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은 고객만 있는 게 아니다. 1편
가까운 곳에 언제나 함께한다.
성형외과 진상
외모콤플렉스는 생각보다 마음의 병이 깊숙이 들어 있기에 아무리 고쳐도 맘에 들지 않을 수도 있고 정말 운이 안 좋게도 수술이 잘못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성형외과에 오는 고객들은 예민함을 넘어 대인기피증에 우울증 심지어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동반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
물론, 아무런 이유 없이 수술을 결심하는 분들도 많지만 대부분 오는 분들 중 상위 30% 이상은 마음의 병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병원에 있는 직원들에게 감정에 따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기도 한다.
내가 겪은 사람들은 대부분 마음의 병보다는 외모를 다른 사람과 평가하다가 눈을 고치고 코를 고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중 쌍꺼풀 수술이 유독 많았던 우리 병원은 소독 환자로 몸살을 앓았었다.
치료실에 근무하던 내겐 일상이 줄곧 그런 손님을 응대하며 환자의 환부를 소독하기 위해 목을 옆으로 꺾고 치료하는 것이 내 임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쌍꺼풀 손님이 내게 배정되었고, 그 손님은 나에게 쌍꺼풀에 대해 여러 가지 부작 용부터 찜질하는 방법 부기는 언제 빠지는지 등에 대해 물었고, 나는 성심 성의껏 답해주었다. 솔직히 귀찮기도 했고 같은 말을 되풀이하다 보니 기계처럼 말을 하고 있었다. 즉, 영혼이 없었다는 표현이 맞을 거 같다. 그렇게 매일 무언가를 쳐내듯이 고객들을 상대하다 보니 그냥 하던 대로 하고 있었던 거다. 친절 보다 어느 정도 구색에 맞춘 서비스라는 명목으로 말이다.
그걸 고객은 알아차렸을까? 나가면서 자신의 엄마에게 뭔가 불친절하다는 듯이 얘기하기 시작했고, 그럼에도 안녕히 가시라고 고개 숙여 인사하는 나를 본체만체하며 나가셨다.
잠깐 지났을까? 갑자기 1층 안내데스크에서 전화가 왔고, 컴플레인 손님이 있다며 누가 치료했냐고 묻고 있단다. 그때 나의 상사는 저번에 말했듯이 의료진이 아닌 홍보실장이었고, 그 실장은 나를 좋아하지 않았기에 그리고 내가 실수하는 모습은 언제나 먼저 캐치해서 상사에게 보고하기 바빴던 사람이기에 나를 물어뜯기 좋은 사냥감이 생긴 것이다.
그렇게 그 고객은 나를 찾아와서 실장에게 사과하라고 시켰다. 나는 좌초지종을 들을 새도 없이 대뜸 사과하라는 말에 왜 그래야 하는지 물었으나 그 실장은 고객에게 사과하라며 나를 고객 앞에서 하인 취급하듯이 굴었다.
너무나 비참했지만 상사가 시켰고 고객은 왕이라는 이상한 서비스 마인드의 굴레에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이며 사과해야 했다.
그렇게 사과를 하자 알았다며 만족해하며 나가던 고객을 뒤로하고 실장은 나에게 잠깐 들어오라며 상담실로 나를 끌고 갔다.
거기서 들은 말은 고객에게 받은 상처보다 더 심했다. 그전에 그만둔 조무사가 나 때문에 그만뒀다며 나랑 일하기 싫다고 했단다. 그게 그만둔 이유라고 하고 또 내가 고객에게 불친절해서 컴플레인이 너무 많다고 했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나의 지방 사투리는 너무 딱딱하게 말을 해서 서울에서 들으면 기분 나쁜 말투이기도 했다. 그때는 내 말투가 그런 줄 몰랐기에 이해가 안 되었지만 지금은 내가 지방에 내려가서 들어보면 말투 자체가 오해하기 쉽게 들렸다. 그래서 내 말투에 대한 지적은 끊임없이 나왔고, 거기에 나의 근태문제부터 하나에서 열까지 맘에 드는 얘기보다 부족하고 맘에 안 들고 제발 그만뒀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나에게 얘기했다.
나는 내가 아무리 잘못했더라도 같이 일을 하는 식구라면 적어도 편을 들어준다기보다는 지금 잘 못했어도 앞으로 잘해보자라고 다독이거나 뭔가 힘든 일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을 해준다거나 그렇게 나와 소통을 하며 개선하려는 마음이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런 의지는 없으면서 내 잘못만 크게 부풀려서 나를 어떻게든 쫓아낼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렇게 진상고객에게 받은 스트레스보다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서 받은 스트레스가 더 심해서 마음의 병은 나에게도 찾아왔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