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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월 Feb 21. 2023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엄마'에 대해

[그린바이브] 자식만을 위해 희생하는 엄마, 이제 그만!

'엄마'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여자 또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은 사라지고 자식이라면 무엇이든 해내는 존재가 떠오른다.

최근 '엄마'라는 캐릭터가 아직도 90년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작품들이 나오고 있다.

사교육에 열광하는 엄마들... 자식들의 성공만 중요한 엄마들... 


먼저, 김혜수를 원톱으로 세워 포스터 공개 이후 뜨거운 주목을 받았던 「슈룹」을 살펴보면 배경을 조선시대로 가져갔지만 사교육에 혈안이 된 엄마들의 모습을 보여준 드라마였다. 오죽하면 조선판 스카이캐슬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심지어 중전 포함 모든 후궁이 놀랍게도 '아들'만 낳아서 아들을 왕으로 만들기 위한 엄마들의 치열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물론 일부 여성 등장인물들을 강하고 독립적인 인물로 그리면서 여성의 권리와 역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측면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한 몇 가지 에피소드에서 공부를 잘하는 것만이 행복한 것만은 아니에요라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여성 정체성을 가진 왕자의 모습, 공부보다는 가정을 꾸리는 행복을 선택하는 왕자 등 사극에서 보여주지 않은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후궁들이 자신의 삶보다는 남성 등장인물인 왕 또는 아들을 위한 삶으로 그려지면서 '엄마'라는 역할의 고정관념을 강화시켰다. 

한국 드라마에서는 엄마 캐릭터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다수의 작품이 여성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하거나, 엄마 캐릭터가 인간성을 가진 캐릭터로 자신만의 서사를 가지고 있는 존재로 묘사되는 것이 아니라 자식들의 어머니 역할만을 하는 캐릭터로 보이는 점이 아쉬운 점이다.

지금 tvN에서 방영되고 있는 「일타 스캔들」에서도 조연들로 엄마들이 등장하는데 모두 사교육에 미쳐있는 엄마들로 그려지고 있으며, 이 드라마에서 남편이란 존재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아이의 육아는 오롯이 엄마들의 책임인 것이다. 


엄마라는 캐릭터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 이외에도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여러 가지 면모를 다양하게 표현할 필요가 있다.

작년 독립영화계에서 주목을 받은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에서의 엄마 '수경'은 그동안 우리가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엄마를 보게 된다. 딸의 삶보다는 나의 삶이 더 중요하고, 딸이라는 존재가 자신에게는 짐처럼 느끼는 엄마다. 

그동안 항상 헌신적인 엄마의 캐릭터만 보던 나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수경 캐릭터에 대해서 불편함을 느끼게 되었다. 엄마가 저래도 되나? 엄마가 자식을 돌봐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영화 보는 내내 들었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세상에는 수경 같은 엄마가 존재하며 모든 엄마가 모성을 가지고 자식에게만 헌신하는 것은 아닐 것이며, 이런 불편한 사실을 우리는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영화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중 엄마와 딸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장면

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 소설의 경우는 '심시선'과 그의 모계로 이어지는 여성 중심의 3대에 대한 이야기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할머니, 엄마, 딸의 역할에서도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심시선의 경우 한국전쟁의 비극을 겪고 그 시대에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시대의 부조리에서도 꿋꿋이 미술가이자 작가로서 자신의 일을 해나가고 두 번의 결혼을 통해 자식을 얻게 된다. 심시선 이외에도 다양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각자가 그 시대의 시련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이 쾌감 있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무엇보다 20세기를 살아낸 여자들에게 바치는 21세기의 사랑이다.

                                                     '시선으로부터' 작가의 말 中



책과 영화에서는 종종 엄마라는 캐릭터에만 갇혀있지 않은 하나의 인격체로 보여주는 경우를 많이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유독 드라마에서만은 여전히 엄마라는 캐릭터를 자식에게 헌신하거나 또는 사교육에 집착하는 방식으로 고정관념을 고착시키는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에 변화가 필요하다. 엄마라는 고정관념을 이제는 버리고 다양한 모습의 엄마, 그리고 엄마이기전에 여성의 서사, 한 사람의 서사를 볼 수 있는 드라마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그린바이브에서는 김무리, 장호월 두명의 에코페미니스트가 미디어에 대한 에코비평을 진행합니다. 팟빵, 오디오클립, 팟캐스트, 스포티파이에서 '그린바이브'를 검색하시면 팟캐스트 오디오 방송 청취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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