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 펑리수만 있는 건 아니라네 #길거리 음식 편
펑리수 많이 사 왔어?
대만을 다녀오고 나서 음식이라 해야 되나 기념품이라고 해야 되나, 꽤 많이 들은 질문 중 하나는 바로 이것이었다. 펑리수를 사 왔느냐 많이 먹었느냐. 그런데 사실 난 달달한 케이크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펑리수는 선물로 가져오기에도 무거워서 사먹지도 사오지도 않았다. 그래서 이 글에는 아쉽게도 3대 펑리수, 4대 펑리수 등의 정보는 없다. 그 유명한 망고빙수집 추천도 없을 예정이나, (빙수는 먹어보려 했지만 일정상 경로가 맞는 곳이 없었거나, 배가 불렀다) 다른 길거리 음식들이 궁금하다면 끝까지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중국을 갈 때마다 코를 쥐어잡게했던 그 취두부(삭힌 두부)를 대만에서 처음으로, 결국 먹게 되었으니 이제 가릴 만한 길거리 음식도 없다. 그저 발길 닿는 대로 지나다니다가 유명하든 유명하지 않든 그 순간에 먹고 싶으면 내키는 대로 음식을 사 먹었다. 맛있는 음식이 넘치도록 많아서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대만! 타이베이와 예류, 진과스, 지우펀 등 대만에서 먹었던 길거리 음식과 인스턴트 음식들에 대한 짧은 기록을 남겨보려 한다.
여행을 떠나면 한국에서는 맛볼 수 없는,
내가 상상할 수 없는 맛을 혀끝으로 체험해 보자
십오 년 전, 처음 중국에 갔던 때가 생각난다. 그 많은 중국음식을 시켜놓고도 '고수'라고 부르는 '시향 차이'가 들어간 음식은 입도 대지도 못하고 볶음밥만 주야장천 먹어댔던 그때가. 이제 나는 베트남 쌀국수를 먹을 때도 고수를 더 달라고 해서 잔뜩 넣어 먹고 있지만, 외국 향신료나 재료의 냄새에 적응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가끔씩은 예상치 못한, 속이 역겨운 순간을 겪기도 하지만 도전해보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것 같다. 호기심이 많기도 하지만 당장 배가 고파서이기도 했고, 여행자라 새로운 음식을 시킬 만큼 돈이 많이 없기도 했으니까.
향이 강한 중국음식류에 거부감이 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쯤 도전해보시기를 권한다. 어릴 적에는 김치 맛을 모르다가 어느 순간 묵은 김치의 냄새가 군침을 돌게 하고, 아메리카노가 처음에는 무슨 맛인지도 모르겠다가 어느새 은은한 원두 향만 맡아도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어 지는 것처럼, 외국에서 맛보는 독특한 향도 익숙해지면 다시 혀끝으로 느끼고 싶은 그리운 맛이 될 터이니.
직접 맛보고 알려주는 길거리 음식 TOP10
- 세상에 이렇게 부드러운 두부가 있나
사실 취두부를 먹은 것은 순전히 실수였다. 그,, 그것을 입 속에 넣다니! 스린야시장에서 큐브 스테이크를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바로 옆에서 두부를 사시더니 너무 맛있게 드시는 것이었다. 분명 취두부 냄새가 사방에 퍼졌는데,, 취두부가 아니었나보네? 그래서 맛깔나보이는 양념으로 잔뜩 덮인 그리고 고수가 살짝 얹어진 저 두부를 나도 모르게 한 입 먹어볼게 하고 먹었는데!! 먹었는데!! 와 진짜 부드럽다. 뭐지? 와.. 이 소스도 참 맛있네!
하고 생각하는 순간 역한 냄새가 쑤욱 올라온다. 윽. 그런데 뭐 어느 정도 잘 참을 수 있는 정도라고 할까. 손으로 코를 막고 꿀떡 한 번에 삼켰다. 그렇게 나는 내 인생 처음으로 취두부를 먹어보고야 말았다. 솔직히 정말 놀란 것은, 겉은 바싹한데 속은 연두부처럼 부드럽게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점. 친구들과 한번쯤 사 먹어 보면 참 다양한 표정을 볼 수 있는 재밌는 음식이 될 것이다. 야시장 입구에서부터 취두부 냄새가 난다고 코를 틀어막게 되겠지만, 냄새보다 맛이 강하지 않다는 것을 기억하자. 역겨움을 잘 참으며, 겪어 본 적 없는 신비한 맛을 체험해보고 싶은 도전정신이 강한 사람이라면 감히 추천한다.
-가격: 1인분 40 TWD
- 역시 여기서도 치느님이야
스린야시장에서 가장 줄이 긴 가게가 바로 '치파이' 치킨을 파는 집이다. 얼굴만 한 치킨을 파는데 가격도 참 착하다. 약 2천 원 정도이니 먹어보려 줄을 섰다. 길고 긴 줄이지만 닭을 튀겨내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생각보다 줄은 금방 줄어든다. 계산을 하는 사람에게 몇 개를 살지 말하고 돈을 내면 된다.
사람 얼굴 만한 닭튀김이다. 한 개로 두 세명이 나눠먹으면 되니 하나만 먹을 것을 추천한다. 왜냐하면 이것 말고도 사 먹을 게 너무 너무 많으니까!
튀김옷이 생각보다 두꺼워서 우리나라 통닭만큼 맛있지는 않았다. 그래도 저렴하니까 대만 치킨도 한번 시도해 볼만 하다.
- 가격 : 1인분 70 TWD
- 야시장에서도 고기를 찾고 싶다면
늘 철분이 부족한 엄마를 위해, 아니 사실은 고기 킬러인 나를 위해 먹은 길거리 음식이었다. 소고기를 큐브처럼 자르고, 토치로 구워 준다. 열이 아주 뜨거운데 앞에서 기다리다 보면 안 그래도 더운데, 더 덥다. 고기가 적당히 익으면 원하는 소스를 뿌려주는데 나의 경우 BBQ 소스를 발라 먹었다. 질기지 않고 적당히 부드러운 소고기, 야시장에서 소고기를 먹을 줄은 몰랐는데 꽤 먹을 만했다. 굽는 솜씨에 따라 맛이 달라질 것이니 손님이 많은 집에 가시도록.
-가격: 1인분 100 TWD
- 국민음료는 밀크티는 먹어봐야지
대만에 왔다면 밀크티는 꼭 마셔야 한다. 저렴하고 아주 진하고 맛있다. 그런데 의외로 밀크티 가게가 내 눈에는 잘 안 보였다. 스린야시장 일대에 있었던 코코 밀크티에서 두 잔을 사 먹었다. 한잔은 그냥 밀크티에 펄을 넣었고, 또 한잔은 보라색 타로 밀크티를 먹었는데 개인적으로 약간 더 비싼 타로 밀크티가 훨씬 더 맛있었다. 달달하지만 고소한 맛. 대만에서는 타로(토란)로 만든 간식이 많은데 그 이후 타로가 들은 간식은 꼭 먹었던 것 같다. 프랜차이즈이든 길거리에서 파는 것이든, 지나가다 밀크티가 보이면 가볍게 사 먹어보자. 지나치면 언제 또 나타날지 알 수 없으므로.
- 가격 : 40~50 WTD
- 망고로 만들면 다 맛있나 봐
예류 지질 공원 입구에 작은 테이크아웃 커피집이 있다. 너무 목이 말라서 사 먹었던 망고 슬러시. 싼 맛일 거라고 기대를 안 했는데 의외로 맛있었다. 와 진짜 망고 맛이네. 4명이서 4개를 시켰는데 양이 너무 많아 2개만 시킬 걸 하고 후회했던 망고 슬러시. 덕분에 시원하게 예류 구경 자~알 했다
- 가격: 100 TWD 가량
- 가격 대비 고퀄 일세
일식도 워낙 많고 맛있는 대만이다 보니, 기차역이나 지하철역에 테이크 아웃할 수 있는 초밥을 파는 가게가 많다. 그런데 싱싱하고 맛이 아주 좋다는 것!! 초밥집은 따로 안 가도 될 정도다. 숙소로 돌아갈 때 야식으로 한 통씩 사서 먹었는데, 연어도 입에서 녹는다. 밤 10시 즈음에 가서 1+1으로 사 오기도 했다. 너무 늦게 사면 신선도가 덜어질 수도 있으나 반값이니 나쁠 건 없다. 보통 한 팩에 3~4천원 수준이다.우리나라에서는 1만 원은 족히 할 초밥이 여기서는 1/3가격 정도이니 그냥 지나치긴 너무 아쉽다.
- 가격 : 90 TWD~ 120 TWD
- 빵성애자라면 놓칠 수 없어
더 많이 사지 않은 것을 후회했던 유일한 길거리 음식은 바로 이, 타로 슈크림빵이었다. 타로가 들어가 있으니까 맛있을 것 같아서 타로 슈크림빵 하나, 고구마 슈크림빵 하나를 샀다. 진짜.. 진짜 맛있다. 바싹한 빵과 함께 사르르 녹는 타로 슈크림의 맛. 취두부 냄새 잔뜩 번지는 지우펀 시장분위기와는 조금 다른 느낌의 간식이지만, 슈크림 빵을 좋아한다면 놓치지 말 것!
- 가격 : 100TWD
- 어서와, 한국어 간판이야
한국 관광객에게 진짜 유명한 땅콩아이스크림 가게는 서투른 한국어가 벽면 여기저기 붙어있다. 한쪽에서는 땅콩엿(?)을 열심히 대패질을 하고 있고 전병 위에 아이스크림과 땅콩을 넣어 싸서 크레페처럼 돌돌 말아서 준다. 보는 것도 재밌고 구경하는 사람도 많아서 꼭 한번 맛보고 싶게 만든다. 쫀득한 전병에 싸서 먹는 땅콩과 아이스크림의 조화가 예술이다. 땅콩 알레르기가 없다면 누구나 걱정 없이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맛있는 간식이다.
- 가격 : 40 TWD (인터넷에 쿠폰 찾아서 보여주면 5 TWD 할인해준다)
- 이거 먹고 땅 팔 수 있을까
여행 중 내내 먹다 보니 배가 불러서 광산으로 유명한 진과스에 도착했으나, 그 유명하다는 광부 도시락을 차마 먹을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치킨이 먹고 싶어서, 그리고 저 이쁜 도시락이 갖고 싶어서 결국 샀다! 숙소에 돌아가서 밤이 되어서야 도시락을 먹었다. 치킨은 약간 짭쪼름하면서 부드러웠고 식어도 맛있었다. 대만 음식 치고는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인데 기념품으로 도시락통과 손수건을 가질 수 있으니 괜찮은 셈이다. 광부들이 과연 이거 먹고 땅을 잘 팔 수 있었을까 싶은 양이긴 하나, 야식으로 먹기엔 부족하진 않았다.
가격 : 290 TWD
- 소고기가 덩어리 째 듬뿍, 진짜 소고기 라면
마트나 편의점에 간다면 대만 라면을 사보자. 우육면은 진짜 소고기가 들어있는데 그 크기에 감동하고 맛에 감동한다. 우리나라 소고깃국 같은 진한 맛인데 생각보다 향도 강하지 않다. 진짜 우리나라 라면은 소고기가 콩알보다 작은데, 여긴 고기 인심이 후하구나. 컵라면에 그대로 만들어 먹어도 맛있고 냄비에 끓여서 먹으면 면이 쫄깃쫄깃, 탱탱해져 더 맛난다.
TIP. 기념품으로 추천하는 간식
- 타로 케이크 :
케이크도 꽃 한 송이 같이 예쁘고, 입안에서 고소하게 사르르 퍼지는 이 맛을 어찌 설명할꼬. 타로 성애자가 된 나에게는 가장 맛있었던 케이크이다. 선물용으로도 좋다. 공항에 가면 많이 판다.
- 누가 크래커 :
펑리수로 수신 방에서 나의 맛을 사로잡은 과자! 이것을 시식해보자! 쫀득한 캐러멜 같은 누가가 크래커 속에 들어있는데 야채크래커 맛이 살짝 나고, 졸깃 쫄깃 누가를 씹어먹는 식감도 재밌다. 지우펀에서 누가 크래커 몇 군데에서 시식해 봤는데 쫀득한 식감이 제대로 살아있는 것은 수신 방 누가 크래커였다. 무겁지 않아 들고 가기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