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대한 오지랖의 클리셰

무자식별별라이프 Episode.01

by 심코린

결혼식을 한두 달 앞두고, 주변에 알리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직장의 다른 부서 사람들과 거래처 담당자에게까지도 결혼 소식을 전했는데, 이때 무척 다양한 사람과 결혼에 관한 수다를 떨었다. 내 결혼 소식은 상대방의 결혼 사정에 접근할 수 있는 일종의 '프리패스티켓'이었다. 어릴 적, 친구의 짝사랑이나 비밀 연애 얘기를 듣게 되면, 나도 친구에게 좋아하는 남자아이에 대해 털어놓았던 것처럼!



결혼 축하해. 그럼, 아이는?

친한 친구가 아니고서야, 결혼 소식을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비슷할 수밖에 없다. 잠시 놀라고, 적당히 축하해 주는 분위기. 당시 내 나이가 서른이었는데, 적당할 때 간다는 시선도 한몫했을 것이다. 정작 나는 내 인생 계획과 달리 무척이나 빠른 결혼을 마음먹기까지 머리가 터지도록 고민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말이다.

아무튼 예상치 못한 흥미로운 반응이 나온 건, 자녀 계획이 화두가 되었을 때였다. 평소 사적인 대화를 나누지 않는 사이임에도 자연스럽게 자녀 계획에 관해 묻는 사람들이 있었다.


"결혼 축하해. 그럼 아이는 언제쯤?"

"음. 저희는 아이를 갖지 않을 계획이에요."


가까운 친구들이든 적당한 관계의 직장동료든 같은 대답을 했다.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걸 깨닫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애 없이 무슨 재미로 살아?

TV쇼에 출연한 중년의 기혼 남성 연예인이 가족끼리 스킨십하는 거 아니라고, 애 때문에 산다고, 이게 현실이라고 말하는 걸 본 적이 있다. 그게 쿨해 보이고 웃길 거라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내겐 웃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무척 거북했다. '방송이라 오버하는 거겠지만, 그래도 참 별로네.'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말들을 내가 직접 들을 줄이야.

아이를 갖지 않을 계획이라는 나의 대답에 옆 부서 남자 책임님은 대뜸 “애 없이 무슨 재미로 살아? 살아봐, 애 없으면 재미없어.”라고 했다. 사십 대 중반의 거래처 담당자는 “선임님 아직 어리구나. 언제까지 연애할 때 감정일 것 같아요? 그리고 애를 낳아야 어른이 돼.”라고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애는 있어야 해. 솔직히 난 애 없었으면 진작 이혼했어.”라고 했다.

말 한마디로 그들의 결혼생활을 훔쳐본 것 같았다. 저런 이유로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말하는 그들이, 미안하지만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나의 자녀 계획에 요만큼도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애가 있어서 더 재미있어

가까운 지인들이라고 모두 다 우리의 '자녀 계획 없음'에 찬성했던 건 아니다. 다만, 찬성하든 반대하든 소중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아이가 자기보다 나은 것 같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친구는 아이와 함께 성장하며 행복해 보였고, 워킹맘의 고단한 일상에서도 아이가 주는 대체할 수 없는 기쁨을 누리는 친구도 행복해 보였다. 남녀의 사랑으로 한 생명이 태어난다는 게 너무 놀랍지 않냐고 이야기하는 친구를 통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생명의 가치를 가늠해 보기도 했다. 이들은 아이가 있어서 분명히 더 재미있어 보였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5년 후의 내가 여전히 아이 없는 결혼 생활을 원할 거라고 단언하지 않았다. 결혼이 처음이었고, 어렸고, 아이 덕분에 행복한 사람들이 주변에 많았다. 남편과 나는 5년 후에 다시 한번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천천히요.

그렇지만, 입을 쉬이 놀리지는 말자고 다짐했다. 내 생각보다 낯선 선택이며, 아직 높은 벽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친정과 시댁에서도 안 듣는 잔소리를 밖에서 들을 이유도 없었다. 굳이 밝힐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는 "천천히 가지려고요."라는 한마디면 충분했다.



13년 후 현재, 2025년

우리는 13년째 아이 없는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뿐만 아니라 예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 없는 결혼생활을 고민하거나 선택한다. 결혼이나 자녀 계획에 관해 묻는 것이 실례라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생겼다. 그럼에도 어쩌다 낯선 이가 그런 질문을 내게 하더라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답변하게 되었다. 긴 부가 설명이 필요하지 않고, 선 넘는 잔소리가 쏟아지는 경우도 별로 없다. 그럴 때면,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걸 실감하곤 했다.

그러다 문득 포털에 '아이 없는 결혼생활', '딩크족' 등의 단어를 검색해 봤다. '딩크족 후회하는 이유', '딩크족 후회하지 않는 이유'라는 제목의 소셜미디어 글이 잔뜩 보인다. 아이가 없는 부부와 있는 부부를 경제적인 수치로만 비교한 기사, 아이 없는 부부의 이혼율이 아이가 있는 부부보다 훨씬 높다는 걸 이유로 덜 행복하다고 이야기하는 기사도 보인다.


아... 내 부담이 줄어든 건, 그저 세월 덕분이구나. 결혼 13년 차라는 명함 덕분이구나. 결혼은 선택이고, 아이를 갖는 일 역시 선택인 세상은 아직 지름을 넓히는 중이구나.



아이 없는 삶의 가짓수

지난 세월 버라이어티하지 않았을 리 없다. 두 어머니와 함께 눈물짓기도 했고, 생기지도 않은 아이 때문에 일 앞에서 상처받기도 하고, 아이가 있으면 어떨지 상상해 보기도 하고, 마지막으로 진지하게 고민해 보자는 논의도 몇 차례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선명해졌지만, 시간이 지나도 어려운 문제였다. 지나치게 미화하는 게 부담스럽고, 성의없이 부정하는 건 속상하고, 함부로 아는 척하는 건 불편하다. 아이 있는 삶의 가짓수만큼 아이 없는 삶의 가짓수도 다양하다고 믿는다.


그게, 오래전부터 이따금 써둔 이야기들을 조심스레 풀어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