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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나 Nov 2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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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시일반의 기적

어제 연탄봉사 신청서를 열어두고 내 계좌 중 주거래 통장이 아닌, 통장 번호를 적었다. 그리고 어제, 오늘 모인 돈, 신청한 사람들, 응원의 말로 주말이 무척 바빴다.


"연탄 1장에 840원이니 저희는 가족 이름으로 100장 기부할게요." 라며 84000원을 보낸 이, 자신의 1주일 커피값이라며 2만 얼마를 보내준 이, 늘 든든하게 우리 가족이 하는 모든 일을 지켜봐 주는 친 삼촌은 아니지만 삼촌인 분의 통 큰 몇 십만 원. 성당 친구의 만원, 그 친구가 또 다른 친구를 모아서 봉사 온다고 하고 만원••• 하나둘씩 모은 마음이 연탄을 피우며 데워질 누군가의 집 온기가 나에게 먼저 전해졌다. 그리고 성당의 공동체 안에서 봉사하며 배우고, 나눴던 것들은 또 내 일상에서 이렇게 쓰이는구나.. 등을 체험한다.


"힘든 때에 좋은 일 하네요!" 라며 연탄 배달 봉사에 참여하진 못하지만 돈이라도 보낸다는 마음들••


돈과 시간을 나만을 위해서 쓰기보다 타인을 위해서, 어쩌면 그것을 다시 나에게 갚을 수 없는 타인에게 보내는 마음은, 경험은 참 귀하다고 생각한다.


겨울, 연탄봉사.

연탄봉사는 혼자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봉사다.

가끔 개인봉사자를 받는 곳이 있지만 나름 경쟁률이 센(?) 편이라 제때 맞춰 구글 폼을 작성해 클릭해야 한다. 내가 몇 번 연탄 봉사했던 걸 인스타그램에 올렸었는데, 그때 몇몇이 "내년에 가면 저에게도 알려주세요!"라고 해서, 예년이면 이미 단체 봉사는 회사나 성당/교회의 예약으로 마감이 되었을 텐데, 코로나 19로 봉사하려는 이도, 연탄 기부금도 줄어서 텅텅 비어있는 봉사표를 보다가, "일단 15명 목표로 내가 모아보자!"라는 생각에서 친구, 지인, 성당 사람들, 대녀, 공부모임, 인스타그램 랜선 친구들••• 등을 불러 모으고 있다. 한 사람으로 시작해 이어질 수 있는 겨울날의 뜻깊은 봉사가 되기를!!


나에게 좋은 기회를 주어서, 해보고 싶었는데 혼자서는 못하니 기회를 보다가 알게 되어 너무 기쁘다는 말들에 이미 큰 뿌듯함과 감사함을 느낀다. 일단 해보고, 용기를 내는 일. 선두에 서보는 일(!) 2020년 12월의 뿌듯한 하루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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