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안경을 쓰자, 그때가 떠올랐다
다시 안경을 하나 사볼까.
안경을 마지막으로 써본 것이 꽤 오래되었다.
라식 수술을 한 지도 벌써 5년이 넘었다.
20년 동안 습관처럼 무의식적으로 눈밑을 손을 쓸어올리던 버릇도 어느새 사라졌다. 아홉살 때부터 몸의 일부처럼 늘 자기전까지 안경을 끼고 살았기에 내가 맨눈으로 다니게 될 날이 올거라곤 그땐 생각지도 못했다.
꽤 오랜시간 안경을 꼈던 탓일까.
여전히 콧등 한켠에 안경이 얹어져있던,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어떤 느낌이 배어있는 것 같다.
학창시절의 나는 친구들보다도 유난히 눈이 나빴다.
두툼한 안경렌즈가 부끄러워 무테 안경은 고르지 못하고 늘 뿔테안경을 써야했는데, 뺑뺑이 뿔테안경은 학창시절 나의 트레이드마크이자 누구든지 착용하면 금세 범생이로 이미지메이킹을 해주는 신기한 물건이었다.
나는 그 뺑뺑이 안경이 정말 싫었다.
안경이 너무 벗고 싶어서 중학교 때부터 눈을 손가락으로 찢어가며 콘택트렌즈를 끼려고 수없이 연습을 했고, 너무 일찍 낀 렌즈 때문에 온갖 눈병치레로 안과를 들락날락하며 혼쭐이 났던 기억이 난다. 그때를 생각하니 안경과 콘텍트렌즈에서 해방된 지금이 참 좋은 세상이다 싶고, 왜 그 고생을 이십대중반까지 그토록 오래 했을까 하고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그러나 나는 라식수술을 한 이후에도 그 지긋지긋한 뺑뺑이 뿔테안경을 쉽게 버리지 못했다. 심지어 오랫동안 살던 집을 떠나 지난해 여름에 이사를 하기 전까지 그 낡은 갈색 뿔테 안경은 내 서랍속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아마도 그 갈색 뿔테 안경이 치열했던 나의 십대와 이십대를 생생히 떠오르게 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잠에서 덜 깬 새벽, 아침마다 내가 가장 먼저 손을 더듬어 찾았던 것, 그것에 대한 내 몸의 기억.
괜히 다시 안경이 사고 싶어진다.
그때처럼 뿔테 안경을 쓰고서 어딘가에 마냥 매진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