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아내가 3억을 사기당했다!(5)
차는 네번에 걸쳐서 마신다. 찻잔의 온도를 느끼고, 차의 향을 맡고, 차의 색을 감상하고, 차의 맛을 음미한다. 커피와 술에 비해 강렬함이 없는 차지만, 오히려 그 맛을 전부 느끼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지금의 시간을 온전하게 만들어준다.
큰일이 발생한 이후 차를 자주 마시게 되었다. 사람들마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본인만이 욕구 해소 방법이 있다. 그 중 기호품을 이용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하는 경우, 담배를 피기도 하고, 커피를 마시거나 술을 마시기도 한다. 나는 차에 더 심취하게 된 경우다. 예전 첫 직장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을때, 담배나 커피, 술을 이용해서 해소하려 했는데 내 몸을 더 깍기만 했지 도움이 되진 않았다.
담배를 피면, 잠시나마 괴로움을 잊을 수 있지만 내몸을 스스로 망치고 있다는 죄책감이 찾아온다. 술도 마찬가지다. 먹을때는 아픈 기억과 슬픈 감정이 희미해지지만, 그 후엔 오히려 큰 반작용이 찾아온다. 숙취, 괴로움, 두근거림, 나쁜기억의 확대 등 술이 깨면서 여러가지 부작용이 뒤따른다. 커피 또한 자율신경을 활성화시키고, 불면을 가져오고, 위장에 부담을 준다. 그런데 차는 부작용 없이 많은 위안과 도움을 주었다.
차와 관련해서 요즘 자주 생각나는 이가 바로 다산 정약용 선생이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모든 것을 잃은 상태로 아는 이 하나 없는 남쪽으로 유배된 정약용 선생. 나는 그 심정이 얼마나 참담했을지 짐작할 수조차 없다.
형제들이 죽거나 유배되고, 자식들 또한 벼슬길에 오를 수 없는 상황. 집안이 풍비박산나고 자신의 인생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도대체 짐작할 수 없는 상황에 다산은 차로 심신을 달랜다. 과거를 원망하거나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차를 통해 정신을 맑게한다. 차를 통해 지금 이순간을 온전히 느꼈다. 차를 나누며 사람들과 교류했다. 차를 통해 자신과 대화했다. 다산은 그렇게 때때로 찾아오는 심마를 차를 마시며 달랬다.
차는 현재에 집중하고 일상을 계속할 수 있게 하는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다. 무언가 힘든 일을 겪고, 커다란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나는 차를 권한다. 차는 나를 잃지 않으면서,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