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에 있는 할머니들의 시간에 대하여
무성의 존재처럼 흰색 환자복을 입고 머리를 박박 깎은 할머니들은 여자인지 남자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먹을 수 없는 음식임에도 식탐만이 남아서 음식만 보이면 계속 달라고 녹슨 몸을 일으켜 부르짖으시는 할머니, 고요히 잠들어 주변이 시끄러워 난리가 나도 잠에서 깨지 않는 할머니, 움직이지 못하지만 비교적 건강해 늘 밝게 인사 받아주시는 할머니, 간병하던 딸이 보이지 않으면 금세 울음을 터트리는 할머니, 너무 잘드시고 건강하지만 기억이 오락가락하고 걷지 못하시는 우리 할머니.
하염없이 앉아 누구를 기다리나. 언제나 그렇듯 오늘도 티비를 보며 할머니들은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이 시간은 누구를 위해 주어진 것이며, 이 시간은 그녀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어떤 기다림일까.
201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