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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자와돼지 Oct 01. 2019

상식이란?

어느날 아내가 3억을 사기당했다!(4)

이번일을 당하고 나서 아내의 사기피해 사례가 한 경제지에 기사로 나왔다.


아내는 이 기사의 댓글을 보면서 큰 상처를 받았다. 정말 희안한게 나쁜 놈들은 보이스피싱 사기꾼들인데 댓글창 안의 무뇌충들이 쓴 글에는 젊은 여자, 피해자에 대한 비아냥과 조소로 가득차 있었다. 가해자에 대한 비판이 주가 아닌 파해자에 대한 조롱이 대부분이었다. 주요 내용은 사기당한 사람이 바보라는 것이었다.  피해자에 대한 1%의 공감도 없는 이런 댓글로 인해 아내는 금전적 피해에 이어서 정신적 피해까지 받았다.


보통 기사는 모든 내용을 담지 못한다. 한정된 지면에서 기사의 제목과 목적에  맞게 단순한 내용, 보편적으로 이해되기 쉬운 흐름으로 각색되기에 정말 디테일한 상황이나 사정까지 온전히 담을 수 없다. 보통 이러한 사기사건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시간, 장소, 프로세스, 감정 등의 모든 요소들이 재수없게 맞아떨어져야 한다.


마침, 평소 업무특성상 전화를 잘 받지 못하는 아내는 그날 마침 직장 행사로 인해 벨소리를 울림으로 해놓았다. 나는 마침 해외출장 중이었고, 장인 장모님도 지방에 내려가 있는 상황이었다. 직장행사를 마치고 유치원의 아이를 빨리 찾아야 해서 마음은 바빴다. 그 상황에 보이스 피싱 전화를 받으니 누구한테 확인할 겨를도 없이 사기꾼들의 시나리오대로 해킹 어플이 깔리게 되었다. 그 이후부터는 무엇을 확인해봐도 그들이 마련해놓은 거짓 신분, 거짓 상황을 점점 더 믿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뿐이었다. 운도 나쁘게 은행의 비대면 대출 절차과정에서의 프로세스 헛점도 크게 한몫했다. 아내의 직전년도 연봉이 거의 3배로 과대 산정된 것이다. 이는 은행 내부에 공모자가 있다는 사기꾼들의 말을 굳게 믿게된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 후 아내는 1 금융권 대출, 2 금융권 대출, 전달책 악용 등 보이스 피싱 사기의 모든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 나갔다. 경찰서에서 피해자 진술뿐 아니라 억울하게 전달책으로 사기방조 피의자 조사까지 받았다. 이번에는 정말 사기꾼들의 거짓 시나리오가 아닌 실제 상황이었다. 실제 경찰을 만나고 실제 재판까지도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 정말 아이러니했다. 피의자 조사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상식적으로 판단했을때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냐는  것이다.


그런데 이 상식이라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사, 직업, 성별, 만나게 되는 사람들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경찰분들이야 항상 범죄자를 만나고 뉴스를 보고, 의심하는 직업이니 보이스피싱의 시나리오가 상식에 어긋나는 것일 수 있다. 그런데 아내의 머리속에는 사람을 믿고 공감해줘야 한다는 상식, 서로에게 피해주지말고 도와줘야 한다는 상식들로 채워져 있었다.


보이스피싱의 피해자들은 대부분 20~30대 젊은 여성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이들이 당하는 이유가 사회경험이 없고 어리석어서라고 말한다. 당한 사람들을 두번 죽이는 평가이다. 정말 웃긴거는 보이스피싱 사기꾼들의 대부분이 20~30대 젊은 남자인데, 과연 누구를 비판하고 벌줘야 할지 '상식'선에서 생각해 보길  권하고 싶다. 돈만 최고로 생각하고 공감능력 없는 남자들이 다른 이들에게 피해주기 싫어하고 공감 잘하고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여자들을 사냥감으로 삼는 것이 바로 보이스피싱이다.  피해자들을 어리석다 말하는 것보다 보이스피싱 사기꾼들을 비난하고 그들의 범죄를 방지하는데 더 힘쓰는 것이 상식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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