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일하는 게 왜요!?!
개학 연기 9일 차, 재택 5일 차
오늘로 개학이 연기된 지 9일째. 유치원과 초등학교 사이에서 잠시 붕떠버린 시간이 3주나 된다. 다행히 회사의 배려로 지난주부터 며칠간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우리 회사도 여러 차례 재택근무를 할지 말지 논의가 이어졌다. 하지만, 아쉽게도 일부만 재택을 하기로 했다. 코로나 확진자가 크게 늘어나는 지역의 직원들. 그리고 나처럼 아이돌봄이 필요한 직원들이 대상이다.
재택근무에 익숙하지 않은 회사들은 고민이 늘어간다. 일을 제대로 하는지 어떻게 확인하지? 일의 효율성이 떨어지면 어떡하지? 커뮤니케이션이 잘 될까? 시작에서 겪는 고민들이다. 이러한 고민에 따라 재택근무 방침을 어떻게 할 지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출퇴근 보고를 할 것이냐, 시간에 따른 업무 일지를 쓸 것이냐 등등 여러 의견이 오갔다. 결국, 업무 공백이 생기지 않는 두 가지 원칙이 생겨났다.
- 데일리 업무를 관리자와 상의하기
- 메신저나 메일로 근무시간 동안 수시로 연락이 닿기
직원을 믿을 수 없어서 이러한 기준들을 고민하는 건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몇 일간의 사례를 보고 회사가 왜 이러는지 이해가 됐다. 어떤 직원은 부재중 회신 메일에 이런 문구를 남겼다.
재택근무 중이라 메일을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다녀와서 연락드리겠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재택근무. 말 그대로 업무장소가 회사에서 집으로 바뀐 것뿐이다. 어떤 직원은 팀장에게 이렇게 물었단다. '재택근무로 아이를 돌봐야 하는데 평소보다 일을 반 정도로 줄여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하아.... 아이를 돌보느라 일을 처리하기 힘들다면 연차를 내면 된다.
실제 재택근무는 문제일까? 3일 정도 재택근무를 해보니 분명한 장점과 단점이 있다.
(장점)
+ 출퇴근 시간을 줄이니 그만큼 생활의 여유가 생긴다. 당연히 아이들을 돌볼 시간도 확보된다.
+ 무슨 옷을 입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편하다.
+ 일을 안 한다는 얘기를 들을까 평소보다 더 열심히 일한다.
+ 내가 책상에서 일을 하니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책상에 앉는다.
(단점)
- 커뮤니케이션 효율이 떨어지고 특히, 회의는 집중도가 떨어진다.
- 익숙한 공간이다 보니 스스로 관리하지 않으면 집중도가 떨어진다.
- 대화 상대와 밥상 대가 없으니 외롭다.
일을 하는 동안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책상에 앉아 할 일을 한다팀장의 입장은 어떨까? 육아를 하는 팀원도 비상상황인지라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업무관리가 안되느냐? 그렇지 않다. 우리는 협업 툴을 이용해 업무 프로세스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눈다. 메신저가 있으니 실시간 소통도 가능하다. 평소 공유를 많이 하고 신뢰가 쌓여있으니 공간의 제약은 큰 문제가 안됐다.
몇 일간의 사례를 비춰볼 때, 스스로 전문적으로 일하는 사람들(프리랜서)에게는 재택근무가 매우 훌륭한 방식이다. 회사에서는 여럿이 하나의 일을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아 재택만으로 일이 돌아가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잘 섞어서 오피스와 재택을 병행하는 형태가 가장 이상적이기는 하다.)
기업에서 성공적으로 재택근무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필수조건들이 존재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문화'다. 수평적이고 유연한 기업문화가 뒷받침되어야 일도 굴러간다.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문화에서는 자발적인 업무가 진행되기 힘들다. 우리 회사의 모팀장은 재택근무하는 팀원에게 시간별 업무일지를 내라고 했단다. 불신이 만든 행태다. 긴 보고라인이 존재한다면 이 또한 재택근무로는 업무가 잘 진행되기 어렵다.
두 번째는 시스템이다. DT가 잘 되어 있어야 장소와 상관없이 업무를 이어갈 수 있다. 시스템은 커뮤니케이션 지원과 자료 공유화로 나눌 수 있다. 재택근무 중 여러 회의가 스카이프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다들 어색해했지만 곧 익숙해져서 순조롭게 진행됐다. 사내 메신저나 팀즈로 의사소통이 빠르다. 문서 아카이브가 잘 되어 있는 편이라 회사 자료를 찾기가 어렵지 않다. (디지털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재택근무를 힘들어한다. 그분들이 재택을 반대하기도 한다.)
지금 많은 기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재택근무 테스트 중이다. 이왕 이렇게 된 바에 신종 코로나가 스마트 워크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본다.
<워킹맘 살아남기: 재택근무 노하우>
워킹맘의 재택근무는 진정한 워킹+육아입니다. 회사에 나가는 게 훨씬 편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거에요. 둘 다 성공적으로 해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원칙을 지키는 것이 좋습니다. 우선, 일과 육아를 분리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보세요! 또, 나는 재택근무이니 평소보다 적게 해야지?라는 생각은 버리고 더욱 더 일을 제대로 해야지!하고 집중해야 합니다.
- 도움이 되요!
업무를 시작하기 전 잠시 산책을 다녀오기(기분 전환에 성공적), 점심은 시켜먹기(지치는 것보다 나아요),
아이들에게 새로운 놀거리 만들어주기(퍼즐, 클레이, 색칠공부 등등등)
- 도움이 되지 않아요!
거실에서 일하기(일도 육아도 다 안됨), 밥먹으면서 일하기(나중에 신세한탄하게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