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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연말연시의 풍경이 있나요?

by 이지나

가장 먼저 크리스마스가 다가옴을 알리는 백화점 가까이에 살고 있기에 나의 연말은 버스 정류장 맞은편에서 보는 백화점의 외부 장식이 변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벌써 트리가 설치됐네! 아, 한 해의 끝이 오는구나,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구나. 올해는 저 브랜드가 크리스마스 장식을 맡았구나' 등을 바라보면서 알게 된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리스나 크고 작은 장식으로 집을 꾸미고, 포인세티아 등의 크리스마스 꽃을 자주 사던 엄마와 오래 살아서, 성탄절이 다가오는 건 나에겐 늘 볼거리가 많아지는 시기였다. 특히 12월은 성당의 대림 시기이기에 성당 안과 밖도 예쁘게 꾸며진다. 성전 안에는 4개의 초가 한 주가 지날 때마다 켜지고, 구유도 설치하고, 큰 트리도 세워진다. 그렇기에 보다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내가 다니는 성당이 아니어도, 12월엔 동네 다른 성당을 가보기도 하고, 서울의 중심에 있는 명동성당에도 반드시 들른다. 더 이상 거리에서 캐럴을 들을 수 없지만, 좋아하는 겨울 음악을 모아둔 BGM을 켜고 이어폰을 끼고, 명동성당의 계단부터 쭉 걸어보는 시간을 좋아한다. 한 해의 끝에, '올 한 해도 무사히 잘 보냈습니다.'라고 누군가에게 인사하고, 감사함을 전할 수 있는 시간이 되는 것 같다.


이 시기에만 반짝이는 불빛, 성당에서 많은 이들의 손을 거쳐 탄생한 구유, 어쩌면 매년 변하는 것들 속에서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켜주는 것들이 반갑고, 참 좋은 것으로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작년에는 12월 초, 세종문화회관에서 김동률 콘서트 <오래된 노래> 공연을 보고, 겨울의 종로를 거쳐 시청 앞, 주변의 호텔 로비의 트리를 구경하고, 명동으로 들어와 명동 성당을 향해 걸었다. 성모동산도 이 시기에는 유독 작은 불빛이 가득하기에 그 앞으로 다가가서 기도하고 내려오려는데, 지난해 가을 피정을 지도해주신 주교님이 내 눈 앞에!


일요일, 밤 10시 넘어 주교님을 뵙다니! 정말 신기한 우연이었다. 이제 12월의 명동을 생각하면, 그날의 우연도, 잠시동안의 즐거웠던 대화도 떠오른다.


교보문고에 크리스마스 카드 섹션이 생겨 많은 이들이 서서 카드를 고르는 모습, 우체국에 평소보다 무척이나 많아지는 소포를 들고 온 사람들, "크리스마스 카드 보내려고!"라고 말하면 "너는 아직 여전하구나!" 라며 바로 주소를 알려주는 이, 우표 박물관이나 광화문 우체국에서 연하 우표를 사는 나. 하얏트 호텔의 아이스링크장에서 꼭 스케이트를 타지 않아도 한 번쯤 보러 간다. 트리 구경도!


연말연시의 풍경은 곧 반짝이는 불빛과 동의어 같다.

잠시 뿐인 순간, 반짝임을 잘 잡고 있으라고 알려주는 것만 같다.


연석 표 구하기가 어려워 친구와 따로 갔다. 표 못 구했었는데 신기한 인연으로 내가 활동하던 성당의 한 분이 구해주셨다! 조선호텔의 12월.
시청 앞 호텔의 겨울 장식
글로도, 강의로도 무척 좋아하는 주교님을 12월 명동성당 성모상 앞에서 뵙다니! LED 로 핀 꽃밭, 계단에서 올려다보는 명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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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미> 에서 최예슬 선생님의 저녁 요가와 글쓰기 리추얼을 이번 달에도 이어서 하고 있다.

12월의 질문이 참 좋은데 그중 연말연시 풍경에 대해 질문받고, 내가 일부러 찾아가거나, 바라보는 것들, 찾게 되는 것들을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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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어디를 좋아하는지?,

서울의 겨울은 어디에서 느끼는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