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스파게티
취준생 석주는 최근에 모든 것을 포기했다.
포기하고 매일 방 안에 틀어박혀 게임만 하고 있다.
석주의 엄마는 석주가 걱정되어 화도 내보고 눈물도 흘려봤지만,
그런 엄마의 행동은 석주의 불안을 더욱 크게 만들 뿐이었다.
석주는 급변하는 세상이 너무 두려웠다. 이제는 조금만 어긋나도 취업을 할 수가 없는 시대였다.
이미 어렸을 때부터 세상을 알고 준비해 왔던 사람들하고는 먹고살기 바빠 미래를 준비할 수 없었던 자기 자신과는 게임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석주는 포기해 버렸다.
그냥 집에서 게임을 통해 현실을 도피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석주는 그 이후로 방 안에서 나오지 않은 채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버렸다.
석주의 엄마는 점점 문을 두드릴 수 없었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든 무슨 행동을 하던
아들 석주에게는 상처가 될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석주의 삶은 점점 피폐해져만 갔다.
석주는 이제 더 이상 자기 자신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느꼈다.
그렇게 밤낮으로 게임만 하던 석주에게 그날은 조금 이상했다.
석주는 자신이 하던 게임에서 평소와는 조금은 다른 느낌을 받았다.
맵의 구조가 조금은 다른 느낌이었다.
'뭔가 이상한데.. 여기서 이게 나오면 안 되는데.'
그렇게 석주가 이상해하던 찰나,
석주의 헤드폰에 소리가 들렸다.
'짤랑짤랑'
방울 소리였다. 게임 속 저 멀리 숲이 보였다. 석주가 하는 게임에선 이런 숲이 없었는데.
석주는 궁금한 마음에 캐릭터를 이용해 숲으로 뛰어갔다.
바람 흔들리는 방울소리가 나는 곳은 큰 도토리나무였다.
픽셀로 된 도토리나무 중간에는 '도토리 숲'이라는 팻말이 있었다.
'새로 생긴 이벤트인가'
석주는 계속해서 도토리 숲 안으로 들어갔다.
몬스터가 갑자기 나와 공격하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긴장을 하며 조금씩 게임 캐릭터를 이용해 도토리 숲 깊은 곳으로 이동해 보았다. 그때 저 멀리 도토리 숲의 그늘아래 작은 오두막집이 보였다.
작은 불빛을 따라 오두막집에 도착한 석주는 오두막집 문을 클릭해 보았다.
그러자 오두막집에서 어떤 여자가 나와 석주의 캐릭터에게 말했다.
"들어오세요"
석주의 캐릭터는 오두막 안으로 들어가 테이블에 앉았다.
오두막집의 그 여자는 말했다. "방금 스파게티를 했는데 드실래요?"
석주는 계속해서 컴퓨터 화면을 클릭해 보았으나, 더 이상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뭐지? 왜 이러는 거야'
계속해서 화면을 눌러보던 석주는 헤드폰으로 마이크가 연결되어 있단 것을 기억했다.
석주는 반신반의하며 그녀에게 말했다.
"네 주세요."
그러자 정말 신기하게도 그녀가 석주를 바라보더니 미소를 띠며
큰 냄비에 든 스파게티와 마늘바게트를 내왔다.
석주는 큰 냄비에 가득 든 스파게티를 보고 놀랐다.
어렸을 때 가족들이랑 저녁 먹을 때 항상 엄마가 해주시던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큰 냄비에 가득 스파게티를 삶고, 미트맛 토마토소스를 넣어해 주시던 방식 그대로였다.
석주는 큰 냄비의 가득 들어있는 스파게티를 눌렀다. 그러자 석주의 게임 캐릭터는 맛있게 스파게티를 먹기 시작했다. 옆에 있는 마늘 바게트와 함께 맛있게 식사하는 석주의 게임 캐릭터를 보니, 석주는 엄청난 허기짐을 느꼈다. 옛날에 가족끼리 옹기종기 모여 스파게티 먹었던 날들을 회상했다.
두려울 게 없었던 순수한 어린 시절이 그립다 못해 사무쳤다.
환하게 웃으며 스파게티를 해주시던 엄마의 얼굴을 생각하니
'지금까지 나는 나의 마음만 생각했구나'
'상처받은 나의 마음만 생각해서.. 내가 엄마의 마음에 비수를 꽂고 있었구나..'
참을 수 없는 자신을 향한 역겨움과 동시에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그리고는 컴퓨터 너머에 있는 그녀에게 말했다.
"저는 이미 너무 멀리 왔어요.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끼웠어요."
그녀는 석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잘못 끼워버린 단추는 다시 풀어서 끼우면 그만입니다."
간단하지만 명료한 그녀의 해답에
석주는 알 수 없는 희망과 위안을 얻었다.
석주는 다짐했다. 그녀의 말대로 잘못 끼워버린 단추에 얽매여 사는 것이 아니라
다시 처음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석주는 컴퓨터를 종료했다.
그러고는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그의 방문을 열었다.
주방에 있던 엄마는 놀라 석주를 바라본다.
세월이 지나 많이 늙은 엄마의 얼굴을 보니 이기적이었던 자신의 행동을 더더욱 후회한다.
하지만 석주는 돌릴 수 없는 시간을 붙잡고 후회하기보다 다시 일어서는 것을 선택했다.
석주는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나 스파게티가 먹고 싶어."
석주의 엄마는 너무 기뻤다.
자신이 석주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있다니
기쁜 마음으로 엄마는 석주에게 스파게티를 해준다.
예전처럼 아주 큰 냄비에 가득.
엄마의 스파게티를 먹으면서 석주는 울음을 터뜨린다.
울면서 석주는 말했다.
"너무 미안해 지금까지 했던 모든 행동들을 다 되돌리고 싶어"
석주의 엄마는 함께 눈물을 흘리며 말없이 아들을 안아주었다.
따듯한 엄마의 품속에서
석주는 지금 잘못 끼워버린 인생의 단추를 풀어
올바른 위치에 다시 채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