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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연말 결산

by 이지나

올해의 _____


나의 일:

어쩌면 당연히 진행 중이고 결과물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계획했던 것들이 많이 틀어진 한 해였다. 코로나로 여행 관련 업계가 어려워지고, 장기 계획을 세울 수 없었다. 적금 깬 돈으로, 또 혼자 살지 않았기 때문에 겨우 지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우핑 유튜브 촬영, 인스타그램 라이브, 줌으로 강의 (나눔) 등을 도전해보며 2021년의 계획과 나아갈 방향을 정리하게 된 한 해였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충분히 그 안에 머무르며 애도가 허락된 1년이었음에 감사하다.


작가는 언제 작가가 되는 걸까, 책 몇 권이 있으면 작가인가, 글만 써서 먹고살 수 있으면 그때부터가 작가인가, 계약한 책이 나와야 작가인가••• 그저 운동하고 일상을 가꿔가며, 열심히 무언가 쓰고, 배우며, 뛰며 지낸 한 해였다. 쉼표 같은 한 해, 하지만 여러 가능성의 씨앗을 뿌려둔 한 해라고 생각한다.

도전: 운전을 시작했다!

올림픽대로 타고 올림픽 공원 가서 운동 후 다시 운전하고 돌아오는 길, 정말 기분 좋다.

엄마가 운전하기 좋아한 두무개길과 남산 소월길을 드라이브하는 즐거움도 이제야 운전자가 되어 공감한다.
(언니 차에 보험을 더해 올해는 덤으로 차가 생긴 한 해이기도 했다. 마지막 날 손세차, 기름을 채워서 언니에게 고마웠다고도 이야기했다. 그냥 가는 차가 없고, 다 돈이고, 차를 태워줬던 것이 크고 작은 빚이었다는 걸, 운전석에 앉고 난 뒤에 깨달았다.)

산해진미: 서초동 피자리아 호키포키 피자.

카치오에 페페 피자, 정말 맛있었다. 탈레지오 치즈,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의 맛!

금호동 오부이용에서의 양파수프와 기타 음식,

식부관에서 직접 만들어주는 콘치즈 샌드위치,

지인이 보내줬다는 만두를 또 나눠서 가져다 준 구리 야끼만두,

내 생일날, 미역국을 끓여서 보온병에 넣어온 이의 미역국.

케이크: 세드라의 타르트 타탕


책: <말하기를 말하기>, 김하나, 콜라주

올해는 독서일지 작성을 못했지만, 이 책을 읽고 난 뒤에 좀 더 말하고 싶어 지고, 말의 힘을 믿으며 나아가게 됐다.

내 생각, 내가 가치 있다 생각하는 것에 목소리를 내는 일의 경험이 얼마나 중요하고, 그것으로 연결되는 것들의 힘을 더욱 믿게 됐다.


그림책: <도착>, 숀 탠

무루 선생님 작가 읽기 수업에서 읽어서 더욱 좋았다. 글이 없는데, 그림만 있는 그 책에서 끊임없이 말이 들리고 글이 읽히는 경험을 했다.

선물: 운전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읽고 보내준 성물과 운전자를 위한 기도문, 은행잎 모양 나무 플레이트. “추석 송편 내가 사뒀어!”, “언니가 크리스마스 케이크 사 줄게.” •• 돌아보면 늘 누군가 챙기는 일과 그 역할이 더 익숙했는데 올해는 나를 챙겨주는, 게다가 동네 언니를 만나게 된 것도 큰 선물이다.

랜선 프로그램: 여행 도슨트 박지훈의 <이태리 랜선 투어>, 밑미의 리추얼 <저녁 요가+ 글쓰기>, 마인드풀 러닝 스쿨의 정규반 러닝

건강검진: 대장 내시경을 포함해 약 5년 만에 건강검진을 했다.


특별한 경험:

엄마의 마일리지로 떠난 이태리 여행, 바티칸과 아씨씨에서의 시간, 오랜 친구와의 다툼(?), 서운함 이야기+그것을 풀고 지내는 과정 속에 느낀 긴 우정이 갖는 의미, 사랑•• 우프코리아의 랜선 우핑 프로젝트 참여, 달팽이 텃밭 농부님들과 인연.

고마운 사람: H 언니. 밑미 리추얼 글쓰기 질문 중 “2020년에 만나 인연이 깊어진 사람 중 떠오르는 분에 대해 적어보세요.”라는 질문에 그 언니를 떠올리고, 적었다.


기사: 황선우 작가님의 카카오 페이지 인터뷰 <멋있으면 다 언니>의 모든 인터뷰가 좋았지만, 특히 해이즈의 인터뷰, 이 끝 정리 글이 당시 계약해지 당하고(?) 괴로워하던 내 맘을 달래줬다.


선우 작가님 연재 때문에 엘르를 찾아본 한 해!

좋은 차는 좋은 곳으로 데려다준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좋은 순간을 발명하기 #ELLE 보이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조선일보 곽아람 기자님의 <레베카 솔닛> 인터뷰.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0/11/23/3PIOWB3XJVBY7BLN5WOXPGJOKQ/

호기심: 약과를 좋아해서, 올해 추석에는 곳곳의 약과를 도토리 모으듯 모았다. 그래서 <우리집 약과 월드컵> 으로 맛 순위를 정하기도 하고, 슈톨렌이 궁금해 트위터에서 몇몇 사람을 모아 #랜선슈톨렌맛기행 을 열었다.^^ 새해에도 재밌는 것, 궁금한 것!! 나눠 봐야지.




결정:

-2012년부터 지내던 작업실을 나온 것.
시작하기보다 끝내기가 어렵다. 마침표를 찍는 일은 글 쓰기도, 어떤 관계에서든지 어렵다. 더 이상 같은 공간에 있지 않지만 더 크게 연결되는 느낌도 느끼고, 그 빈자리에 찾아오는 사람들도, 내가 찾아가는 이들도 있음을 느낀다.


-오빠 묘의 개장과 이장.

올해 안에 하고 싶었는데, 천주교 위령 성월에 할 수 있었음에 감사, 엄마의 음력 생신날 엄마 옆으로 간 오빠에게도 고맙다. 올해는 이 큰 일을 치르며 삶과 죽음, 태어나고 살아가고 죽는 인생의 순환이 대해서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됐다.


공연: 올해 작고한 엔리오 모리코네의 추모공연. 올해 하모니카를 배우기 시작한 아빠와 함께 간 것도 잘한 일이었다. 앞으로 이 음악을 들으면 아빠 생각나겠지. 엄마와 지낸 시간의 1/10 정도만 아빠와 보낸 것 같다. 그 시간의 간극을 전부 채울 순 없겠지만, 결국 살아서 잘 지내고 작은 기억이 많은 것은, 돌아가신 분이 아니라 ㅡ 살아있는 사람들을 위로한다고 믿는다.


지난 2007년의 내한공연 영상이 유튜브에 있어서 남겨둔다. 사람은 떠나도, 음악은 남아서 우리를 위로하고, 사랑으로 감싼다.

https://youtu.be/gFiBIhpbCFQ


국내 초연으로 본, 좋아하는 이들과 2층 맨 앞자리에서 본 국립발레단 <해적>. 김기완 발레리노, 이재우 발레리노.. 사랑합니다 :) +다녀온 뒤에 애정을 담아 뉴스레터에 후기도 보냈는데 담겨서 메일이 왔고, 선물도 받았다. (예술인패스가 있어서 국립발레단의 공연은 할인받아 볼 수 있다! 새해에는 더 많은 공연을 공연장에서 볼 수 있길 바란다.)

신기한 우연: 동네에서 이슬아 작가와 어머님 (복희 님)을 만나다! (알아 본 나도 참 신기하다 :-)


조카사진: 할머니 벤치에 놀러간 남동생네 가족


엄마의 한마디: 성가책, 노트, 다양한 책들 사이나 앞뒤에 흩날리듯 써둔 엄마의 문장들.

“감사한 마음은 바위에 새기고, 서운한 마음은 모래에 써라.” 한창 엄마가 성당 활동 열심히 하실 때 신부님의 송별미사에서의 말씀이었던 것 같다.

아름다운 순간:


이탈리아에 있던 축일 당일날 혼자서 밥 먹을 뻔했는데, 엄마와도 알고 지내는 친한 분의 형님이 신부님이신대 그분이 로마 유학 중이셔서 트라스테베레 골목에서 뵙고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대학생 때 만났던 대녀가 취업 후, 롯데월드 타워가 보이는 곳에서 멋지고 맛있는 식사를 대접했다. 식사 후 석촌호수 한 바퀴 걸으며 나눈 대화도 즐거웠다.

원주 에포크 567. 여름의 비 오던 날 염색 수업, 가을의 끝자락에 좋아하는 분들과의 꽃 수업.

취향, 인연, 꽃, 사람 등으로 이어지며 한 해동안 크고 작은 순간을 만끽하며 지냈다.

오래 좋아한 작가, 오래 인연이 닿은 분과 선물과 편지로 나눈 마음, 11월의 이른 송년회.


직접 음식을 만들고, 마당 가지치기한 남천 리스를 나누던 시간.


코로나 시기 딱 한 번, 10월에 셋이 모여 궁금했던 와인바에서 식사+ 셋이 한 병을. 너무 오랜만이라 반갑고 귀한 시간!

나무: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은행나무를 좋아하는 내가 명륜당 앞 은행나무에 이어서, 작년엔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를 보고, 올해는 원주에 다녀오는 길 ㅡ이 은행나무를 보고 왔다. 오래된 한 그루의 나무도, 성당과 성전도, 많은 것이 변해도 변하지 않기에 좋아하고 즐겨 찾는 것 같다.


아이디어: 아빠 생신 식사 때, 식당 가면 아래 깔아주는 종이가 있듯이, 우리 가족 얼굴을 담아서 디자인 한 종이를 코팅해서 식사 시간에 깔아 두었다.

크게 돈 들이지 않았는데 식사하는 우리도 즐거웠다. 엄마 돌아가시고 좀 더 애틋해진 아빠 생신날.

리폼: 코운의 <마이 올드 레더 백>을 통해

엄마가 쓰던 가죽 가방 중 부분 얼룩이 심했던 것을

동전지갑, 연필 마개, 선글라스 보관통, 파우치로 만들었다. ​

https://m.booking.naver.com/booking/6/bizes/428312

부캐: <크리스틴 프로젝트> 홍보대사


친언니 가방 브랜드의 이 작은 가방을 들고 다녔다. 부탁하지 않아도 사진도 엄청 찍었다.

https://m.christineproject.com/product/two-zipper-bag-mini-black-pepper/110/category/186/display/1/


올해 (가족 제외) 가장 자주 만난 사람: 남/ L 선생님, 여/ J 언니. 운동하며, 영상으로, 만나고, 동네에서 많은 과일, 누군가 사다 준 야끼만두, 빵 등을 나누던 사람. 코로나 시기에 사람이 귀하던 시기의 만남이다.

한마디 말: "지나 씨,

지나 씨 운전하실 때는 다른 사람 생각하지 말고,

지나 씨 갈 길만 가세요! 앞만 보고 가세요. 옆, 뒷 차는 알아서 다 갑니다.

깜빡이 제 때 켜고, 앞차와 거리만 잘 두고 가면 사고 날 일도 없어요. 남을 배려하는 성격도 좋지만, 운전할 때는 그 성격은 버리세요!"

--->운전 연수 선생님께 들은 말.

내 인생에 하는 말 같았다. 연말에 크리스마스 카드를 엄마 친구분이자 나를 유치원 때부터 본 아주머니에게도 보냈었는데, 카톡으로 온 답장엔 이런 부분이 있었다.

"엄마 대신 집안일 여러 가지로 챙기느라 네가

몸도 마음도 바쁠 것 같아. 이제 좀 이기적(?)으로 너를 챙기는 새 해가 되기를..."


“모두 각자 자기의 길은 간다. 나는 내 갈 길을 간다.”는 마음으로, 신념으로. 2020년의 내가 2021년의 나에게 하는 말.


신앙생활:

-천주교 처음으로 코로나로 미사 중단이 되었을 때, 내 생일이 있었다. 그때 한 아주머님가 초대해주셔서, 작은 수도원에서 나와 엄마 이름으로 봉헌된 미사예물이 있던 새벽 미사로 하루를 시작했다.


-랜선으로 시편 읽기 공부 10주 차. 52주간의 일정인데, 어느새 1/5이 끝났다.

열심이던 청년활동 시절에 한 피정을 나보다 먼저 다녀온 동생, 내 후에 다녀온 동생과 함께 카톡방을 통해 영상이나 성경 구절 등을 나누며 견뎌낸 날들.


-현재 봉사 중인 단체에서 (청장년 전례단) 전례 단장이 되었다. 지난주엔 줌으로 랜선 송년회를 했다. 내가 뽑은 말씀 사탕의 구절은 “하느님에겐 불가능한 일이 없다.”


-대녀, 영적 친구들, 도반과 함께 따로 또 같이 연결되어 있던 시간.


-<평화신문> 에선 매년 12월 신앙체험수기를 모집한다. 올해 미사 봉사 끝나고 나오는데 성당 게시판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보고 무엇이 되었든, 적어서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마감 완료!

2020년 2월 21일을 기다린다.


영화: <프란치스코 교황 맨 오브 히스 워드>


유튜브: <곰곰 요가>, 사랑하는 최예슬 요가 선생님의 요가 채널.


어플: 나이키 런 클럽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켠 어플은 인스타그램이겠지만, 운동 동기부여, 누적된 거리를 알려주고 기록해주는 나이키 런 클럽 어플이 올해 나에게 일등공신! 12/30 에는 올해 100번째 러닝을 했다.


장소: 서울 숲의 로사리아 벤치

소비:

-열 번의 심리 상담

-서울 그린트러스트를 통해 입양한 서울숲의 엄마 벤치.

공원벤치입양 | 서울그린트러스트 (greentrust.or.kr)

-벤치 이야기를 담아 크리스마스 카드/ 연하장으로 쓸 카드를 제작한 비용.


올해의 다행: 어떤 일에서든 도움을 요청하고, 힘들다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 된 것.

손 내미는 법을 아는 용기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용기: 모임의 기획과 조직 만들기

-환경 모임

브런치로도 모임 일지 공유 중.

각기 다른 네 사람과 이야기 나누며 서로 힘을 얻고, 함께 할 새해가 기대된다.

-연탄 배달 봉사자 모집과 기부금 모집

한 달 동안 400만원을 모았고, 12.26 봉사 참가자는 약 30명이었다. 코로나ㅡ집합 금지로 인해 올해 안에는 못하게 되었지만, 1/30을 기다린다. 내가 하는 일, 하려는 일에 말로, 돈으로, 실행으로 용기와 지지를 보내주는 이들의 감사함, 그리고 그 사람과 아닌 사람을 분별할 수 있게 해 준 경험이기도 하다.

-70일 매일 뭐든 쓰기, 브런치 원고 작성

그 안에 내가 가장 많이 쓴 이야기 (소재) 등을 31일에 정리할 예정이다.

2020년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

“올해도 어김없이 수고 많았어!

너로 인해 행복해진 사람들이 많았고, 무엇보다 너도 행복했기를! 새해, 좋은 기운 가득하니 기대하며 시작하자. 좌절하지 않고, 쓰러지지 않고 그 안의 은총과 기쁨을 발견하느냐, 엄마 빈자리 채우느냐 고생했다, 지나야.”


가장 가치를 두었던 것:

나의 건강 -정신적, 육체적

엄마 역할의 대리인? 의 부분도 상당히 컸던 것 같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내가 하고 싶으면 하지만, 모두 다 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부족해도, 가족 안에서 역할을 잘 나누기.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넷플릭스로 올초에 봤다.

미국에서 이 드라마를 본 사촌언니는 "고모는 사람들한테 황용식 같은 존재였던 것 같아."라고 말했다.

누구에게든 에너지를 주는 사람. 작은 변화를 발견하고 응원해주는 사람•• 나에게도 그게 엄마였던 것 같다. 부재 속에 존재를 발견하게 됨을 역시 올해도 깨닫는다.


올해를 표현하는 단어 3가지:

커뮤니케이션, 운동, 표현 /감사


누군가에게 부탁하고, 요청을 잘하는 사람이 되자! 내가 다 할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하자.


떨림: H언니를 통해 초등학교 시절의 나와도 만나고, 그 시절의 너무 좋았던 선생님과도 통화했다! TV는 사랑의 싣고 에서처럼, 떨리는 마음,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다. 올해는 유독 좀 울었다.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국내여행: 아빠 생신주간의 정동진과 바다부채길,

프립 아웃도어 큐레이터님과 봉화의 청량산, 작업실 언니가 지내고 있던 공주,

여행작가협회 지원으로 계획된 동해시의 바다.

연말연시 물가에 가까이 갈 수 없었지만 눈부신 윤슬과 사람이 없어 동물이 주인인 바다도 좋았다.


2020년을 한 문장으로 하면?

쌓였고, 쌓았고, 비웠고, 채웠다!


이 외에 내가 다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분명 배울 것과 채워진 것들이 잃은 것보다 훨씬 더 많았다고 생각한다. 2020년•• 안녕,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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