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30 연탄 봉사 후기 및 결산 공유
몇 년 전, 성당에서 처음으로 연탄 봉사를 다녀온 후, '아, 이 봉사는 겨울에 한 번씩 꾸준히 해야겠다.'라고 생각했었다. 2017,8년은 그렇게 성당을 통해 친구들과 함께 했고, 2019년에 우연히 (사)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을 알게 되고, 개인적으로 신청해 봉사를 해봤다. 단체로 신청해야 하는 연탄봉사는 늘 기부금도 일정 금액 이상 내고해야 하는 봉사다. 돈도, 시간도 내서 몸을 쓰고 하는 봉사인 셈.
그러다 2020년 겨울, 코로나로 인해 기업의 연탄 후원금과 연탄 배달 자원봉사자가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아, 그럼 내가 일단 내 주변 사람들을 모아볼까?'라는 생각으로 구글 폼을 만들어 가까운 이들에게 공유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트위터 랜선 지인, 그리고 가족, 친구, 성당 동생들 등등... 그 구글 폼이 돌고 돌아, 총 127명의 기부자의 기부금을 받았고, 코로나로 인한 서울시 집합 금지로 한 달 연장된 오늘의 연탄봉사에는
총 29명이 신청해 26명이 함께 했다.
국민대 학군단에서 집결해 서울시 성북구 정릉동의 6가구, 1200장이 목표였는데 연탄봉사가 처음인 이들이 많았고, 동선이 너무 길고, 계단 많고 언덕이라서.. 쉽지 않았다. 6가구 중엔 오랜 시간 봉사하신 분들이 있는 팀이 우리가 해야 하는 곳도 두 곳을 더 해주셔서, 나와 함께 한 이들이 직접 연탄 배달한 곳은 4가구였다.
"이 지역은, 연탄 배달 업체에서도 잘 안 가려고 해요. 돈을 더 주어도 배달을 안 하려고 해요." 담당자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힘들지만, 그 수고로움이 꼭 필요한 곳에 쓰인다는 것을, 연탄 창고에 200장의 연탄을 수를 세어 잘 쌓는 일이 쉽지 않음 일이라는 것을 다시 알게 됐다.
"연탄이 이렇게 무거운 지 몰랐어요.", "계단이 생각보다 힘들었는데.. 그래도 꼭 필요한 곳에 배달한 거라서 너무 기분 좋아요.", "기모 레깅스에 히트텍 입고 왔는데 이제 너무 덥네요." 등등등.
분명 연탄을 나르는 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따뜻함을 받을 수 있는 일이라는 걸, 배달하는 우리에게도 직접 전달됨을 깨닫는다.
디자이너 친구에게 현수막을 부탁하고, 그림 그리는 친구에게 그림을 부탁하고... 동네 오래된 문구점에 프린트와 코팅을 하러 가서, 라텍스 장갑이 비싸 그냥 천 원짜리 비닐장갑을 샀는데, 프린트물 (연탄봉사 홍보 그림)을 보고는 "좋은 일 하는데, 날 추운데 나는 못 가고 30명이 모인다고 하니 이거 선물로 드릴게요. 잘 다녀오세요!" 라며 내가 결제한 금액 3배가 되는 장갑을 선물로 받았다. 부탁하고, 부탁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레 받은 것들에 봉사의 준비부터 정말 따뜻한 시간을 선물 받았다.
초반 기부금 모집하며 정말 큰돈을 보내준 S님은 "돈 내는 게 그래도 쉬운 거지요. 작가님, 겨울 추운데 연탄 배달 봉사하러 가는 분들이 대단하십니다! 제 기부금에선 그분들, 봉사 후 드시라고 우유라도 꼭 하나 사서 넣어주세요."라는 말을 해주셨다. 봉투에 사탕과 초콜릿 우유, 친구가 그려준 그림이 담긴 메시지 엽서를 넣으며 정말 즐거운 겨울의 기억을 만들었다.
연탄으로 누군가의 집이 데워지고, 연탄재를 염화칼슘 대신 길 위에 뿌리며 누군가의 걸음이 미끄러지지 않게 하고. 우리 각자의 겨울의 연탄 한 장만큼의 의미를 다 하고 살아가는 지도 돌아본다.
혼자의 힘에 용기를 더해준 많은 분들에게 감사를 보냅니다! :) 봉투 안 메시지를 다시 한번 공유하며!
타인을 위해 겨울에 몸과 마음, 돈과 시간을 나누며 2021년을 시작한 여러분!
나와 다른 타인을 만나고, 평소에 자주 가지 않던 동네에 가 보고, 내가 하던 행동과 다른 일을 하는 것도, 큰 의미의 여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19로 많은 것들이 위축된 날들이지만 용기 낼 일은 더욱 크게 용기 내고, 행복한 일은 나누며 지내는 한 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함께 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2020년 겨울, #여행작가이지나와연탄봉사 결산보고합니다. :)
2019년의 봉사 후기
https://www.instagram.com/p/BssFpDzjQRg/?igshid=1hv93vuzefm9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