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아내가 3억을 사기당했다!(3)
빅터 프랭클의 책 '삶의 의미를 찾아서'에는 이런 이야기가 실려 있다.
고타미는 인도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결혼을 해서 시집 식구들과 함께 살기 위해 시댁으로 갔다. 그리고 아들을 낳았다. 그러나 그 아들이 죽고 말이다.
그녀는 슬퍼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아들을 안고 약을 구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찾아다녔다. 사람들이 그녀를 비웃고 조롱했다.
한 남자가 그녀를 불쌍히 여겨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사람을 찾아가서 도움을 청해 보라고 했다. 그녀는 아들을 데리고 가서 위대한 스승에게 아들을 위한 약을 달라고 했다.
그 스승은 그녀에게 약을 찾아 자기를 찾아온 것은 아주 잘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시내를 샅샅이 뒤져서 시련이나 죽음의 고통을 겪지 않는 집이 있다면 그 집에서 겨자씨를 얻어 오라고 했다.
그녀는 이 집 저 집 찾아다녔지만 시련을 겪지 않은 집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때서야 그녀는 고통을 겪는 것이 자기 아들만이 아니라는 것, 인간이라면 누구나 고통을 겪는 법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내가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하고 나서 사람들에게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런데 그렇게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그전에는 몰랐던 지인들의 다양한 스토리를 알게 되었다. 가족이 사기 당했던 이야기, 배우자의 바람, 가족의 병치레와 죽음 등 지인들이 인생을 살아가며 겪어야 했던 여러가지 시련과 고통들을 처음으로 알게되었다.
사실 고통스럽고 괴로운 이야기는 기억하기 싫은 법이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그런 이야기들은 사람들의 이야기 주제에서 소외된다. 그저 피상적인 내용으로 저 사람이 어떤 일을 겪었지 정도의 희미한 기억만 남게 된다. 그안의 고뇌와 지난한 과정들을 속속들이 이해하고 공감하기는 정말 어렵다. 이건 가까운 가족의 경우라도 마찬가지이다.
아내와 보이스피싱 피해에 대해 경찰서에서 진술을 할때 장인,장모님이 연락을 받고 부리나케 오셨다. 3억이나 피해를 본 사실에 처음에는 충격을 받으신듯 했지만 곧장 아무일 아니란 듯이 이렇게 말하셨다. '그래도 사채까지 안간게 어디냐?사채 썼으면 끌려가서 골병들 정도로 엄청 맞았을 거다'
이말을 듣고 오히려 다행이라 해야하나 잠깐 생각에 빠졌다.
장인어른은 예전에 사업이 어려워져 사채를 빌린적이 있다고 한다. 그 때 사채를 갚지 못하자 부부가 같이 끌려가서 아내가 보는 앞에서 심하게 린치를 당했다. 그 당시 손상된 고막때문에 지금도 왼쪽귀가 잘 들리지 않고 고름이 흐르곤 한다. 고통은 상대적이다. 장인장모님에게는 지금 우리부부의 고통이 본인들이 겪었던 고통보다는 상대적으로 낫다고 보신거다. 평상시 밝은 해처럼 즐겁게 생활하시는 두분의 인생에도 정말 험악한 시절이 있었다.
겉으로는 즐거움만 가득해보이는 사람들도 저마다의 시련을 가지고 묵묵히 인생을 살아간다. 누군가의 인생에서 겨자씨를 얻기란 쉽지 않다.