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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림의미학 Jan 01. 2017

종이책 vs 전자책,

대중교통을 장시간 이용하는 독서광들에게 이 글을 추천합니다. 

전자책에 대해 짤막한 글을 써내려 갈까 한다. 정확하게는 전자책 태블릿, 내가 갖고 있는 크레마 원에 대한 리뷰다. 


제목을 종이책 vs 전자책으로 작성했는데 정확하게는 둘 다 가진 매력이 있어 구분 짓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일이다. 다만 전자책이 가진 매력에 비해 일부에게 '아날로그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홀대받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 위상을 약간이나마 높이고자 이 글을 기획했다는 걸 사전에 밝혀둔다. 


전자책 시장은 1990년대부터 시작해 전 세계적으로 급부상중이다. 아직도 성장통을 겪는 단계라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은 미지수다. 국내에서 최초는 초기 시장에 나온 다른 전자책(이북 리더기) 태블릿이 있었겠지만 내가 기억하는 건 '교보문고 Sam(샘)'이다. 전자책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나도 어디선가 들었을 정도니 인지도에 큰 기여를 한 샘이다. 이후 한창 이슈화 되다 최근엔 그 열기가 예전보다는 약간 떨어진 것 같긴 하다. 그러나 매출과는 상관없이 각 사에서 마케팅이 줄었기 때문이라 사료된다. 


몇 년 동안 종이책의 가진 매력을 나열하던 내가 전자책 리더기를 산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고민하는 시간은 간단하지 않았지만) 장시간 타야 하는 만원 지하철에 내 몸을 맡기며 종이책을 꺼내 들기가 가끔 옆사람들에게 테러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럴 땐 책을 조용히 가방에 넣어놓고, 보이는 건 내 얼굴밖에 없는 시커먼 창문을 바라보며 지루한 출근길을 보내거나 스마트폰으로 시시콜콜한 페이스북 기사를 보며 시간 보내기 일쑤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나는 척추 측만증이 있어서 그런지 가방의 무게를 남들보다 더 견디기 힘들어하는 편이다. 그런 나에게 종이책을 든다는 건 예쁘고 무거운 가죽 백을 포기함과 동시에(에코백 사랑) 화장품 파우치와 텀블러를 포기하게 하거나 아님 책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가끔 양장본(하드커버)의 책을 들고 나올 때면 그 무게에 괜히 원망스럽기도 했다. 


사기로 결심한 후엔 딱 두 가지가 쟁점이었다. 어떤 것을 살지 어떻게 하면 최저가로 살 수 있는지. 


아이패드를 사서 할부의 노예가 되어 태블릿 자체를 즐길까도 고민했고, 눈의 피로감이 덜하다는 e잉크(흑백)를 쓴 단말기 중 구현도가 괜찮다는 리디북스의 페이퍼도 고려했다. 그러나 선택은 결국 예스 24 크레마원이였다. 


이유는 두 가지다. 컬러 지원과 호환성. 아무리 e잉크가 눈에 좋다 해도 가끔 미술 관련 책이나 디자인 관련 책을 읽고 싶을 때 컬러가 아닌 점은 나에게 크게 작용할 것 같았다. 그렇다고 아이패드 사자니 책 빼고는 쓰지도 않을 것 같고. 크레마원도 전자책 태블릿 용도지만 일반 태블릿 pc처럼 인터넷, 영화 관람 등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다만 성능과 화질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그리고, 리디북스는 예전부터 혜택적인 면에서 맘에 드는 구석이 별로 없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 컬리지원, 평소에도 YES24에서 책을 구입하는 점, 다양한 혜택등 고민 중간 점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건 역시 크레마원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마침 당시 할인 중이라 9만원대에 심야식당 세트와 판매 중이었는데 거기에 디지털 상품권 10만원짜리를 8만 2천 원에 사서 할인받고, 거기다 토스 신규 회원으로 결제해 5천원까지 받아 7만원대에 구입했다. (크레마를 구매하고자 하면 반드시 디지털 상품권을 먼저 사서 크레마 구입 시 적용하길 바란다. 저렴하게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남은 돈은 이북 사는데 또 쓸 수 있다.)

이렇게 저렴하게 구입하는데도 크레마를 사면 크레마 머니 5만원권을 받을 수 있어 (이북 구매 시 5만원 적립비용에서 차감되는 방식으로 항시 50% 할인 적용이 된다) 이건 뭐 거저 구매한 거나 다름없다. 


단점은 쓰기 전에 알았다면 장점은 직접 사용했을 때 알 수 있었다. 

1. 가볍다. 가볍다. 그리고 가볍다. 

항시 책을 소지하고 다니는 사람에겐 꿀 같은 아이템이다. 종이책 대비 참 가볍다. 다른 전자책 태블릿중 크레마원이 좀 크고, 무거운 편임에도 불구하고, 종이책 들고 살다가 이거 들고 다니니깐 편하기 이를 데 없다. 


2. 신속성, 간절하게 배송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살다 보면 꼭 지금 당장 읽고 싶고, 사정상 내일 읽어야만 하는 책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서점은 멀고, 발걸음은 무겁고, 예스 24에서 '내일 도착 예정'만 믿고, 주문했는데 2~3일 후에 받은 경우가 어찌나 많은지. 


3. 그놈의 에너지 절약을 드디어. 

가끔 종이책의 책 넘김을 운운하며 늘어나는 전자책 시장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사람이 있다. (나였다고 말해두고 싶다) 그러나 전자책을 사용한다면 우리가 그나마 산림파괴를 줄일 수 있다는 건 생각해 보지 않았는지. 책을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종이 양 = 희생되는 나무의 수만 해도 엄청날 것이다. 

4. 북마크, 하이라이트, 단어장 등 휴대하면서도 충분히 이룰 수 있는 것들. 

개인적으로 종이책에 낙서하듯이 곳곳에 내 생각을 쓰고, 맘에 드는 페이지는 접어놓는 걸 즐긴다. 그러나 외부에서 읽다 보면 펜이 없거나 펜이 있어도 쓸 수 없는 환경이거나 (ex. 지하철) 그럼 결국 내가 느낀 것은 변형되거나 소멸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북과 함께라면 그때 그때 원하는 것들을 기록하거나 하이라이트 기능으로 표시할 수 있어 좋다. 


5. 보존성, 평생 보관해도 빛바래지 않는. 

장점이자 단점이긴 할 텐데 종이책 대비 수명이 길다. 전자책 리더기만 있다면. 아니 태블릿이 고장 난 다고 해도 온라인 계정만 살아 있는 한 나는 평생 책을 처음 샀을 때 그대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6. 다양한 혜택 

크레마 구매 시 받았던 사은품 크레마 머니와 다양한 쿠폰을 적용하면 엄청 저렴한 가격에 이북 구매가 가능하다. 예스24에선 이북에 대한 할인을 항시 진행하고, 그 외 월 별 이벤트 성 쿠폰이 많이 나와 좋다. 천원~3천원대에 한권을 구매한 적도 있었고, 크레마 머니를 다 쓰고도 3만원 이상 구매했는데 할인 적용 이것 저것 받다보니 만원에 책 세개를 구매했다. 거기다 3만원 이상 구매하면 받을 수 있는 크레마 파우치(사진 속 파우치)와 캐릭터 담요를 받았다. 


그렇다면 단점은 무엇일까? 모두가 생각하는 그 이유. 전자책이 지속적으로 노력하지만 잘 안 되는 것. 


눈의 피로(크레마원의 경우), 책을 처음 집었을 때의 그 설렘, 책장을 넘길 때의 쓰윽 거리는 사운드, 손 끝에서 전해지는 종이 감촉이다. 

물론 주관적인 기준에서 몇 가지 더 추가하자면 (여태까지도 나만의 기준이었지만) 책장 속에 있는 책을 보며 뿌듯해하는 마음이 없어진다는 것. 소장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네이버 서평을 쓸 때 늘 책 페이지 곳곳을 촬영하며 써 내려갔는데 그 재미도 없어졌다는 것. 이런 점을 들고 싶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직 모든 책이 전자책으로 있는 건 아니어서 종이책도 즐겨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아날로그에 취한 많은 사람들이 전자책을 나쁘게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의 편리함을 위해 개발된 하나의 도구, 수단으로써 생각하면 더 좋을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는 고전 소설은 꼭 종이책으로 봐야겠다는 생각이 있어 전자책으로는 흥미진진한 최근 도서나 뭔가 오래 소장하기엔 다소 현대적인(?) 느낌의 실용서를 구입하는 편이다. (이동하면서 보기에 좋은 책들)


전자책을 구입하기 전 여전히 당신 주변에서 말리는 사람 한 둘은 있을지도 모른다. 좋을지 안 좋을지는 쓰는 당신만이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니. 너무 현혹되지 말라. 당신은 당신의 의견을 사랑하고, 책임질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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