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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의 날

by 이지나

2020.12.21


밤이 연중 가장 긴 때. 24절기의 스물두 번째 절기.
일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

이제부턴 낮이 길어지는 일만 남았다.

나는 아침 일찍 엄마와 자주 가던 상가에 가서 팥죽을 사고, 올케가 사온 단팥죽으로 동지를 시작했다.

동지가 음력 11/10 이전이면 애동지라 불리며 팥죽 보단 팥떡을 먹는 날이라는 걸 올해 처음 알았다.


어른들은 그 어떤 절기음식보다도 겨울의 동지 팥죽을 좋아하시는 것 같다. 그런데 오늘 문득, 한 해의 마지막 절기, 늘 연말에 포함된 절기라서 추운 날 따뜻함을 한 그릇 나누는 것. 팥죽을 보며 생각하고, 전달하러 온 마음과 시간을 받고 싶은 것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동치미 나눠주신 아주머니에게 통 반납하며 팥죽과 시루떡 하나, 동네의 대녀와의 나눔, (마침 갔는데 언니의 옷이 팥죽 색이여서 인증샷도 찍었다!)

집 앞에서 늘 주차와 기타 등등의 도움 받는 분들에게 귤/동치미/팥죽 3종 세트를 전했다. 엄마는 늘, 타인을 대접할 때 잘 하셨다. 섬세하게, 기억에 남게.


절기마다 펼쳐보는 목수책방의 책 <놀자 놀자 해랑 놀자>는, 절기를 알기에 참 좋다.


늘 동지는, 팥죽을 스스로 못 사다 드셔서가 아니라 그걸 받고 싶은 마음, 챙기고 기억하는 마음을 받고 싶은 것. 겨울에 어쩌면 가장 쉽게 내가 사랑하는 어른을 대접할 수 있는 날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