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잠든 얼굴에 뿌려진 상념
하루가 이울어
까무룩 잠이 덮치기 전
움파 같은 작은 손
볼에 대고 만지작하다
까맣게 그을린 말을 뱉는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빛나는 은모래를
무심히 적시는 사나운 파도
휘몰아치는 회색 폭풍우
퍼붓는 서늘한 악다구니
절망을 짊어진 나에게
아이는 한없이 너그러이 답한다
엄마, 이제 형아야?
말에 눈물자국이 선명하다
길을 잃은 바다새는
새벽 여명에 눈이 멀었다
그래도 날아야지
날갯짓을 멈추면 바다에 먹히고 말 거야
잔잔한 바다 위로 그리는
초라한 궤도에도
해의 자비로움은 여전하므로
밤마다 나의 빈약한 모성은 아이의 빛나는 언어에 무너지고 만다.
하루 종일 아이와 씨름하면서 보였던 나의 불안정한 목소리, 짜증 가득했던 표정이 못내 마음이 쓰여 미안하다 말했더니 아이는 본인 기준 최고의 칭찬인 '형아'라 추켜세우며 나의 사과를 쿨하게 받아주었다.
아이는 왜 잠이 들 때가 되어서야 이리도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그리고 나는 왜 잠들기 전이되어서야 부끄러움을 아는지.
어릴 적 엄마에게 '너는 잘 때가 제일 예뻐.'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땐 내가 그렇게 귀찮은가? 깨있을 땐 어떻다는 소리야? 하고 갸웃했는데 이제와 곱씹어보니 엄마의 그 마음을 정확히 알 것 같아 쓴웃음이 지어진다.
잠든 아이의 말간 얼굴을 보며 얼마나 많은 부모들이 숱한 상념에 젖었을까.
존재만으로 벅차오르지만, 하루에 열심을 다했음에도 밤이 오면 미안함에 몸서리치는 이 땅의 모든 부모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오늘도 충분히 수고하셨습니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