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숲 그늘아래 [김밥]

11. 김밥

by 익명의 작가

정호는 오늘도 sns를 보며 절망감을 느낀다. sns를 보면 왜 이렇게 성공한 사람들이 많은 것인지.

정호는 성공한 사람들의 스토리를 보며, 자기 자신의 부족한 점에 대해서 생각한다.

'나는 어떻게 하면 저 사람들처럼 될 수 있을까' sns를 뒤지던 정호는 친구의 스토리를 보고

더욱더 불행해진다. 초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오래전 친구가 결혼을 한다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 친구는 sns에 각종 명품 시계 외제차들을 자랑하는 스토리들을 올렸다.

정호는 꿈도 못 꾸는 것들을 그 친구가 누리는 것을 보고, 알 수 없는 부아가 치밀었다.

정호는 밤낮으로 택배일을 하는 자신과 달리, sns에서 초호화 아파트에서 살며 여유를 느끼는 다른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점심으로 김밥하나를 먹으며, 고급 스테이크를 썰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들여다본다.

정호의 삶은 점점 정호가 사라지고, 다른 사람들의 인생 스토리로 채워져 갔다.

정호는 자신이 쓸모가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일은 왜 해야 하며, 나 같은 존재는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사람들의 소식을 들으면 들을수록 불행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호는 sns를 멈출 수 없었다.

매일같이 불행해하고 비교하기를 반복했다.

자신도 인터넷 세상 속 성공한 사람들처럼 우아하고 고급진 삶을 살고 싶었다.

그때부터 정호는 점점 무리해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택배일이 끝나면 바로 가게 배달일을 했고, 그렇게 투잡 쓰리잡까지 늘려갔다.

주말에도 열심히 일을 하던 그의 집착은 오히려 그를 더 추하게 만들었다.

쉼도 없이 바삐 움직이던 그는 결국 몸도 마음도 지쳐만 갔다.

그러던 중 집에서 세수를 하던 그가 거울을 봤을 때 거울 앞에는 더 이상 사람의 몰골을 하지 않은

정호가 서있었다. 정호의 마음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것들을 탐하는 인간의 욕심은

독한 독을 사람의 몸에 주입하는 것과 같았다.

정호는 그때부터 몸에 병이나기 시작했다.

하나하나씩 차례대로 고장 나기 시작했다.

무리했던 지난 시간들이 원인이 되어 정호를 아프게 만들었다.

이제 정호는 일을 할 수 없는 몸 상태가 되었고,

이번엔 평일도 주말도 집에 누워만 있었다.

그러면서도 정호는 집안에 홀로 누워 sns에 올라오는 수많은 성공 사례들을 보고 있었다.

정호는 아무리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 그들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눈물을 흘리며 sns를 훔쳐보던 그때

sns의 한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을 눌러본 정호는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딸랑딸랑' 방울소리를 들었다.

그 순간 정호는 이미 영상 안에 들어온 것처럼 바로 앞에 도토리나무가 서있는 것을 보았다.

'내가 너무 잠을 못 잤나?' '지금 꿈을 꾸고 있나?'

도토리나무에는 '도토리 숲'이라는 팻말이 달려있었다.

도토리 숲 안으로 천천히 들어간 정호는

저 멀리 숲의 그늘아래에서 작은 오두막이 있는 것을 보았다.

정호는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작은 오두막을 향해 걸어갔다.

'똑똑똑'

문을 두드리자 열린 문틈사이로 어떤 여자가 안으로 들어오라는 소리가 들렸다.

안으로 조심히 들어간 정호는

따듯한 오두막 안에서 한참 요리를 하고 있는 여자를 발견한다.

여자는 앞에 있는 나무 테이블에 '정호에게 와서 앉으세요'라고 했다.

테이블에 앉은 정호의 눈에

여자가 '김밥'을 만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여자는 열심히 김밥을 만들고 있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어리숙해 보였다.

만들어진 김밥은 옆구리가 다 터져있었다.

옆구리가 다 터진 김밥을 정호에게 가져오며 그녀는 말했다.

"계속 김밥을 잘 싸려고 노력해 봐도 잘 안되네요"

그녀는 그러면서 정호에게 한 번 맛봐보라고 권유했다.

그녀의 터진 김밥을 반신반의하며 먹어본 정호는 놀랐다.

생김새와는 달리 김밥의 맛은 훌륭했기 때문이다.

많은 재료가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각자의 재료의 본연의 맛이 느껴지는 담백하고 고소한 김밥의 맛이었다.

이 맛은 오래전 정호가 어렸을 때 소풍에서 먹었던 엄마가 싸준 김밥의 맛과도 비슷했다.

그녀는 정호에게 말했다.

"겉으로는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맛은 훌륭하지 않나요?"

겉으로는 보잘것없어 보이는 김밥.

이 김밥은 정호가 가지고 있던 잘못된 생각을 꾸짖는 듯했다.

sns에서 보이는 찬란하고 빛나는 것들에 현혹된 정호는

참된 자기 자신을 잃어버렸었다. 사실 정호는 매일 밤낮으로 하는 택배일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었고

자기 몸이 힘들어도 절대 사람들에게 짜증 한 번을 안 내고 항상 미소 짓는 사람이었다.

힘들고 지친 상황 속에서도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것에 뿌듯해했던 정호.

그 자신의 삶을 지옥으로 만든 것은 자기 자신이었다.

남들에게 볼품없어 보이는 게 무슨 상관인가. 이렇게 옆구리가 터져도 맛이 훌륭한 김밥처럼

겉은 화려하지 않지만 내면은 탄탄했던 정호였다.

정호는 그녀에게 말했다.

"남들과 나 자신을 비교하기 시작하니까, 제 자신이 너무 불행해 보였어요."

"이젠 그들처럼 제 자신의 삶이 빛나지 않는 다해도 절망하지 않으려고요. 터진 옆구리를 막아내는데 집착하기보다 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삶을 살아가고 싶어요."

그녀는 정호에게 기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정호가 마지막 김밥을 다 먹고 나서

앞을 바라보니, 도토리 숲의 그녀는 온데간데없고

그의 손에는 핸드폰이 켜져 있었다.

핸드폰 속 sns에서 나오는 찬란한 인생들을 뒤로한 채

거실로 향한 정호는 테이블에 엄마가 정호가 아프다며

직접 만들어 가져온 김밥을 발견하고, 괜스레 눈시울이 붉어졌다.

정호는 엄마의 김밥을 먹으며

다시금 일어날 힘을 얻었다.


정호는 그 날이후 주중에는 열심히 택배일을 하고

주말에는 이전부터 배우고 싶었던 커피를 배우기 시작했다.

sns 속 사람들처럼 화려하지는 않아도

정호의 방식대로 정호답게 살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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