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기도
감각 사이사이 침잠한 통증이
소멸하는 평화에 배이지 않기를
문득 무섭게 밀려와 덮는 설움이
하룻밤 새 간신히 쌓아 올린
기쁨의 성을 무너뜨리지 않기를
나의 눈물이 당신의 가슴에
아프게 고이지 않기를
뜨는 해를 보며
지는 해를 기다리지 않기를
맛 좋은 오늘의 식사에 웃으며
발길 닿고 싶은 곳이 여전히 남아있길
쌓아 올리는 것 밖에 몰랐던
위태로운 돌탑처럼 기운 그대의 인생
뾰족이 오른 돌들이여
사뿐히 내려오라
엄마는 9년째 파킨슨을 앓고 계신다.
불행하게도 그 사이 사고로 인해 발생한 수두증이 서서히 치매로 발전되고 있는 중이다.
그런 엄마를 가족인, 딸인 나보다 더 슬퍼하고 힘들어했던 분이 외삼촌이었다.
엄마와 외삼촌은 사 남매 중에서도 유난히 서로에게 끔찍한 분들이었다. 서울로 상경해서 힘든 시절을 같이 보낸 인연에 더해 어려웠던 그 시절 잘해주지 못해 남아있는 부채의식 때문에 엄마는 외삼촌을 많이 아꼈고, 외삼촌은 넉넉하게 살지 못하는 엄마를 늘 안타까워했다.
나와 동생은 학창 시절 방학이면 종종 외삼촌네에 가곤 했다. 외숙모께 며칠이고 삼시세끼 맛있는 식사를 대접받았고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시장에 데려가 옷도 사 입히셨다.
나의 모자란 대학입학금도 동생이 취업사기를 당해졌던 갑작스러운 빚도 외삼촌이 채워주셨다. 부탁 같은 걸 싫어하는 엄마에게 늘 먼저 찾아와 봉투를 내미는 속 깊은 동생이었다.
엄마가 사고를 당하고 '난 네 엄마가 잘못되면 우리 엄마 돌아가신 것보다 더 힘들어' 하며 아이처럼 흐느끼던 외삼촌. 엄마가 아플 무렵 병원을 자주 다니시는 것 같더니 얼마 전 루게릭 확진을 받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나에게 전해오셨다.
엄마에겐 차마 전하지 못했다.
고약한 불치의 질병이 착하고 성실히 살아온 우애 좋은 남매에게 연달아 찾아왔다는 사실이, 나에겐 한동안 견디기 어려운 슬픔이었다.
비슷한 얼굴을 하고 비썩 말라가는 두 남매의 고통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작은 기도를 읊조리는 것뿐이다. 이 기도가 하늘에 닿기를, 그들의 가엷지만 빛나는 남은 생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