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돌아가시고 맞은, 두 번째 어버이날
어느새 엄마 돌아가시고 두 번째 맞은 어버이날.
아침 일찍 운전해서 엄마 모신 곳에 작은 카네이션을 달아두고 왔다. 2주기를 목표로 했던 책 작업은,
보다 긴 글로 잘 정돈해서 쓰고 싶은 마음에 오래 알고 지낸 언니 이자 프리랜서 출판 편집자인 언니와 함께 만들고 있다. 지난주에 첫 마감을 했기에 그 원고, 또 편집 계획서와 엄마가 생각나는 그림책, 또 엄마와 함께 만든 책을 들고 납골당에 다녀왔다.
‘딸이 엄마에게, 엄마가 딸에게 선물 일 수 있는 삶’
2012년에 만들고 5쇄까지 찍고 지금은 절판된 책 <엄마 딸 여행>을 엄마 옆에서 읽으며 내가 과거의 나에게 위로받고, 깊이 감사했다. 이전의 책을 통해 출판사에서 이 기획을 제안받고, 일정 부분 여행 경비 지원을 받아서 떠났던 여행의 시간이, 돌아가신 뒤에 나를 위로하고, 또 기록되어 있기에 잊지 않을 수 있었다. 엄마와 나의 당시 기분, 느낌 등을 물론 내 시선과 내 언어로 정리했지만, 엄마에게 질문하고, 엄마의 말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던 나의 그 시절이 지금의 나에게 큰 사랑이 되었다.
기록이란, 표현이란, 사랑이란!
돌아보면 나의 삶에는 '죽음', '헤어짐', '영원하지 않음'의 화두가 있었기 때문에, 늘 제때 표현하고 나누는 삶. 그 나눔이 큰 것이 아니라 작은 마음, 시간, 용기였음을 돌아보며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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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이곳에 모셔지는 분의 상조회사 차가, 상주인 가족들이 있었다. 어버이날이라 곳곳에 꽃이 놓여있었는데 그것 또한 뭉클하다. 생각해보면.. 나를 낳은 (키워준 부모님은 둘 이상일 수 있지만) 하나뿐인 엄마, 아빠라는 점도.
봉안담에 서서 기도하고, 엄마에게 편집 기획서나 기타 글을 읽어드리고 있을 때 내 또래의 아들과 엄마가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엄마 세워두면 좋을 것 같은데 금방 넘어질 것 같아요.” 라며 꽃다발을 세웠다가, 내려두었다가를 반복하고 있었다. 잠깐 고민하다가 내 가방 안에 있던 큰 테이프를 꺼내 “이거 나눠드릴게요! 포장지 뒤편에 붙이시면 세워 두실 수 있고, 넘어지지 않을 거예요.”라고 말했더니 몇 번을 “감사합니다! 이게 훨씬 낫네요. 다음엔 테이프 챙겨야겠어요.”라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그 말을 한 건 아들이고, 아들의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엄마와 함께 온 것 같았다.
한참 지나 내가 책도 보고, 노래 들려드리고 나가는데 멀리서 아까 그분이 다시 커피를 들고 왔다. “테이프, 너무 감사합니다! 엄마가 사진 찍고 훨씬 좋아하셨어요. 커피 한 잔 드릴게요.” 라며... 마침 <엄마 딸 여행> 속에 법정 스님의 작은 친절이 종교라는 문장을 읽고 나왔을 때라, 마음이 따뜻해졌다. 엄마에게 다녀가며 또 다른 나눔과 사랑을 배우고 온 어버이날.
아빠와는 언니 남동생네와 함께 든든한 저녁 식사를 차려 먹고, 선물을 나눴다. 많이 큰 두 조카와의 사진도,
2021년 아빠의 어버이날 한 장면이 되었다.
이번 달의 기록 모임방에 이날의 이야기와 간단한 글을 정리해서 나눴는데, 캘리그라퍼이기도 한 수정님이 내 문장을 적어서 공유해주시기도 했다. 5월..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써 볼 수 있는 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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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사리아의 선물> 은 긴 글로 18 꼭지 정도를 써서, 엄마의 편지, 물건 등도 사진으로 담아 엄마의 생신이 있는 어느 가을날 출간하려고 합니다. 11월에는 작은 공간에서 전시와 워크숍도 해보려고 하니 관심 가져주시길 바라요!
엄마, 부모님...
가정의 달에 좀 더 그 단어에 머물러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