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빌어주는 사람

by 시지프의 아내

행복을 빌어 주는 사람의 얼굴엔
시간의 얼룩이 그려낸
빛의 모양이 뚜렷하다

고꾸라지고 부러진 하루에
너덜한 하루가 더해져도
지독히도 생이 붙어있는 그림자엔
정오의 해일 지라도 삼키지 못한 단단함이 있다

행복을 빌어주는 사람의 말엔
차갑게 식은 피를 데워주는
군불 같은 속삭임이 있다

나의 울음이 너를 노래하게 하고
나의 상실이 너를 넘치게 하리라 믿는

행복을 빌어
행복한 사람이
내 어깨에 손을 얹자

누군가의 손을 무작정

맞잡고 싶어

내 오랜 손을 예쁘게 바라본다







퇴사가 결정됐다. 지난했던, 매일 슬픔의 강을 아슬아슬하게 건너던 시간, 결국 엔딩은 이렇게 정해지고 말았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이십 년이 가까워서야 행복을 말할 용기가 생겼다. 나의 행복 그리고 가정의 행복에 그림자를 드리우면서까지 힘겨운 돈벌이를 지속해야 하는가 하는 끝없는 질문에 이제야 답한다.
땀 흘려 버는 돈의 가치를 저버리는 것이 아니라고.
나는 나약한 게 아니라고.
나라는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은 내가 정하는 게 맞는 거라고.

아이를 낳기 한 달 전까지 출근했고 아이를 낳은 지 4개월부터 프리랜서로 일을 하다 기회가 닿아 어느 작은 회사에 입사를 했다. 잘 아는 분야는 아니었지만 잘해 보고자 했다. 하지만 근무시간이 짧았던 나는 눈치만 보며 죄인처럼 회사를 다녔다. 어설픈 경력의 워킹맘은 남보다 시간을 들여 업무를 처리하지도 못했고, 처음 해보는 일들에 성과를 내지 못하고 타인의 평가에 쉽게 무너져 내렸다.

아이에게 웃어주지 못하고 남편을 안아줄 수 없는 나는 엄마와 아내라는 자리에서 비켜 나와 어둠 속에서 홀로 울었다. 왜 결정하지 못했냐고? 결정, 결단, 결심 이런 단어 자체가 나를 옥죌 만큼의 고통이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나의 행복을 빌어주는 사람들 때문에 빛으로 나아간다. 나를 위해 기도해 주는 사람들 때문에 아픈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본다. 존과 존재 사이의 투쟁에서 거둔 작은 승리다. 역시 끝이 나야 시작을 말할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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