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종말에 종말을 고하며
자네 연주해 본 적 있나
잠식되기 전 슬픔을 꺼내
마음에 굽이 펼친 황홀한 떨림을
자네 노래 한 적 있나
차갑게 꺼진 방에 불을 켜듯
침묵을 덮는 밤의 아리아를
자네 이야기를 떠올린 적 있나
그을린 욕망과 우습지 않은 모험과
빗나간 아름다움에 대한 만단설화를
그래 모든 상실은 이유가 있지
신이 떠난 그저 그런 따라지에도
다 이유는 있다
남아 있는 불씨를 피우려
기꺼이 살갗을 내어줄 수 없었던
겁 많은 예술가에게도
이 나이즈음 되면서 확실하게 하지 않게 되었다고 느끼는 일이 있다.
심심하면 피아노와 플루트를 연주하고 밤이 되면 노래를 (진지하게) 부르고 새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써내려 가는 일. 예술의 신이 무참히 나를 버리고 떠난 것인지 내가 신의 속삭임을 외면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이를 낳는 순간, 이전엔 추앙해 마지않던 세상 모든 예술적 감흥에서 배제된 기분이랄까.
나이 듦에서 오는 자연스러움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버거운 삶에 매몰된 슬픈 예술가의 말로든지. 어쩌면 돈과 안락만을 쫓아 살던, 내 안의 탐욕이 깨운 나의 본모습인지... 결국 시간만이 답을 알고 있으리라. 무엇을 해야 '그 감각'을 되찾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시를 쓰면 언젠가 닿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예술이라는 가지지 못한 영원한 노스탤지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