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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크리스마스

by 이지나

크리스마스 당일이 되도록 아빠, 언니, 동생, 올케, 조카에겐 정작 카드 못 써서 얼른 마무리 했다. 역시 카드는 완벽한 1:1 의 커뮤니케이션이라 이름 적고 난 뒤 조금 울컥한 마음으로 시작한다. 그래도 엄마 카드에 각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참 오랜만에 적은 것 같다. 카톡이나, 생일과는 또 다르게 한 해의 끝에 타인이 아닌 가족에게 나누고 싶은 말을, 적어서 보내는 것은.


엄마가 아프시던 해부터 가족들끼리도 좀더 유난스럽게 드레스 코드 / 색도 정하고, 카드도 쓰고, 선물도 나눴는데 돌아보면 그런 몇 해의 기억이 참 좋았다. 추억은 일부러, 기꺼이 행한 시간 속에 진하게 남는다. 사진으로도 예쁘게 남아있어서 더더욱이 슬프지만은 않다. 오늘도 곳곳을 포토존으로 만들고 기다렸다. 올해는 지난 주에 카카오톡 영상 통화로 사다리타기를 해서 본인이 선물 주어야 할 사람을 골랐고, 그 사람을 생각하며 일정 금액 이상의 선물을 사고 포장도 해서 한 곳에 모아뒀다. 그게 무엇이든, 누군가의 선물 덕분에 알게된 브랜드나 그 사람을 생각하며 산 물건을 박수치며 열어 보고, 사게된 이유도 들어보고 •• 생일 제외하고 무언가 선물을 기쁘게 받는 날이라 어른이 되어서도 크리스마스가 좋은 건가보다. 나는 남동생이었고, 나에게 선물 줄 사람은 아빠였다. 언니랑 나는 두 조카들에게 이케아의 공룡인형을! 우연히 보고 사고싶어서 택배배송을 알아보니 주문하면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와서, 아쉬워하던 차에 누군가 알려줘서 약간의 추가금을 내고 쿠팡에서 (우리나라 택배 ) 주문하니 23일에 도착했다. 다양한 크리스마스 접시, 선물 받은 케이크 등으로 풍성했던 성탄의 저녁. 크리스마스 접시는 12월 한달만 쓰게되니 12월엔 무엇을 먹든 그 접시에 담아먹었다. 올해는 유독 그 접시에 담아 먹는 시간이 길었고, 즐거웠던 것 같다. - 식탁에서의 기억. 밥을 나누어 덜어 먹는 것. 미리 주문•시켜둔 것이 있고, 그에 더해 이것저것 좀더 풍성히 보이게 하는(?) 마법을 ㅎ 좀 부릴 줄 아는 것 같다. 접시 중 하나는 엄마가 만든 접시에 담았으니 엄마도 식탁에서 함께였음을! - 집에 들어오자마자 선물 찾던 조카호호. 아빠가 한 달 전 주신 선물은 아이폰과 에어팟이었는데 심지어 “애플 홈페이지에서 주문하면 각인 해주는데 뭐 적고 싶은 말 있냐.” 고 묻고 주문을 아빠가 나를 뽑은 것도 즐거운 우연!


그러고보면 또 내가 아빠에게 크리스마스 선물 받을 날은 얼마나 남았을까 생각도 든다. 깊이 아끼고 사랑하면 미안함이 늘 함께인 것처럼, 즐거운 날, 좋은 시간 후에도 또 돌아보면 이런저런 감정도 함께다.


다양한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선물 받고, 나눈 크리스마스였다. 나누면, 주면 늘 더 받는다. 사랑하는 작가, 종교의 큰 어른 두분에게도 성탄 카드 보냈었는데 오늘 답장이 왔다. 주고 나누며 되돌려 받는 것이 있다.


오늘같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잔치처럼 보내는 날 생각나는 시가 있어서 마음 한쪽이 조금은 무겁기도 하지만, 생활 안에서 내가 챙기고, 나의 눈에만 보이고, 필요한 것들을 잘 알아차리는 나이니 •• 국수가 먹고 싶은 사람을 찾아 또 대접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모두에게 찾아 온 성탄절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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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12시 넘겨 올리는 글.


#크리스마스에는축복을 #크리스마스에는서로에게산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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