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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드가 Feb 07. 2020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할수록 많은 돈을 벌게 된다면

금융업에 대한 단상 (2)

  나는 지난주 제법 큰 규모의 호주 달러 / 일본 엔 매도 포지션과 China A50 (중국 주가지수) 매도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사태가 심각해지면 심각해질수록, 국제 사회가 혼란에 휩싸이고 증권 시장이 무너질수록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언제나 그랬다. 나는 브렉시트의 불합치를 기대했고, 미중 무역전쟁의 합의 결렬을 생각했으며, 유로존 경제의 펀더멘털 붕괴를 기다려왔다.


언제인가부터 나는 세상의 재앙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위기는 곧 기회고, 기회는 돈이 된다. 그것이 내가 깨질대로 깨지면서 배운 자본주의의 원칙이었고 어떠한 상황이 닥치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을 택해왔다. 삶에서 어떤 문제나 고난을 마주하게 되더라도 어려움에 굴복하고 좌절하기보다는 효율적으로 대처해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도록 배워왔다.





현시점에서 내가 보는 세상은 세 그룹으로 나뉜다.


  첫 번째 그룹포식자(Predator)다. 이들은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며 어떠한 환경에서도 즉시 대응하여 막대한 이윤을 취한다.

 사업가들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시작하며 범세계적인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자, 보유한 커넥션을 이용해 KF94 마스크를 유통과정에서 매점매석한 후 웃돈을 고 수백만 장 단위로 중국에 수출했다.


  두 번째 그룹청소부(Scavanger)다. 이들은 직접적으로 행동을 취할 자본과 네트워크는 부족하지만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여 간접적인 이득을 취하려 한다.

크리에이터들은 관련된 소재로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유튜브를 비롯한 SNS에 퍼트렸다.

투자자들은 관련된 기업들의 주식을 매입하고 중국 주식시장 선물을 매도해 수익을 얻었고, 기관들은 코스피 인버스 ETF를 대량 순매수했다.


  세 번째 그룹은 피식자(Prey)다. 이들은 필사적으로 마스크를 구해보려 애쓰지만 포식자들이 국내 마스크 유통물량을 가져간 탓에 점점 시중에서 구하기 힘들어진다. 청소부들의 개입으로 증권시장은 혼란에 빠져 있고 퇴직연금계좌는 다시 한번 박살이 난다. 몇몇 청소부들이 퍼트리는 가짜 뉴스로 더욱 불안에 떨게 되고 귀를 막고 눈을 감으며 이 재앙이 끝나기만을 기다린다.



  금융업 종사자들이, 그리고 일부의 사업가들이 세계적 재난을 이용해 부를 창출하는 일은 윤리적으로 그릇된 것일까? 최근 뉴스에서 모습을 자주 드러내는 마스크 매점매석 문제는 분명 마스크 가격을 폭등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며 국민 모두에게 공평하고 충분한 마스크 배분이 이루어지는 것을 방해하고 있으니 그렇다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가짜 뉴스와 영상들을 이용해 사회에 공포심리를 조장한 이들은 어떨까? 나는 이들이 사회를 오히려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 생각했으나, 일각에서는 그들 덕분에 사람들이 방역과 위생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되고 바이러스의 확산을 늦춘다는 의견도 있었다.

금융시장에서 수익을 챙기는 경우는 어떨까? 어차피 이러나저러나 시장이 하락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이를 최대한 활용해 수익을 올리는 편이 옳은 선택이 아닐까?




  "이 나라의 불행이 더 깊어지게 되면, 펀드 회사로서 우리는 성공하고 다른 사람들은 다친 이유가 우리에게는 지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이해될 것입니다. 우리는 공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남들이 취할 수 없었던 지식을 얻은 게 아니라, 매일 숙제를 성실히 해서 지식을 습득했습니다. 사람들은 대중이라는 무리를 깨고 나아가야 평범한 사람 그 이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아요."

- Paul Tudor Jones (1989), <Market Wizards>




  제아무리 주식시장의 상승에 반하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한들 실제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이나 사상자의 증가를 기도하지는 않는다. 그런 비윤리적인 생각은 하지 않을뿐더러,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금융시장의 충격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트레이더는 그저 상황에 맞추어 예측하고 대응할 뿐이다. 그것이 투자의 본질적인 업(業)이다.


그러나 여전히 타인의 불행을 주제로(우한의 바이러스, 뉴사우스웨일스의 산불, 런던의 테러) 투자에 임할 때면 자본주의가 지극히 반인륜주의적인 체제라는 생각에 마음이 가라앉곤 한다. 이렇듯 이상론적 시각에서는 때로 부당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자본주의가 역사적으로 가장 성공한 시스템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한 세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은 아주 제한적이기 마련이다.


마지막으로, 잠시 자본주의로 대변되는 세상의 논리를 내려놓고 인류애적으로 한 마디 덧붙인다면, 한 명이라도 더 건강하고 무탈하게  바이러스가 지나가기를 바란다. 사태를 막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국내외 모든 의료진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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