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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나 Sep 19. 2022

2019.05.01

#삼우미사 #감사드리는일

오늘 오전, 성당에서 삼우미사를 드리고 엄마를 모신 곳에서 삼우예식을 마치며 장례 일정을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빈소에 찾아와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문자를 보냈다.     

-

저희 엄마 우명옥 로사리아를 위해 기도해주시고 같이 슬퍼해 주심이

저는 물론 가족 모두에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의학적으로, 간병으로, 개인적 시간으로, 종교적으로 정말 최선을 다해

여한 없이, 기쁘게 보내드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천천히 일상으로 돌아가 살아가야겠지요. 감사합니다.

‘지금’이 우리의 전부임을 이렇게 또 깨닫네요.

찾아주신 발걸음, 함께 흘려주신 눈물을 오래 기억하며

엄마의 영적, 정신적 유산을 지키며 살아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엄마의 장례를 치르는 동안, 슬픔 속에서도 기쁨과 감사한 일이 정말 많았다. 잊기 전에 기록해본다.     


-부활절이 지나고 천국 문이 활짝 열려 있다는 부활 8일 축제 시기에 보내드릴 수 있었던 것

-호스피스 병동에서 우리가 가장 좋아했던 간호사분이 일하는 시간에

그리고 삼 남매가 모두 병원에 있을 때 남동생의 손을 잡고 임종하신 것

-엄마 임종 직후 잘 아는 수녀님이 병실에 와 주신 것

-엄마가 호스피스병동에 계시던 21일이라는 시간. 가족들이 고민하고 생각할 그 시간이 허락되었기에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었고 우리가 가장 잘 아는 엄마를 엄마의 방식으로 추모할 수 있었던 것

-호스피스병동 입원 기간 중 엄마를 사랑하는 고등학교 동창분이 다녀가셨고, 엄마가 고모였지만 멘토였고

한국에 오는 이유였으며 히어로(Hero)였다는 조카가 방문해 간병할 수 있었던 일

-입관 후 엄마 모습이 정말 편안하고 아름다웠던 것

-장례지도사 분의 세심한 배려로, 병원에서 돌아가신 엄마가 영정사진으로나마 잠시 집에 들러

자신이 가꾼 정원과 자주 앉아 있던 소파, 안방, 몇 달 나와 함께 잠을 자던 방 등을 보고 떠날 수 있었던 것

-부산에 계신 이해인 수녀님께서 본인은 올 수 없으니 서울의 수녀님을 보낸다며 많은 수녀님이 와주신 것

-장례미사에 엄마가 유독 사랑한 신부님들이 함께 해주신 것

-월요일 새벽 6시 미사에는 본래 성가대가 없지만, 장례미사에 봉사하는 성가대분들이 나와주셨고

내가 간병하며 힘들 때 자주 들었던 성가 〈아무 것도 너를〉이 선독되어 특송으로 나왔던 것

-냉담자인 가족들도 장례미사에서 깊이 감동 받고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

-엄마와 그룹으로 만났던 몇몇 분이 “우리 두 팀이 이제 같이 만나기로 했어요.

 모임 이름은 누가 뭐랄 것도 없이 ‘로사리아회’가 됐어요.” 하시며 웃으시던 것

-가족들이 모두 모여 본당인 성전에서 함께 할 수 있었던 것

-평생 잊지 못할 미사를 엄마를 사랑하는 분들과 거룩하게 봉헌할 수 있었던 것

-오늘 삼우미사를 위해 엄마와 친한 반주자분이 미리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성가가 뭐예요?”라고

 물어봐주셔서 성가 〈로사리오 기도 드릴 때〉가 오늘의 끝 곡이 될 수 있었던 것

-천주교에서 5월은 성모성월인데, 그 시작을 성가 〈성모의 성월〉로 할 수 있어서 기뻤고,

 이 곡을 부르며 가족들도 위로받을 수 있던 것     

장례식장에 엄마와 가까웠던 분들이 보내주셨던 호접란. 위로하는 법, 같이 슬퍼하는 법도 가르쳐준 엄마.



2019년 4월 26일 세상 하나뿐인 엄마가 돌아가신 뒤

인스타그램에 엄마의 세례명을 딴 #로사리아의선물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글쓰기란 사랑하는 대상을 불멸화하는 일' 이란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의 말을 아낍니다.

이제, 세상을 떠난 엄마이지만 엄마와 나눈 시간, 말과 행동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글로 남겨둡니다.

훗날, 엄마를 잃게 될 많은 딸들과도 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정리하고 있습니다.

제 10회 브런치북 응모를 위해, 지난 글을 정리해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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