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나 May 10. 2021

엄마 없는 어버이날

엄마 돌아가시고 맞은, 두 번째 어버이날

어느새 엄마 돌아가시고 두 번째 맞은 어버이날.

아침 일찍 운전해서 엄마 모신 곳에 작은 카네이션을 달아두고 왔다. 2주기를 목표로 했던 책 작업은,

보다 긴 글로 잘 정돈해서 쓰고 싶은 마음에 오래 알고 지낸 언니 이자 프리랜서 출판 편집자인 언니와 함께 만들고 있다. 지난주에 첫 마감을 했기에 그 원고, 또 편집 계획서와 엄마가 생각나는 그림책, 또 엄마와 함께 만든 책을 들고 납골당에 다녀왔다.


 ‘딸이 엄마에게, 엄마가 딸에게 선물 일 수 있는 삶’

 2012년에 만들고 5쇄까지 찍고 지금은 절판된  <엄마  여행>을 엄마 옆에서 읽으며 내가 과거의 나에게 위로받고, 깊이 감사했다. 이전의 책을 통해 출판사에서  기획을 제안받고, 일정 부분 여행 경비 지원을 받아서 떠났던 여행의 시간이, 돌아가신 뒤에 나를 위로하고,  기록되어 있기에 잊지 않을  있었다. 엄마와 나의 당시 기분, 느낌 등을 물론  시선과  언어로 정리했지만, 엄마에게 질문하고, 엄마의 말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던 나의  시절이 지금의 나에게  사랑이 되었다.


기록이란, 표현이란, 사랑이란!


돌아보면 나의 삶에는 '죽음', '헤어짐', '영원하지 않음'의 화두가 있었기 때문에, 늘 제때 표현하고 나누는 삶. 그 나눔이 큰 것이 아니라 작은 마음, 시간, 용기였음을 돌아보며 깨닫게 된다.

-

오늘도 이곳에 모셔지는 분의 상조회사 차가, 상주인 가족들이 있었다. 어버이날이라 곳곳에 꽃이 놓여있었는데 그것 또한 뭉클하다. 생각해보면.. 나를 낳은 (키워준 부모님은 둘 이상일 수 있지만) 하나뿐인 엄마, 아빠라는 점도.


봉안담에 서서 기도하고, 엄마에게 편집 기획서나 기타 글을 읽어드리고 있을 때 내 또래의 아들과 엄마가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엄마 세워두면 좋을 것 같은데 금방 넘어질 것 같아요.” 라며 꽃다발을 세웠다가, 내려두었다가를 반복하고 있었다. 잠깐 고민하다가  내 가방 안에 있던 큰 테이프를 꺼내 “이거 나눠드릴게요! 포장지 뒤편에 붙이시면 세워 두실 수 있고, 넘어지지 않을 거예요.”라고 말했더니 몇 번을 “감사합니다! 이게 훨씬 낫네요. 다음엔 테이프 챙겨야겠어요.”라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그 말을 한 건 아들이고, 아들의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엄마와 함께 온 것 같았다.


한참 지나 내가 책도 보고, 노래 들려드리고 나가는데 멀리서 아까 그분이 다시 커피를 들고 왔다. “테이프, 너무 감사합니다! 엄마가 사진 찍고 훨씬 좋아하셨어요. 커피 한 잔 드릴게요.” 라며... 마침 <엄마 딸 여행> 속에 법정 스님의 작은 친절이 종교라는 문장을 읽고 나왔을 때라, 마음이 따뜻해졌다. 엄마에게 다녀가며 또 다른 나눔과 사랑을 배우고 온 어버이날.


아빠와는 언니 남동생네와 함께 든든한 저녁 식사를 차려 먹고, 선물을 나눴다. 많이 큰 두 조카와의 사진도,

2021년 아빠의 어버이날 한 장면이 되었다.


이번 달의 기록 모임방에 이날의 이야기와 간단한 글을 정리해서 나눴는데, 캘리그라퍼이기도  수정님이  문장을 적어서 공유해주시기도 했다. 5..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있는 달인  같다.


———

<로사리아의 선물> 은 긴 글로 18 꼭지 정도를 써서, 엄마의 편지, 물건 등도 사진으로 담아 엄마의 생신이 있는 어느 가을날 출간하려고 합니다. 11월에는 작은 공간에서 전시와 워크숍도 해보려고 하니 관심 가져주시길 바라요!


엄마, 부모님...

가정의 달에 좀 더  단어에 머물러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로사리아의 선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