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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미식기행

발길 닿는 곳마다 맛집이 넘치는 도시 # 레스토랑 편

by 라임
대만 가보니 어땠어?

먹기 위해 떠난 여행은 아니었으나, 먹방으로 시작해 먹방으로 끝난 타이베이 여행이었다. 대만 여행이 어땠냐는 지인들의 질문에 나는 흥분하며 음식이 맛있다는 말로만 화답할 뿐이니 말이다.


사실, 이번 가족여행으로 타이베이를 선택한 것은 언니가 가까운 다른 나라에 한 번 가보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저 2시간 정도의 적당한 비행거리에 저렴한 티켓을 구할 수 있는 대만을 선택했을 뿐이었고, 가족 누구도 대만의 음식이나 관광지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주변에 대만을 다녀온 사람도 의외로 많지 않아 큰 기대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대만에 가면 누구나 그곳의 음식 맛에 반하고 만다고 했던가.

타이베이에서 가장 큰, 스린야시장 @2016.04


한국 관광객들이라면 다 한 번씩 먹어본다는 망고빙수와 펑리수는 맛도 못 봤건만, 여행을 끝날 때쯤 우리 가족도 어느새 대만 음식 예찬론가가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언제나 비행 직전에야 여행을 준비하곤 했다.


처음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일단 비행기 티켓과 숙소를 예약하고 나면 나는 사실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는다. 그저 날짜가 다가오면 짐을 싸고 여행책 하나 들고 여행을 떠난다. 도착해서는 발길 닿는 대로 식당을 정하기에 비행기에 오르기 전 맛집을 찾는 일은 거의 없었고, 공항을 가는 길이나 비행기를 기다리는 시간에 방문할 만한 장소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으로 찾아볼 뿐이었다.


그러나 이번 여행은 달랐다.

미식 여행을 계획한 것은 아니었지만 각종 블로그와 여행카페를 방문하며 꼭 먹어야 할 타이베이 식당 리스트를 정리하는 것으로 여행 준비를 시작했다. 발길 닿는 대로 마음에 드는 식당에 들어가서 먹는 것에 만족했지만 특별히 고심하여 맛집을 준비한 이유는 이제야 여행 경험이 쌓여갈수록 현지에서의 한 끼 한 끼가 식문화 체험의 소중한 기회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한 끼 식사를 망치면 그날의 여행을 망친 기분이 들 때도 있었고, 여행을 끝난 뒤 항상 아쉬운 것 중에는 먹어보려고 했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맛보지 못한 현지 음식들이 있었다. 그래서 꼭 이번에는 대표적인 식당들을 한 번 가보자 라는 생각이 있었고, 특히 부모님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 사전 준비에 더 심혈을 기울여야만 했다. 그래서 대만을 자주 간다는 중국인 친구에게 SNS를 보냈다.


진짜 맛있는 집을 좀 알려줘!!



직접 맛보고 선정한 레스토랑 TOP3


1. 타이베이 3대 딤섬 중 가장 인기, 융캉제 딘타이펑 본점

- 톡 터트려 먹는 육즙이 살아있는 딤섬 '샤오롱바오' 맛집


딤섬을 맛보기 위해 최종 낙찰한 곳은 역시, 딘타이펑이었다. 타이베이에는 3대 딤섬집(딘타이펑, 덴수이러우, 까오지)이 있는데 그중에 딘타이펑을 고른 이유는 미슐랭 원스타를 받은 식당으로 한국인을 비롯한 많은 관광객에게 유명한 곳이기도 하고, 한국보다는 저렴하고 맛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우버택시에서 만난 현지 대만인도 딤섬 식당을 물어보자 의외로 딘타이펑을 추천했다. 딘타이펑은 시내 곳곳에 여러 개의 지점이 있다. 보통 본점은 대기가 길다고 악명이 높아서 타이베이 101 빌딩 지점 등으로 많이 간다고 하지만, 그래도 타이베이에 왔으니 융캉제에 있다는 본점에 가야 제대로 맛을 보지 않겠나 싶어 그곳으로 향했다.




오후 2시 반쯤 융캉제에 있는 본점에 도착했다. 대기 중인 사람들이 많아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예상 대기 시간은 약 15분 정도라고 했다. 체계적으로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어서 얼마나 기다리면 될지 자동으로 대기표에 기록이 되어 나왔다. 전광판에는 1~2인석, 3~5인석, 6인 이상의 대기번호가 따로 움직이고 있었고, 안내하는 직원은 국적을 물어보더니 한국인이라고 하자 한국 메뉴판을 건네주었다. 대기 중에 메뉴를 고르고 나니 금세 우리 번호를 불러 4인석이 마련된 4층으로 올라갔다.


우리가 시킨 메뉴는 딤섬 3가지, 만둣국 1가지, 비빔면 1가지, 반찬 2가지 , 볶음밥 1가지 총 8가지였는데, 4인이 먹기에 딱 적당했다.


나오는 대로 급히 먹다 보니 샤오롱바오는 사진을 찍기도 전에 다 먹어버렸다.


선택한 메뉴 모두 맛이 좋았다. 다진 고기만두를 찜통에 쪄 내놓는 메인 딤섬 '샤오롱바오' , 새우가 통째로 들어간 '통새우 돼지고기 샤오마이', 상해식처럼 한쪽은 바싹하게 구워 고소하게 맛있는 '새우 돼지고기 군만두', 느끼함을 잡아줄 상큼한 반찬인 '오이김치'와 '목이버섯 구기자 생강 무침', 그리고 맑은 국물이 말끔하고 맛있어서 국물 한 방울도 남기지 않았던 '야채와 돼지고기 물만두탕', 매콤한 맛이 나는 '참깨 땅콩소스 비빔면', 그리고 매끼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새우볶음밥'까지 완벽한 메뉴들의 조합이었다.

특히, 샤오롱바오는 먹는 방법이 따로 있는데, 처음 먹어보는 사람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샤오롱바오를 살짝 터트려 육즙을 먼저 마시고 간장에 잘게 썬 생강을 곁들여 찍어먹는데, 상세하게 안내판이 각 테이블마다 비치되어 있으니 그대로 따라먹어 보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딘타이펑 본점 정보]

-주소: MRT 동먼 역 하차/ 106 대만 Taipei City, Da’an District, Section 2, Xinyi Rd, 194號

-영업시간 : 오전 10시~ 오후 9시 (브레이크 타임 없음)

-가격: 반찬류 70~90 TWD, 딤섬류 170~200 TWD , 면류 100~150 TWD으로 딤섬은 한화로 약 6~7천 원 정도

-주의사항: 카드결제 불가/ 현금 결제 only

(대만에는 큰 레스토랑이라도 카드 결제를 안 받는 곳이 많으니 미리 현금을 준비하자)


Tip. 타이베이 대표 딤섬 맛집

딘타이펑(鼎泰豐), 덴수이러우(點水樓), 까오지(高記), 팀호완(添好運)

딘타이펑과 덴수이러우는 한 스승에게서 배운 두 제자가 세운 식당으로 라이벌 구도에 있는 식당이라고 하니 기회가 된다면 모두 방문해 보자. 카오 지는 육십 년 넘는 정통을 유지하고 있는 상해식 식당이라고 하는데 셩지엔 바오라는 딤섬이 유명하다. 팀호완은 홍콩에서 미슐랭 원스타를 받은 딤섬 식당인데, 대만에서도 맛볼 수 있다. 저렴하고 맛이 좋아 인기가 많다.




2. 일본보다 더 맛있다고 소문난 일본식 장어덮밥 '비전옥'

- 현지인과 관광객의 입맛을 모두 사로잡은 일본식 맛집


비전옥(肥前屋)이라는 가게 이름부터 특이하다. 기름지게 하는 식당이라는 뜻일까. 장어 기름으로 앞으로 살이 지게 될 것이라고 하는 식당 이름처럼 정말 제대로 장어 기름칠을 할 수 있는 식당이다. 관광객들의 리뷰에서 언제나 극찬이 이어지던 식당이었지만 일본식 장어덮밥이어서 처음에는 갈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맛집을 물어보자마자 중국인 친구가 정말 맛있다고 이 식당 이름을 말해주어서 믿고 먹어보기로 했다. 대만 역시 우리나라처럼 일제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일본 음식문화가 많이 남아있다. 그 영향 때문인지 대만 음식은 중국 본토와는 다른, 일본과는 다른 새로운 맛과 식문화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중국 본토의 맛은 살리되 향이 강하지 않고, 일본음식처럼 깔끔하면서도 맛은 제대로 내는 것 같다. 늦은 저녁에도 대기가 있다는 비전옥도 웨이팅은 기본이라고 한다. 그래서 전략적으로 8시쯤에 찾아갔다. 토요일 저녁이었지만 다행히 15분 정도를 기다리니 자리가 났다.


장어를 입안에 한 입 넣는 순간 사르르 녹는다

장어덮밥 대자 2개, 소자 2개 그리고 닭꼬치를 시켰다. 옆자리의 현지인 아저씨가 혼자서 장어덮밥, 사시미, 생선구이를 먹고 있는데 맛있어 보여서 우리도 사시미를 한 접시 시켰는데, 사시미 맛도 일품이다. 장어덮밥은 저렴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가격 대비 만족스러운 맛을 선사한다. 오동통한 장어가 입안에서 사르르 녹으며 달달한 춤을 춘다. 배 속 가득 장어 기름칠을 하고 온가족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식당을 나왔다.



[비전옥 정보]

- 주소 : MRT 중산 역 하차/ 104 대만 Taipei City, Zhongshan District, Lane 121, Section 1, Zhongshan N Rd, 13-2號

- 영업시간 : 점심 11시~14시 30분, 저녁 5시~9시 / 월요일 휴무

- 가격 : 장어덮밥 大 480 TWD / 小 250 TWD , 사시미 200 TWD, 닭꼬치 40 TWD (2개)

- 특이사항 : 자리가 나는 대로 안내해주면 앉는데 테이블에 합석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Tip. 식당 방문 시, 브레이크 타임을 미리 확인하자.

타이베이의 식당은 일반적으로 점심과 저녁 사이에 브레이크 타임이 있으니 미리 확인하고 가도록 하자.




3. 온천 명소 양명산에서 찾은 Khan 레스토랑

- 감탄이 나오는 30년 경력 주방장의 일품요리! 과일, 케이크 디저트까지 무한제공


원래 양명산에는 야경을 보며 저녁을 먹을 수 있는 루프탑 레스토랑들이 유명하다. 그래서 하루는 양명산에서 온천을 하고 루프탑 레스토랑에 가서 저녁을 먹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다. 그런데 양명산에 영업 중인 레스토랑이 모두 문을 닫은 상태였다. 국립공원이라 기존에 불법영업을 하고 있던 것이라, 양명산의 레스토랑들이 영업 정지되었단다. 언제 다시 오픈할지 알 수 없다고 하는데, 양명산 산 속에 있던 숙소 주변에는 마트는커녕 편의점도 없었다. 그렇다고 저녁을 먹기 위해 한 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다시 시내로 내려갈 수도 없는 상황이니 큰일이었다. 블로그를 검색해도 마땅한 식당이 없고 리조트의 식당 리뷰도 부족하고 평이 좋지 않았다. 비싼 리조트 저녁 뷔페를 먹기도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별 수가 있나. 열심히 호텔 안내서를 뒤지고 뒤지다 고른 식당이 있었으니, 30년 경력의 주방장이 현지식을 제대로 요리한다는 뭐 그런 영어안내서를 읽고 이곳으로 택했다. 식당에 방문해보니 가격도 합리적인 것 같아 저녁 6시에 다시 오겠다고 예약을 했다. 특별한 기대 없이 방문해서인지 이 식당에서 먹은 마지막 저녁이 타이베이 여행 중 가장 맛있었던 것 같다. 양명산에서 온천을 할 예정이라면 강력 추천한다.


유황온천으로 유명한 티엔라이 리조트 in 양명산

티엔라이 리조트 지하 1층에 위치한 Khan 레스토랑에서는 새로운 메뉴들을 골라 시켜보았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들이었지만 실패는 없었다. 딱 부모님 입맛에 맞았다. 요리 하나하나 맛이 기가 막혀 감탄이 이어졌다.

죽순이 들어간 야채볶음은 짭조름하면서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었다.

Best of Best 메뉴였던 게찜. Satay 양념 베이스 안에 튀긴 게와 당면이 들어가 있는데 태국의 푸팟뽕커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맛이다.

농어찜. 거의 양념이 없어 산뜻하다. 비린 맛을 완벽히 제거했고 정말 부드럽게 잘 요리되었다.

오징어 돼지고기 버섯볶음. 볶음밥과 잘 어울리며 아주 맛깔난다.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었던 디저트. 커피와 푸딩도 공짜라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맥주 한 병이 180원으로 비쌋지만, 합계 총 1520 TWD이 나왔다. 한화로 대략 5만 5천 원 정도에 4인 가족이 리조트에서 훌륭한 음식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으니, 온천을 하고 난 뒤의 마무리로 부족함이 없다.


타이베이에서 유일하게 Khan의 메뉴판을 찍어두었다.


[Khan 레스토랑 정보]

- 위치 : 양명산 티엔라이 리조트 지하 1층/ 208 대만 New Taipei City, Jinshan District, 重和里名流路1-7號

- 영업시간 : 주중 18:00-21:00 (단품 및 코스 가능) / 주말 18:00-20:30 (디너 뷔페만 가능)

- 특이사항 : 모든 고객에게 디저트가 무한 제공된다. 주말에는 디너 뷔페만 제공한다.


Tip. 양명산에 온천하러 갈 때는 미리 음식을 사가지고 가자.

마트나 편의점을 찾아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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