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갖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무자식별별라이프 Episode.02

by 심코린

결혼 안 할, 늦게 할 건데요.


남편과 나는 여섯 살 차이다. 그가 서른다섯 살, 내가 스물아홉 살일 때 만났다. 남편의 나이가 어리진 않았지만, 우리는 결혼을 전제로 연애를 시작하지 않았다. 남편은 진작 결혼하지 않겠다고 부모님께 선언한 사람이고, 나는 서른다섯살 이후에 결혼할 거라는 인생 계획을 갖고 있었기 때문. 그런데 웬걸. 연애한 지 두 달 만에 그가 장난처럼 결혼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시집올 거야, 안 올 거야?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좋은 공연을 보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마다 리액션 폭발하는 나를 보며 그가 던지는 아주 재미있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농담이었다. 그가 툭 던지고, 내가 깔깔 웃고, 그걸로 끝. 이 드립이 반년 넘게 이어졌는데, 단 한 번도 진지한 대화로 발전한 적은 없었다. 매번 웃기만 하는 내 반응을 그가 서운해한 적도 있었지만, 그 역시 심각하게 흘러가진 않았다. 그가 미덥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저 결혼이 낯설었다. 비혼주의는 아니었지만, 먼 훗날의 일이고, 어쩐지 남의 일이고, 당장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었다.




나는 결혼해도 아이를 안 갖고 싶어.


그럼에도 시집 드립이 계속되던 어느 날, 어딘가로 향하던 차 안에서, 그가 짧은 심호흡을 하더니 생각지도 못한 말을 꺼냈다. 나는 결혼해도 아이를 안 갖고 싶어. 주황색 노을이 하늘을 예쁘게 물들이던 가을 오후였고, 프러포즈는 아니었다. 아이 없이 부부 둘이서 도란도란 살면 좋겠어. 너는 어떻게 생각해?


태어나서 처음 듣는 질문이었다. 내 나이가 어리기도 했고, 굳이 묻는다면 "결혼하면 아이는 몇이나 낳고 싶어?"라는 질문이 보편적일 때였다. 그런데 아이 없이 사는 삶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니. 그게 내 호기심을 가득 자극했다. 뭐랄까.... 미디어에서만 접했던 '딩크족'이라는 단어가 내게로 다가와 손을 덜컥 잡으며 말을 거는데, 궁금했다. 탐구하고 고민해 보고 싶었다. 맞아.... 그런 삶이 있었지? 그게 내 삶이 될 수도 있는 거구나.




결혼의 모양 질감 냄새


그 이전의 나는, 언젠가 결혼이란 걸 한다면 아이를 낳아 가정을 꾸리는 그림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가고 싶은 곳도 많았다. 그게 막연하지만 결혼을 늦게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 중 하나였다. 관심 없는 문제라 무지했던 게 맞지만, 그게 내가 스물아홉 해 동안 봐 온 결혼 생활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또 다른 결혼의 모습이 존재하고, 결혼 이후의 삶의 방식에 선택지가 있다니!!! 흥미진진하지 않을 수 있나. 아이를 낳든 안 낳든, 내가 아는 것보다 결혼의 모양도 질감도 냄새도 다양할지 모른다는 기대가 일었다. 그리고 그의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의 이야기는 다음 화에 쓸게요.)


가까운 인생 계획과 먼 인생 계획에 변화의 싹이 움트고, 내게 무채색이었던 결혼이 색을 띠기 시작한 날이었다. 돌이켜 보니 그날의 그 질문은 프러포즈보다 강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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