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6. S: '희생'의 비용을 정확히 계산하는 법

당신의 1시간은 정말 얼마인가?

by 닥터 F

공식의 가장 오른쪽에 있는 변수, S. Sacrifice. 희생. 이 단어만큼 당신의 인생을 교묘하게 좀먹는 단어도 없다. 사회는 희생을 미화한다. 꿈을 위한 희생은 아름답고, 사랑을 위한 희생은 숭고하다고 당신을 세뇌한다. 전부 개소리다.


희생은 미덕이 아니다. **비용(Cost)**이다.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기 위해 지불하는 모든 자원의 합계, 즉 당신이 거는 판돈이다. 판돈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베팅하는 놈을 우리는 ‘호구’라고 부른다. 당신은 지난 인생에서 얼마나 많은 호구짓을 해왔는가.


‘열정’과 ‘꿈’이라는 단어에 취해 당신은 비용 계산서를 받아들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청춘을 바쳤다’, ‘모든 것을 걸었다’ 같은 감성적인 수사 뒤에 숨어, 당신이 실제로 얼마를 잃고 있는지 외면해왔다. 이제 그만 자기기만에서 빠져나와라. 이 챕터의 목표는 당신이 지불하는 비용 S의 정확한 명세서를 당신 눈앞에 들이미는 것이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따라와라.


당신의 착각: 희생 = 눈에 보이는 돈과 시간


당신은 ‘희생’이라고 하면 기껏해야 창업 자금 몇 억, 야근하는 몇 시간 정도를 떠올린다. 이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당신이 보지 못하는 물밑에, 당신의 인생을 침몰시키는 진짜 비용이 숨어있다.

S는 세 가지 비용으로 구성된다.

명시적 비용 (Explicit Cost): 당신의 주머니에서 직접 나가는 돈. 대출금, 월세, 재료비 등 회계 장부에 기록할 수 있는 모든 것이다. 이건 계산하기 쉽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것만 보고 의사결정을 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다.

시간 비용 (Time Cost): 당신이 투입하는 모든 시간. 이것을 돈으로 환산해야 한다. 당신의 1시간은 얼마인가?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평생 당신의 시간을 헐값에 팔아넘기게 될 것이다.

기회비용 (Opportunity Cost): 어떤 것을 선택함으로써 포기해야 하는 다른 선택지의 가치. 이것이 바로 당신의 인생을 파산시키는 ‘숨겨진 부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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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젊은 시절, 저 빙산의 꼭대기만 보고 뛰어들었다. 물밑에 나를 기다리는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있는 줄도 모르고. 그 결과가 지금의 나다. 당신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마라. 이제부터 저 물밑의 비용들을 하나씩 계산하는 법을 알려주겠다.


당신의 1시간은 정말 얼마인가? : 진짜 시급 계산법


당신은 당신의 시간 가치를 어떻게 계산하는가? 아마 당신의 연봉을 근무 시간으로 나누는 수준일 것이다. 연봉 6천만 원에,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 그럼 당신의 시급은 대략 3만 원. 당신은 스스로 꽤 비싼 몸이라고 착각하며 살아간다.

그것은 시스템이 당신을 착취하기 위해 설계한 가장 교묘한 함정이다. 당신의 진짜 시급은 그보다 훨씬 낮다.


진짜 시급 계산 공식: (월급 - 업무 관련 지출) / (총 업무 시간 + 출퇴근 시간 + 추가 노동 시간)


하나씩 보자.

업무 관련 지출: 당신이 그 월급을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쓰는 돈이다. 점심값, 교통비, 품위 유지를 위한 옷값, 원치 않는 회식비와 경조사비. 이것들은 당신의 소득이 아니라, 노동을 위한 비용이다. 월급에서 전부 빼야 한다.

총 업무 시간: 계약서상의 시간이 아니다. 당신이 실제로 회사에 묶여 있는 모든 시간이다.

출퇴근 시간: 왕복 2시간? 그 시간은 당신의 자유 시간이 아니다. 명백한 노동의 연장이다. 회사에 당신의 시간을 저당 잡힌 것이다.

추가 노동 시간: 퇴근 후에도 오는 업무 카톡에 답장하는 시간, 주말에 ‘자기계발’이라는 명목으로 하는 업무 관련 공부 시간, 상사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쓰는 감정 노동 시간까지 전부 포함해야 한다.


자, 다시 계산해보자. 연봉 6천, 월급 500만 원인 직장인.

월급: 500만 원

업무 관련 지출: 교통비 15만 원 + 점심값 25만 원 + 커피값/회식비 20만 원 + 품위유지비 20만 원 = 80만 원

실질 소득: 500 - 80 = 420만 원

총 업무 시간: 하루 8시간 x 20일 = 160시간

출퇴근 시간: 하루 2시간 x 20일 = 40시간

추가 노동 시간: 야근/업무 카톡/감정 노동 등 하루 평균 2시간 x 20일 = 40시간

총 투입 시간: 160 + 40 + 40 = 240시간


당신의 진짜 시급 = 420만 원 / 240시간 = 17,500원


어떤가. 당신이 3만 원짜리라고 믿었던 당신 시간의 민낯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다. 이것이 당신이 시스템 안에서 받는 시간의 대가다. 이 숫자를 모르면, 당신은 ‘꿈’이라는 단어에 속아 당신의 시간을 공짜로 바치게 된다. 카페 창업을 위해 하루 14시간을 쏟아붓는다고? 당신은 매일 24만 5천 원(17,500원 x 14시간)짜리 수표를 찢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한 달이면 735만 원이다. 이것이 당신이 지불하는 시간 비용이다.


기회비용: 당신이 걷어찬 미래의 가치


이제 S의 마지막 구성 요소이자, 가장 치명적인 비용인 기회비용을 계산할 차례다. 기회비용은 간단하다. ‘A를 선택했을 때, 포기해야 하는 B의 가치’다. 인생의 모든 비극은 이 B의 가치를 얕잡아보는 데서 시작된다.

나는 수많은 사업 아이템에 내 인생을 던졌다. 그때마다 나는 ‘성공’이라는 A만 바라봤다. 내가 그 사업을 하느라 포기해야 했던 안정적인 직장, 꾸준한 저축, 평범한 가정생활 같은 B의 가치는 애써 무시했다. ‘꿈이 없으면 죽은 인생’이라며 스스로를 속였다. 결과적으로 나는 A도 얻지 못하고, 내가 걷어찬 B가 얼마나 소중했는지 뼈저리게 깨달았을 뿐이다.

카페 창업 예시로 돌아가자. 당신이 퇴사를 결심하는 순간, 당신이 포기하는 것은 단순히 ‘연봉 6천만 원’이 아니다.


포기하는 것 (B의 가치):

안정적인 현금 흐름: 매달 꽂히는 월급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

경력 개발: 3년 후 당신이 대리로, 과장으로 승진하며 얻게 될 연봉 인상분과 전문성.

복리 효과: 3년간 꾸준히 저축과 투자를 했을 때 불어났을 자산.

리스크 회피: 사업 실패 시 모든 것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되는 권리.


이 모든 것의 가치를 합친 것이 당신의 기회비용이다. 이것을 계산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당신의 ‘차선책(The Second Best Option)’의 가치를 측정하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창업하지 않고 회사에 남는다면 3년 후 당신의 모습은 어떨까? 예상 연봉, 예상 직급, 예상 자산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계산해보라. 그 미래의 가치가 바로 당신이 지금 포기하는 기회비용의 일부다.


희생의 총비용 S, 최종 계산서


이제 당신의 선택에 대한 최종 비용 명세서를 발행할 시간이다.

S (총희생) = 명시적 비용 + (당신의 진짜 시급 × 투입 시간) + 기회비용


카페 창업의 S:

명시적 비용: 1억 6천만 원 (초기 자금 + 1년 치 생활비)

시간 비용: 735만 원/월 x 36개월 (3년) = 2억 6,460만 원

기회비용: 3년 후 회사에 남았을 때의 예상 가치 (예: 연봉 7천, 대리 직급, 자산 1억)


어떤가. 당신이 ‘꿈을 위한 도전’이라고 생각했던 선택의 비용이 최소 5억 원을 훌쩍 넘는다. 이것이 당신이 거는 판돈, S의 실체다.


당신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든, 이 과정을 반드시 거쳐라. 당신이 지불해야 할 비용 S를 정확하게 계산해 명세서로 뽑아두어라.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라. ‘내가 얻으려는 미래의 보상이, 이 정도의 비용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가?’


이 질문에 숫자로 답할 수 없다면, 당신은 아직 베팅할 자격이 없다. 희생을 찬양하지 마라. 비용을 직시하라. 그것이 실패를 피하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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