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소설

여름을 사랑하는 하나의 이유

by 시지프의 아내

여름엔 소설 읽기를 좋아한다

여름의 고요 속에 들어앉아있기를 좋아한다

밤공기를 가르는

누군가의 거나한 괴성까지도 좋아한다
여름의 색, 결, 공기, 온도, 들뜸으로 범벅된
빛의 굴절 같은 이야기를 나는 사랑한다

말라 박혀버린 딱지를 떼고
뜨겁게 맺히는 핏방울을 보며
나는 살아있다 나는 살아있다 외치는 것
여름의 밤은 그렇다

마음 중의 마음

어찌 사랑하지 않으랴
맹렬히 달아올랐다가 식은 땅 위로 부는
적당한 바람을 껴안으며
내게 걸어오는 저 말을

내일이 다시 오면
여름밤이 낳은 잘 익은 복숭아를 씹으며
여름 소설을 읽겠다




여름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진짜 여름을 맞는다.

말랑한 사랑이야기도 좋고 등이 서늘한 장르소설도 좋다.

밀린 집안일 말고, 돈 벌기 위해 해야 하는 일 말고.

여름밤엔 소설만 읽었으면 좋겠다.

더위에 지쳐 일찍 잠을 청해주는 아이가 고맙다.



이전 13화아픈 그들에게 감히 바라는 몇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