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내게, 유럽은 그런 곳이었다
인삿말도 현지어로 제대로 할 줄도 모르는 채로 시작했던 프랑스와 이탈리아 여행이었다. 다행히도 되돌아보면 눈빛, 미소, 손짓발짓으로 모든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열흘동안 유럽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은 그곳 사람들이 참 친절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영어를 할 줄 알면 나에게 영어로 대답해주었고, 나이가 많거나 작은 마을에서만 살아와 영어를 할 줄 모르는 경우에는 이태리어로 몸짓과 손짓을 섞어가며 이 방황하는 여행자를 기꺼이 도와주었다.
내가 만난 그들에게는 인상적인 공통점이 있었는데, 미소를 늘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언어를 알아듣지 못해 말이 통하지 않아도 상대가 친절히 설명해주는지, 상대방을 무시하는지를 우리는 충분히 알 수가 있었는데, 언어보다 중요한 것이 표정이라는 여행을 하며 비로소 알게 되었다.
특히 한국인을 비롯해 아시아인들을 보면 이상하게도 멀리서도 눈에 딱딱 시야에 들어오곤 했는데, 어쩌면 이들이 하나같이 무표정한 얼굴로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무뚝뚝한 직원이 많았던 북경공항에서 환승을 한 뒤 처음 파리공항에 도착했을 때, 유럽에 왔구나 하고 느꼈던 건 순간을 아직도 기억한다. 소매치기가 많은 유럽이니 정신 바짝차려야지 하며 잔뜩 긴장하며 비행기에서 내렸다가, 흑인 프랑스 여직원의 따뜻하고 환한 미소를 마주하자 안도했던 그 순간.
쏘아붙이는 것 같은 강한 햇볕 아래에서 관광객으로 북적거리는 파리의 세느강을 지나, 도시 구석구석을 도보로만 여행하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활기찬 사람들의 밝은 표정을 볼 수 있어서, 그 속에서 우리도 함께 웃을 수 있어서 그들이 보여준 미소와 분위기 만으로도 힘이 났던 것 같다.
2013.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