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이별, 그리고 거주지까지 정리하고 떠난 발리 한달살기 이야기
인생에서 시련과 고통은 한 번에 몰려온다고 했던가. 실제로 2023년 상반기는 나에게 있어서 정말 가혹한 해가 맞았다. 그리고 스물아홉의 나이. 정말 사람들 말대로 ‘아홉수’라는 게 존재한다면 이런 것일까?라는 생각을 수없이 많이 했었다. 최근 내 인생에 있어서 일과 연애, 그리고 거주지 이 모든 것들이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한 번에 무너지게 되었고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아니, "어떻게 살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과 답변들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들을 정리하기 위해 일단 지금의 환경을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한달살기? 그거 나도 해봐야겠다!”
그렇다. 나는 호기심 많고 즉흥의 끝판왕인 ENFP로서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무조건 해야만 직성이 풀린다. 지금까지 내가 무언가에 꽂히면 바로 “진행시켜-!”모드로 돌입하여 누구보다 빠르게 액션을 취하는 편이었다. 이번 발리 한달살기도 “지금 나에겐 변화가 필요해!”라는 생각과 함께 완전 즉흥적인 의사결정의 끝판왕으로 시작되었다. 그렇게 인터넷으로 한달살기로 좋은 곳들을 검색해 보았고, 주변에 여행을 많이 다녔거나, 디지털 노마드로 일하고 있는 지인들에게도 자문을 구해보았다.
“돈 부담 없고, 한국이 아닌 곳? 발리!”
일단 한달살기를 하기 위해서는 퇴사를 하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 돈을 쓰는 데에 있어 부담이 없어야 했다. 처음에는 제주도나 강원도 등의 국내도 생각을 했었는데, 생각보다 숙소와 생활비의 부담이 상당히 있다는 점과, 내가 한달살기를 하고 싶은 큰 이유 중 하나는 지금의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도 있었기 때문에 과감하게 해외 한달살기로 마음을 정했다.
수많은 서칭과 고민 끝에 정한 2곳은 베트남과 발리였다. 이 두 곳의 공통점으로는 “물가가 싸다”는 점. 일단 두 나라 모두 디지털 노마드 사이에서 인기가 좋은 곳으로 와이파이도 잘 갖춰져 있고, 물가 (식사와 숙소 포함)가 부담되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일단 내가 가는 6~7월의 경우에는 발리가 건기라서 최적의 날씨라는 이야기들과 함께, 현재 치앙마이의 경우에는 대기오염이 심한 상태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렇게 발리행 비행기를 끊었다.
“한달살기하면 분명 뭔가 달라져 있을거야….?”
이번 한달살기를 통해 곧 다가올 30대를 맞이하며 지난 20대 나의 삶을 돌아보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했다. 또한 사람이 변하기 위해서는 3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1) 시간을 다르게 쓴다거나, 2) 주변에 있는 사람이 바뀐다거나 3) 내가 있는 환경이 변화한다던가였는데 내가 한달살기를 가는 상황은 이 삼박자가 모두 다 딱- 떨어지는 상황!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이번 발리 한달살기는 정말 큰 기대였고, 발리에 떠나면 이 모든 상황과 모든 고민들은 마법처럼 스르르 해결될 줄 알았다.
그렇게 발리 한달살기를 한 지 딱 5일이 지난날. 시간도, 주변 사람도, 환경도 바뀌었는데 나는 그럼 많이 달라져 있을까?라고 물어본다면 NO.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딱 맞다. 뭔가를 하겠다고 결심하고서는 귀찮음으로 인해 미루는 습관과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는 것을 무진장 좋아하는 나의 성향은 그냥 그대로였다. 나의 몸둥아리만 발리에 있을 뿐, 한국에 있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나를 발견한 것. 역시.. “NO PAIN, NO GAIN”이라는 말처럼 내가 노력을 하지 않는 한 얻는 것도 없는 게 맞다. (너무 도둑놈 심보로 기대감만 가득했다)
“그래, 지금이라도 깨달은 게 어디야!”
만약 내가 이 생각을 한국에서 했더라면 나는 엄청난 좌절감과 실패감에 우울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겠지. 아무튼 발리 한달살기를 한 지 5일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어찌 되었건 나는 발리에 아직 있으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다시금 다짐을 해본다. 앞으로 발리에 있는 동안 내가 목표로 했던 20대의 나의 삶 돌아보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서 정리하고, 그 과정들을 꾸준히 하나씩 글로 기록해 가며 나를 남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