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보라

지금 너의 색은

by 시지프의 아내

비를 퍼붓다 지쳐 창백해졌다

해의 꼬리가 지나고

감은빛 구름이 덮여도 괜찮아


아득히 푸르렀던

빛을 내어주며 붉어졌던 하늘도


기쁨과 슬픔을 번갈아 입는

너의 가엷은 얼굴도


절망의 틈새로 피었다

끝내 고개를 떨군 나의 희망도


결국은 낡은 보랏빛에

온통 물들어 춤을 출 테니




장마의 시작을 알리던 지난주 저녁산책 길 올려다본 하늘빛에 유난히 마음이 동했던 날이 있었다.

언젠가부터 나는 보라색을 탐해왔기 때문에.


어슴푸레 검파란 하늘에 저녁놀이 물들고 또 그 위에 잿빛 비구름이 덮이자

분명하지 않은,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세기말의 보랏빛 하늘이 머리 위에 펼쳐졌다.

사람들이 넋을 놓는다는 아름다운 보랏빛 하늘, 매직아워와도 사뭇 다른 빛깔이다.

모호한 삶을 살아왔다고 슬퍼하곤 했다.

하지만 그만큼 내 삶엔 다양한 색이 섞여 있다고 위로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저 칙칙하고 검푸른 구름이 덧칠된 보랏빛이야말로 나의 색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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