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꽃에게
떠나온 길을 돌아보지 마라
떨어진 자리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꽃을 보았느냐
간밤에 진 꽃에게 보내는 슬픔은
떠나지 못하는 너의 몫
태어나버린 것들은
땅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처럼
자라는 것과 시드는 것의
경계를 알지 못한 채 나부끼며
위태로운 춤을 추고
망루에서 내려와
지친 몸 뉘러 돌아가는 면면엔
다시는 꽃을 피우지 못하는 나무의
메마른 절망이 세로져 붙어있다
또다시 벙글어지기 위해
난만했던 한철 무명빛으로 물들이려
그날의 온기에 닿으려
비바람이 지난 뒤
초록에 놓인 낙화의 주검은
거룩한 향을 뿌린다
절망이 돌아본다
얼마 전 아찔할 정도로 진한 꽃향기에 길을 가다 두리번거렸다.
연이어 내린 봄비 때문인지 초록 잔디에 하얀 꽃이 눈처럼 소복이 쌓여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이 너무나 예뻐 나도 모르게 느릿느릿 걸으며 숨 안에 꽃향기를 크게 담아 마셨다.
일을 마치고 그곳을 지날 때 그 나무는 다시 나의 시선을 끌었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나무 앞에 걸음을 멈추기도 하고, 어떤 이는 사진을 찍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로지 그 진햔 향에 이끌려서.
곧 사라질 봄의 끄트머리에서 아쉬움과 경이로움이 교차하고 있었다.
나의 삶 역시 지고 있지만 지금이 가장 빛나는 순간이길 매일 바라고 또 바란다. 나이 듦에 슬퍼할 겨를도 선택을 후회할 시간도 없다. 시들어가는 줄 모르고 나부끼는 꽃처럼 나도 흔들리며 지고 또다시 피어나길 바란다. 나도 그런 짙은 향기를 품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