는 별을 찾기까지. 당신의 슬픔을 보고, 당신의 고통을 느끼며. 이 용기 있는 여정을 함께할 수 있음을 감사하며.


글. 아트나이너 최은민          




예술영화관 아트나인, 엣나인필름의 서포터즈 아트나이너 10기로 활동하며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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