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맛

기억되는 모든 것에 찬사

by 시지프의 아내

장을 보다 우뚝 멈추는 건
너 때문이다

갈맷빛 투박한 잎에
매달린 짙은 향내
잔뿌리가 어지러이 엉겨
단 춤을 추는구나

봄볕의 다정한 인사와
소소리바람에 누워 보던 하늘과
이슬의 단맛을
기억하는 너

가끔 포닥포닥 서툰 날갯짓으로
작은 새가 놀러 왔을
그 들판의 공허함까지

어서 나랑 집에 가자
깨끗한 물에 흔들흔들 씻어
묵혀두었던 엄마 된장 한 스푼
막 다져낸 마늘 한 덩이
참기름 토독토독 내려주면

아,
맛이 들었네
우리 아기 입 속에
봄을 피워주렴






아이를 키우면서 자연스레 요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되었다.
물론 신혼에도 요리를 좋아하긴 했지만 시작만 하면 주방이 난장판이 되어 피로했던 것에 비하면 이젠 제법 능숙한 주부의 태가 난다.
음식을 짓는 일은 인간다움을 일깨워주는 고도의 정서적 행위라고 늘 생각했다.
현대사회에서 노동이 가진 의미를 마르크스적 관점에서 들여다볼 것까지도 없이, 철마다 살펴 제철 재료로 나와 내 가족이 먹을 음식을 정성껏 준비하는 경험. 별거 아니지만 거기엔 함께 시절을 지나며 겪게 되는 감정의 연대 같은 자잘한 감상들이 응축되어 있다.

그렇게 제철요리를 즐기다 보니 어느새 봄나물은 나를 매우 흥분하게 만드는 재료 중 하나가 되어있었다. 물론 나는 만두나 돈가스에 열광하던 어린 시절을 보냈으나 어른이 된 징표처럼 언젠가부터 나물이란 것을 귀히 여기게 됐다. 냉동이나 가동 식품과 비교할 수 없는 영양학적 정보를 습득했던 이유도 있겠지만 그 안에 담긴 정서적 가치를 발견하게 된 그 시점에서부터 나물 사랑이 시작됐지 않았나 싶다. 봄의 정령을 만난 듯 봄나물을 발견했을 때의 그 반가움, 계절마다 오만 감각이 깨어나는 것 같은 기분은 인생이 스윽 내밀어준 선물일 수도 있겠다. 어쩌면 '시'라는 것을 끄적이는 이에게 주어진 작은 유희지도 모르고.


봄의맛.jpg


이전 04화사피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