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의 혁필가, 이종욱
붓끝이 종이를 스치는 순간, 하나의 글자가 그림처럼 피어납니다. 시청역 한켠에서 붓을 들고 마주 앉은 이종욱 님은, 말 대신 한 획 한 획에 마음을 담습니다. 외국인, 내국인을 가리지 않고 정성을 다해 써 내려가는 그의 글씨는 단순한 문자가 아니라 하나의 예술입니다. 자신을 드러내는 데는 조심스러웠지만, 붓끝에서 전해지는 세계는 누구보다도 확고했습니다. 그의 혁필은 일상이 곧 예술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살아 있는 작품입니다.
- 이렇게 오랫동안 글씨를 쓰고 계시면 손목은 안 아프세요?
아프지. 그래도 돈 벌려면 아파도 참아야지, 뭐.
- 이 일을 몇 년 동안 하셨나요?
나는 45년을 했습니다.
- 원래는 어떤 일을 하셨었나요?
나는 원래 극장 간판을 하던 사람이야. 중앙 극장! 명동에 있는 거.
짧은 대답 속에서도 이종욱 님의 세계는 단단했습니다. 집중력이 흐트러질까 조심스러워, 한자 한자에 온 힘을 쏟고 계신 모습 앞에서 질문을 던지기조차 사뭇 어려웠습니다. 성함이나 연세조차 널리 드러나길 원하지 않으셨고, 방송 출연도 일부러 고사하셨지만, 그 고집스러운 사양 속에서 오히려 확고한 태도가 느껴졌습니다. 사람들에게는 희망과 따뜻함을, 외국인들에게는 한글의 아름다움과 전통을 전하는 그의 붓끝은, 그 자체로 가장 진솔한 인터뷰였습니다.
사진 촬영 / 편집 김민희, 인하연
편집 이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