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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림의미학 Aug 11. 2018

매주 토요일 10시 마법 같은 시간.

마이크임팩트 스쿨 - 책 쓰는 토요일 강의 후기, 새로운 인생 챕터의 시

널리고 널린 흔한 인생이라고 착각하는 경우에도 인생에서 아주 특별했던 몇 가지 챕터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좋은 것이든, 치명적인 것이든, 내 삶을 조금이라도 바뀌게 한 일련의 사건들. 


최근 나는 새로운 챕터 하나를 기록했다. 우연하게 마이크 임팩트 스쿨에서 수강했던 '책 쓰는 토요일'이라는 4주간의 수업 겸 모임으로 말이다. 감성적이지만 무딘 면이 있는, 겉은 뺀질거리지만 소나무 같이 움직이지 않는 게으른 면을 갖추고 있는 나를 조금이나마 변하게 한 인생 강연.


이 수업을 듣기 전 나는 딱 이 표지판 같았다.  

30살을 그럭저럭 넘기며 회사와 직업을 몇 차례 갈아치웠고, 마음대로 살았으나 마음이 가는 대로는 살지 못한 정체된 상태. 


수강 전, 글은 못 쓰지만 쓰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다. 잘 쓰기보단 나와 내가 갖고 있는 것을 글로 잘 표현했으면 하는 욕구. 그러다 문득 몇 년 전 '언젠간 커리어도 쌓이고, 글 쓸 자격이 되면 수강해야지'하고 막연하게 벼르고 있던 '책 쓰는 토요일' 수업이 떠올랐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난 나는 여전히 수강할지 말지 고민했다. 30세를 넘기는 동안 딱히 달라진 것도, 갖춘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 책을 왜 내야 하는지, 자신이 관심 있는 것, 잘 하는 것, 갖고 있는 콘텐츠를 꺼내는 것부터 시작해 목차를 쓰기까지 이 강의는 내게 책을 써야 한다는 것 이상의 변화를 줬다.


'주제가 없는데....'

'내가 제일 커리어가 없을 텐데...'

'다른 사람들은 엄청 짱짱하겠지'

'듣고 싶던 거니까 그래도... 미래에는.. 도움될.. 걸?’

'혹시 지루해도 한 시간에 대략 4만 원씩.... 17만 원... 학원 한 달 다닌 거라고 생각하자'


수업 전 가졌던 이런 내 마음을 반성한다. 


매 수업마다 강사님은 이런 나도 책을 쓸 수 있다는 용기를 품게 해줬다. 얕은 위로도 없었다. 그냥 평범한 일반인도 자신만의 콘텐츠를 꺼내 우리 중 그 누구도 책을 낼 수 있다는 사례를 제시했을 뿐.

요즘 내 모습을 보면 크게 변하진 않았지만 심적으로나마 내가 품은 세상을 다른 시야로 보게 된 건 확실하다.


강의중엔 매주 필수 과제가 있었는데 그 과제는 단순 책 쓰기가 아닌 지금까지 살았던 내 인생을 점검해볼 수 있던 첫 시작이었다. 수업기간 동안 그동안의 인생을 정리해서 미래를 알차게 가꿀 수 있을 것 같았고, 나의 작은 콘텐츠가 어쩌면 타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렇게 희망찰 수가 없었다. 이전에 인생 OOO라는 책으로 내 인생을 돌아볼 때 보다 훨씬 즐거운 나날이었다.

 

마이크임팩트 '책 쓰는 토요일' 마지막 수업을 기념하며 

이 수업으로 깨달은 게 하나 더 있었다. 다양한 환경에서 왔지만 공통의 목표를 가진 긍정적인 사람들과 단기 프로젝트를 해본다는 게 얼마나 소중하고, 나에게 핏 되는 일이었는지. 근데 그게 각자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반영할 수 있는 프로젝트여야 한다. 그러면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말하지 않고, 친하지 않아도, 없던 소속감과 알 수 없는 유대감이 생긴다. (나 혼자 착각했을 수도 있다.) 수업시간 중 수강생들과 서로 일주일 간 생활을 교류할 때면 '하루를 알차게 보내야지' '이렇게 긍정적인 분들을 만날 수 있어 다행이다' '이 분들과 끈끈해지고 싶다' 느꼈다.


내 꿈을 찾기 위해, 조금이라도 풍족하게 살기 위해, 20대 때 얼마나 화려한(?) 1회성 강연을 들었는지 모른다. 다양한 모임도 참여했고, 여러 사람들도 만났지만 머리도 마음도 늘 텅 비어있었다. 그들로부터 늘 배울게 많다고 감탄했던 나였지만 감탄이 발전으로 연결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완주하지 못한 마라토너 같은 심정으로 십 년 넘게 살아왔다. 지금 생각해보니 인생을 돌아보고, 지속할 만한 프로젝트를 사람들과 단 한순간도 하지 못해서 그랬던 거 아닐까 싶다.


남들보다 느리고, 게으른 사람이라 어쩌면 아주 늦게 이런 작업들을 시작했는지 모른다. 이렇게 브런치에 허접한 글이나마 써야겠다고 맘먹은 것도 '책 쓰는 토요일’ 덕분이다.


강사님의 기대와는 다르게 수업 직후 바로 책을 쓰는 멋진 수강생은 아니지만 그동안 삶에 대해 방황하며 들었던 그 어떤 강의보다 ‘태도’를 변하게 했다. 그리고, 한 분과는 매주 만나 글을 쓰든 아이디어를 나누든 내 수준에서는 아주 발전적인 만남을 하고 있다. 


책을 내지 않았으니 엘리트 수강생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수업에 애정을 가진 수강생이니 많은 사람들이 이임복 강사님을 한 번은 만났으면 좋겠다. 이렇게 후기 쓰니 이 시간들과 그때 내 마음이 새삼 그리워지네. 

수업 마지막 날 강사님 책에 싸인받고, 사람들과 스벅에서 수다타임.



내가 언젠가 책을 쓴다면 완벽해서 쓰는 게 아니다. 

나와 타인을 조금 더 채울 수 있도록 그렇게 써내려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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